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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 김 대사, 그는 한국인인가, ’까만머리 외국인’인가
“따뜻한 환영에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수교 129년만의 첫 한국계 미국대사인 성김 대사가 10일 오후 4시께 인천공항에 발을 내딛었다. 영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인사를 건넨 그는 “지난 40년간 살던 미국을 대표해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세간의 관심은 그의 까만머리와 눈동자, 이따금 구사하는 한국어에 집중됐다. 한국인의 얼굴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그를 향해 그동안 조국은 복잡한 심경을 비쳐왔다.

이를 의식한 듯 성 김 대사는 “부모님과 유년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덕택에 한국 문화와 전통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외교관이자 이민자로서 미국적 가치관에 대해서도 깊이 존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1학년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역대 주한 미대사 중 한국어가 가장 유창하다. 그러면서도 공식석상에서 한국어 사용을 되도록 자제해왔다. 한국 기자들의 한국어 질문에 꼬박꼬박 영어로 답변했고, 미국 외교관 자격으로 참석하는 자리에는 반드시 통역을 대동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며 ‘이웃집 아줌마’처럼 스스럼없이 한국인들과 어울리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첫 한국계 미국대사를 반기는 환영의 목소리 뒤에는 그를 ‘까만머리 외국인’이라 부르는 일부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역설적으로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과 너무 가깝게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양국간의 이해관계를 풀어갈 그의 행보가 지나치게 미국 쪽에 기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와 영어’라는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그가 활약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내년부터 격동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내년 4월과 12월에 각각 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한국과 내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규정한 북한, 선거와 권력교체를 앞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미국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게 된다. 올해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엽제 파문과 주한미군 범죄로 인한 반미 감정 확산도 성김 대사가 풀어야 할 또다른 숙제다.

이런 고차방정식은 6자회담 수석대표, 국무부 한국과장 직을 역임한 그가 그동안 갈고닦은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줬지만 북핵 문제 등에 관한 전문성은 비교적낮은 평가를 받았던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보다 그는 확실히 우위에 서 있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기 위해 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까만머리 외국인’이라는 일각의 오해를 어떻게 풀어나가는가에 있다. 그는 일전에 “주한 미국대사로서 한국에 가는 것은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미국 정부의 견해를 주창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국익을 옹호한다고 해서 한국의 국익에 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양국의 이익을 동시에 키워가는 그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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