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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창 열어둔다고 비둘기가 들어올까
임진년 새해가 밝았지만 남북관계는 암울하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역적패당·심판대상으로 비방하면서 관계 경색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특별국정연설을 통해 “우리에게 긴요한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며,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기회의 창을 열어놓았다고도 했다. 남북한 모두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가장 싫어하는 6ㆍ15와 10ㆍ4 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통해 ‘올해 온 겨레가 새로운 신심에 넘쳐 조국통일의 문을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내놓았다.

6ㆍ15와 10ㆍ4 선언의 핵심은 민족공조와 외세배격이다. 북한이 과거 두 정상선언을 강조한 것은 남측의 총선과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이다. 그러나 선거개입이 민족공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평화·안정이 긴요한 목표라면서도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만 기다리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앞뒤가 맞지 않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인식이다. 기다리겠다는 것은 대립과 대결의 남북관계를 지속·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연착륙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체제 안정화를 위해 모든 준비를 해왔다. 후계체제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당규약과 헌법을 개정했다. 후견그룹도 형성했다. 후계자의 치적으로서 ‘함남의 불길’도 만들었다. 후견국가로서 중국의 지지와 협조도 획득했다. 당규약은 총비서가 중앙군사위원회장을 겸직토록 규정돼 있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정은이 총비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헌법은 국방위원장이 최고사령관을 겸직토록 명시하고 있다.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이 국방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전문가들은 군부 쿠데타에 의해 김정은 체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선군정치의 몰이해에서 출발한다. 북한의 선군정치는 군부에 권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희생정신을 강요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1995년 1월 1일 다박솔 초소를 방문하면서 ‘선군정치’를 시작한 것은 군대에 권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이해진 군기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 인민군은 노동당의 군대다. 당으로부터 지휘·인사·예산 등의 통제를 받는다. 특히 총기 사용이나 대규모 훈련, 병력 이동 등은 해당 부대 당 정치위원의 통제하에 움직인다. 당은 군을 통제하고, 총정치국·총참모부·인민부력부 등 군은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때문에 군부 쿠데타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도발 등 군사적 모험을 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렇다면 정치위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도 이슈를 돌리기 위해 남북 간의 대화보다 대결을 유도할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심리전과 대북전단을 살포하면서 권력갈등을 부추기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대북 제재와 압박을 지속한다면 한반도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증폭의 분수령은 2월 말에서 3월 초순까지 실시되는 한ㆍ미 키리졸브 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의 기록은 긍정의 역사를 원한다. 남북한은 내부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역사적 진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북한의 대화 없이 평화와 안정은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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