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를 시작하며…

韓·中·日 민족주의 갈등속 美 압력추役 갈수록 위축

한국 적극적 중재 필요성 ‘평화협력 구상’ 시험대에

냉전 이후 세계 경찰 노릇을 하던 미국의 쇠퇴는 동북아시아를 혼돈과 반목의 시대로 몰아넣었다. 민족주의 갈등으로 꼬이기 시작한 한ㆍ중ㆍ일 3각 관계는 미국의 방관으로 점점 더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냉전 시기와 탈냉전 시기를 통틀어 현재 미국이 가장 약한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9ㆍ11 테러 이후 벌였던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이 가져온 도덕적ㆍ재정적 타격,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경제위기가 그 주범이다.

냉전 시기 한국ㆍ일본ㆍ대만을 일사불란한 동맹으로 묶어 중국과 소련의 세 확장을 억제해 온 미국이 쇠퇴하자, 동북아 지역에서 잠자던 갈등이 여기저기서 분출하고 있다.

꼬일대로 꼬인 동북아…한국이 나서야 풀린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인위적으로 조정됐던 과거사 문제와 영토 갈등은 미국이라는 압력추가 사라지면서 여기저기서 파괴력이 큰 폭발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ㆍ일 양국 모두 민족주의로 달아오른 국내 여론을 등에 업고 군사력 확대와 무력시위에 여념이 없다. 상대 국민의 감정을 할퀴는 몰역사적 발언과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서로를 배척하는 지역 경제 블록화로 공동 번영의 기반을 훼손하기도 한다.

미국을 허브(Hub)로 간접적인 동맹관계를 맺은 한ㆍ일 양국도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 논의할 일이 산적한 양국 정상이 역사 갈등을 이유로 취임 1년이 되도록 변변한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강력한 의지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부추기며 중국과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이 동북아 전략에 있어 일본에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아베 정권은 과거사 문제를 외면한 채, 군사 대국화의 고삐를 더 바짝 죌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온다.

강대국 간 발생한 위기는 역설적으로 한국과 같은 약소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한다. 국력의 차이를 생각할 때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경쟁에 동참할 수 없다. 역사와 정치 분야에서 시작된 갈등은 점차 경제 부문에도 옮아 붙고 있다.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작은 파도에도 크게 출렁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갈등은 잦아들기보다 심화되는 모양새다.

헤럴드경제는 고차방정식으로 꼬여버린 한ㆍ중ㆍ일 3국의 3각관계를 적나라하게 진단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