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MB외교 뇌사(腦死)상태…미국엔 실망감, 중국엔 경계심만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밀실추진 파문과 책임공방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뇌사(腦死) 상태에 빠지게 생겼다.

당장 다음 주 예정된 동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정부간 다자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당초 다음 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ARF에 참석, 빽빽한 다자 외교와 한ㆍ미ㆍ일 외교장관회의, 중국, 러시아와의 양자회담 등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특히 북한 박의춘 외무상의 참석으로 지난 해에 이은 남북 외교장관의 또 한번의 조우도 기대됐다.

하지만 9일 국회 상임위 구성이 완료되면 김 장관은 캄보디아가 아닌 여의도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아직까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ARF보다는 국회쪽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며 “밀실처리 파문이 커진 만큼 장관이 직접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문제제기가 나오면 풀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한일 정보보호협정 꼼수처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큰 손실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일본과는 약속한 서명시간 1시간 남짓 전에 일방적으로 연기함으로써 외교결례를 초래했고, 한미일 3각동맹 강화 차원에서 내심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반겼던 미국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줬다.

특히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이 놓여 있다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중국으로부터는 ‘대국들 사이의 최전선 바둑돌’이라는 노골적인 조롱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지난 3일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대해 “한미, 미일 동맹이 한미일 3각동맹으로 나가는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을 도와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파문의 근원이 된 협정의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 경위와 책임소재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고 문책할 방침을 세우면서 외교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장관의 거취 문제까지 오가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며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청와대가 한일 정보협정의 비공개 처리 아이디어를 낸 것이 조세영 외교부 동북아국장이라고 이례적으로 실명까지 공개하고,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한 조병제 대변인이 사의를 표명, 반발을 넘어 분노의 기류도 읽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국익을 위해서 한 일이 논란이 됐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임기말인데 어떻게 일을 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청와대로부터 당사자로 지목받은 조 국장도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지만 내가 (비공개 처리를) 적극적으로 주도할 수 있었겠느냐”며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다 드러날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공직사회는 권력교체기 권력향방에 대해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인데 공직사회가 돌아서면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며 “반발이 본격화되면 그나마 공직사회의 힘으로 버텼던 현 정부는 급격한 권력이반 블랙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