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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해치지 않아’ 선한 의도가 만든 착한 감동

  • 기사입력 2020-01-1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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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해치지 않아'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신박한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대놓고 웃기는 코미디 영화는 아니다. ‘해치지 않아’는 착한 인물들이 만드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따뜻한 미소를 자아내는 가운데, 장르에 녹아난 아픈 현실이 뭉클함을 안긴다.

15일 개봉하는 ‘해치지 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다.

동물 슈트를 입고 동물 흉내를 낸다는 신박한 설정이 어떻게 구현될지가 관건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해치지 않아’는 설정을 어떻게 사실감 있게 구현할지에 신경 쓰기보다 수습 변호사 태수가 정규직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팍팍한 현실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방점을 찍으며, 영화의 현실성을 획득한다.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태수부터 그런 태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며 ‘동산파크 살리기’ 미션을 떠넘기는 상사의 교묘함까지, 누구나 공감할 법한 상황들이 이어져 공감을 높인다. 태수의 과한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그의 절박함을 생각하면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씁쓸함이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한다.

여기에 동산파크 직원들의 ‘짠한’ 사연들이 더해지면 현실성은 더욱 높아진다. 동물원을 망하게 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서 원장(박영규 분)부터 북극곰 까만 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수의사 소원(강소라 분) 등 동물원 직원들의 감정 역시 섬세하게 다루며 무리한 설정을 향해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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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해치지 않아' 스틸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과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그들이 동물 슈트를 입고 동물원 안에서 동물 행세를 하는 황당한 설정도 무리 없이 납득된다. 묘하게 긍정적인 캐릭터들이 슈트를 입고 동물의 움직임을 따라하며 애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소소한 웃음과 재미도 만들어진다.

다만 선한 인물들이 의기투합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만 흐르는 ‘해치지 않아’에 당황할 수도 있다. 태수의 상사가 그들의 거짓을 알아채고, 접근하는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개는 태수와 동물원 직원들의 소소한 갈등과 극복 과정이 전부다.

또한 태수 역의 안재홍을 비롯한 동물원 직원을 연기한 박영규와 강소라, 김성오, 전여빈 등 대부분의 배우들은 일상적인 톤으로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리는 데 집중한다.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를 기대한 이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작은 동물원의 갈등, 또 동물원 내에서 병들어 가는 동물들의 아픈 현실 등 코미디 장르 안에 녹아든 씁쓸한 현실은 ‘해치지 않아’의 여운을 배가시킨다. 착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낸 선한 메시지는 순간의 큰 웃음보다 더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한다.

cultu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