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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韓 · 美우려보다 ‘발등의 불’ 급했다
日, 받은 것도 없이 對北제재 전면해제 속내는
납북 일본인 재조사 양보 받고…북한선박 입항 허용
대북 송금 · 현금휴대 제한 풀어

헌법해석 변경 싸고 여론악화…집단자위권에 정치생명 걸어
美 “제재해제 확인 없어” 불쾌감



납북 일본인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일본 간 교섭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본을 군사력 행사가 가능한 ‘보통국가’로 변모시키려는 아베 신조 총리가 정치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한ㆍ미ㆍ일 3각 공조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합의, 발표된 북일 교섭 내용은 납북 일본인 진상 재조사와 일본의 독자적 대북제재 해제를 서로 맞바꾸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한다. 북한은 그동안 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완고함을 버리고 북한 내 일본인 유골과 묘지 현황 조사는 물론 북한 남성과 결혼한 입북 일본인 여성, 납북자로 의심되는 행방불명자에 대한 전면적 재조사를 목적으로 한 조사위원회 설치를 받아들였다.

아베 정부는 이에 화답해 인도적 목적으로 한 북한 선박의 입항 허용을 논의하기로 한 2008년 ‘김정일-후쿠다’ 합의에서 더 나아갔다. 조사위 설치에 맞춰 모든 선박의 입항을 허용하고 대북 송금 및 현금 휴대 제한을 풀기로 했다. 사실상 일본이 독자적으로 취한 모든 대북 제재를 해제키로 약속한 것이다.

북한이 북일 교섭을 통해 대북 포위망을 풀고 북일 관계 정상화에 따른 식민지배 보상금으로 경제 개발에 매진하려는 의도는 널리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와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이 대북 제재를 흔들 수 있는 합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냐는 것.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헌법 해석 개정을 둘러싼 일본 국내 여론 악화에 그 답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베 총리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 착수를 공식 선언했지만 과반수의 일본 국민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헌법 해석 변경을 위한 정치적 힘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지지율을 높일 필요가 있고, 납북자 문제는 우익세력을 결집시키기 가장 적합한 소재라는 설명이다. 아베 총리는 정치 데뷔 때부터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인지도를 높여온 바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납북자 문제 해결은 인도적 차원에서 지지한다”면서도 “대북 제재 해제는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제재 해제) 계획에 대해 어떤 확인도 받지 못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국 전문가들도 한ㆍ미ㆍ일 대북 공조 균열을 걱정하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일본이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한국, 미국과 긴밀히 조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관련국들과의 높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일본은 북한이 가시적으로 약속을 이행하기 전에 제재를 철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일본의 대북 양자제재는 납치 피해자 조사의 실질적 진전에 따라 조건부로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이같은 우려에도 제갈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이미 일본에서 외교문제는 큰 정치 이슈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헌법 해석 변경에 정권의 명운을 건 아베 총리로서는 주변국 눈치를 볼 겨를이 없다는 것. 오바마 미 행정부 역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일본을 압박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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