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동북아 정세가 뒤숭숭한 가운데 새해 벽두부터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역사 외교가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르면 다음주 초 워싱턴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동맹국이자 우리 외교에 아주 중요한 상대인 미국 방문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며 새해 험난한 동북아 정세를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시사했다.
윤 장관은 이달 중 방미 예정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 내정자보다 한발 앞서 케리 장관과 만나 일본이 역사적 책무를 다해야 다른 분야의 협력도 원활해진다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할 예정이다.
이는 야스쿠니 신사참배 이후 아베 총리에 대해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인 미국과 교감의 폭을 넓혀야만 일본의 경거망동을 제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야스쿠니 사태 이후 한국에 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31일 밤 윤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과 한국은 각자 아베 총리의 행동을 단호하게 비난했다”며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에 대해 공조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역사 문제 하나로 중국과 손을 잡고 일본을 따돌리는 태도를 취하면 동북아 안보의 한축을 일본에 맡기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훼손할 수 있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때문에 윤 장관의 방미 계획을 사전에 발표한 것은 중국이 내민 손을 적극적으로 잡기보단 미국과 먼저 상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중국과는 이르면 이달 중 열릴 한ㆍ중 전략대화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갖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한ㆍ미 외교장관회담이 미ㆍ중 어느 쪽과의 관계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두 강대국의 협조를 얻어 일본과의 역사 외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분기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