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소식통’의 위험성은 정체 모를 정보가 곧 그릇된 대북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끊임없이 제기되는 ‘북한 붕괴설’에 따라 나라 전체가 술렁이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는 김일성 사후인 1994년부터 노골적으로 흡수통일에 대한 의지를 밝히곤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광복절 축사에서 “통일이 갑자기 올지도 모르니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자들은 ‘이르면 3주나 3개월, 늦어도 3년 내에 북한이 망한다’는 이른바 ‘3ㆍ3ㆍ3 붕괴론’을 내놨고, 대부분의 국책연구기관들은 북한 붕괴론을 바탕에 둔 통일 대비 연구에 몰두했다. 정부와 안보기관에서 흘러나온 붕괴 징후들은 수많은 ‘대북 소식통’을 타고 확대재생산됐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자취를 감췄던 북한 붕괴설은 14년 후인 2008년부터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하나둘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정부 당국자들은 김일성 사후를 회상하듯 붕괴설을 다시 꺼내들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했으며 김정일 사후 2~3년 내 정치적으로 붕괴한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들은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북한 내 권력투쟁설을 끊임없이 보도했다.
북한 붕괴설은 곧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반영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준비할 때”라고 밝혔고, 올 광복절을 계기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을 방문한 해외 민간 전문가들은 북한 붕괴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과 스위스,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사업자들은 하나둘 북한과 사업계약을 맺고 있다. ‘통일이 가까워 왔다’는 이명박 정부의 기대는 북ㆍ중 경제협력과 북ㆍ미 간 대화모드 앞에서 나날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통일교육원장은 “가장 정확한 북한 정보가 가장 현명한 대북정책을 낳는다”고 강조했다. ‘아는 사람에게 들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카더라’ 통신을 토대로 북한을 진단하면 어리석은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조언이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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