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13일 남북당국회담 무산 이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힌 가운데 회담 무산 배경을 둘러싼 남북간 이견이 드러나 주목된다.

남북이 회담 무산에 이어 상호 책임을 떠넘기고 진실게임 양상까지 펼치는 형국이어서 남북관계는 당분간 악화일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한이 회담 무산과 관련, 북한의 일방적인 대표단 파견 보류 통보로 무산됐다며 유감을 표명한 것과 달리 북한은 남한 정부 당국의 고의적인 파탄책동으로 말미암아 시작도 못하고 무산됐다며 남측에 책임을 돌렸다.

북한은 남측이 장관급회담을 내세워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나설 것이라고 수차례 확약했지만 회담 개최 직전 수석대표를 김남식 통일부 차관으로 바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통일부 차관이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고위인사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 위의 통일부 장관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그가 허수아비란 말인가”라면서 “더구나 통일부가 아무 권한도 없는 꼭두각시, ‘핫바지’에 불과하다는 것은 청와대에서 대화를 제기하라고 하면 하고 자르라고 하면 자른 하수인노릇을 한 사실이 잘 말해준다”고 노골적인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실무접촉 때 장관급회담을 제의했으니 당연히 류 장관이 나간다고 했지만 북측이 조평통 서기국장을 내보내겠다고 해서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인사를 보내겠다는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실무접촉 때 남측이 마련한 합의서 초안에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이름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통일부 장관의 상응하는 대화상대는 통일전선부장이라는 뜻는 전달했지만 김양건 부장을 명시하지는 않았다는 정부의 설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특히 실무접촉 우리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김양건 부장을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전면 철수 발표와 연결시켰다며 “중상모독하는 횡포무도한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논란의 중심이 된 조평통 서기국의 ‘급’과 관련해서도 “조평통 서기국은 명실공히 북남관계를 주관하고 통일사업을 전담한 공식기관으로서 굳이 그 권능과 급에 대해 남조선 통일부와 비긴다면 오히려 우리가 할 말이 더 많다”며 서기국이 통일부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조평통이 우리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유사한 기구라는 우리 정부의 설명과 다른 것이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