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일본 아베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던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 정부의 교육 차관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는 데 이르렀다.
지난 3일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문부과학성 차관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수정을 요구하는 일본유신회의 집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나는 거짓말을 하거나 사람을 속이거나 사실을 날조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며 “일본군 위안부는 거짓말이며 사실 날조”라는 망언을 늘어놓았다.
여당 자민당 출신의 사쿠라다 차관이 야당인 일본 유신회의 집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했다는 사실은 아베 내각이 공식적으로는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승계한다면서도 속으로는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고 법적 배상책임을 부정하는 속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거듭 밝혔듯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과거사 문제인 동시에 전시 여성인권의 문제이다. 국가 차원에서 자행된 조직적 성범죄인 것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서 가해자들은 흔히 “피해자들도 원했다”거나 “나를 음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돌리기 일쑤다. 일본 우익들이 주장하는 ‘자발적 위안부’ 논리는 바로 이러한 2차 가해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는데 지금 와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엔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은 “따라다닌 것이 아니라 끌려다녔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3ㆍ1절 경축사에서 밝혔듯이 역사의 진실은 살아있는 분들의 증언이다.
내년이면 한ㆍ일 관계 정상화 50년을 맞는다. 50년 동안 경제 협력과 안보 공조 차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나에게 행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뒤에서 거짓말로 나를 모함하고 다닌다면 더이상 친구로 지낼 수 없다. 한ㆍ일 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간 거짓말쟁이가 누군지 역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원호연 정치부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