[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이 올 들어 관계개선을 강조하면서도 변죽만 울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초반 흐름에 따라 올 한해 남북관계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19일에는 ‘통일준비’를 주제로 한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 등의 박근혜 대통령 업무보고가 예정돼 있으며, 20일에는 우리 민간단체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 DVD 대북 살포가 예고돼 있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1일 오전 신년 국정연설을 할 예정인데, 북한 관련 언급 수위에 따라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통일준비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대북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당초 우리 정부의 지난해 연말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한 남북회담 제안과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 육성연설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시사 이후 남북관계에서는 올해는 작년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남북은 이후 ‘썸’만 타는 수준을 이어가면서 결정적 ‘고백’ 없이 줄다리기만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대북소식통은 “남북이 모두 상대방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라며 “대화를 제의한 남측이나 최고지도자의 입을 통해 관계개선 의지를 밝힌 북측이나 공을 떠넘겼다고 보고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리면서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12일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당시 박 대통령은 이렇다할만한 대북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 업무보고에서 보다 진전된 대북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북한이 답변을 할 것이라는 관측은 현재도 유효하다.

이와 함께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도 변수다.

북한은 18일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이산가족 상봉을 겨냥해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다면서 “총포성이 울부짖는 속에서 가족, 친척들이 뜨거운 형제의 정을 나눌 수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탈북자단체들을 만나 ‘신중한 판단’을 요청하면서 사실상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는 당분간 무리한 대북전단 살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인권단체인 인권재단(HRF)과 함께 오는 20일 ‘인터뷰’ DVD를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띄워 보내려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계획을 연기하거나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끝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나올 대북관련 언급 수위도 관심사다.

이미 소니 해킹의 주체로 북한을 지목하고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추가 대북압박이나 제재를 거론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한층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미국 조야에서는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부터 테러지원국 재지정, 핵심 돈세탁국가 지정 등 대북 강경기류가 팽배한 상황이다.

다만 외교가 안팎에선 미국도 핵·장거리로켓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지속 개발하고 있는 북한과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는 것은 부담될 수밖에 없는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아예 북한을 언급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식으로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결국, 박 대통령의 통일준비 업무보고와 대북전단 살포 움직임,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이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의 큰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