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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백두산’, 중반 이후 드러난 한국 재난영화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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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백두산'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백두산’은 백두산 폭발이라는 역대급 소재에 걸맞는 화려한 스케일로 볼거리를 충족시킨다. 이병헌, 하정우 또한 기대만큼의 열연을 펼치며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기대한 요소들이 모두 완성도 있게 담겼다. 그러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한계로 늘 지적받던 서사 부족의 단점은 이겨내지 못해 뻔한 재난 영화로 남게 됐다.

19일 개봉한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재난 영화다.

이병헌, 하정우부터 배수지, 전혜진, 마동석 등 화려한 캐스팅을 비롯해 덱스터 스튜디오가 CG로 구현한 화려한 볼거리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백두산’은 기대에 딱 맞는 장면들을 스크린 위에 펼쳐내며 좋은 출발을 알린다. 우선 폭발물 제거반 EOD 대원들의 역할이나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과 임신한 아내 지영(배수지 분)의 애틋한 관계 등 하정우 특유의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정보들을 매끄럽게 전달한다.

필수적인 설명을 마치자마자 본론으로 빠르게 진입하며 쉴 틈 없는 쾌감을 선사한다. 지진이 감지되고, 백두산 폭발 사실이 전해지자마자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꺼지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관객들을 단번에 몰고 간다.

희박한 확률을 붙잡고 북한으로 넘어간 EOD 대원들이 스파이 리준평(이병헌 분)을 만나 핵무기를 손에 넣는 과정에서는 여느 재난 영화보다 훨씬 짜임새 있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미션 성공 여부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남과 북이라는 관계 그 자체가 주는 긴박감이 있기 때문. 또 리준평의 진짜 의도에 대한 미스터리까지 더해져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진다.

속내를 숨기고 동행 내내 농담을 내뱉는 리준평, 허인창은 진지함과 능글맞음을 능숙하게 오가며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한다. 소재와 상황 자체가 묵직해 자칫 전개가 무거울 수 있었지만,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웃음들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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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백두산' 스틸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 한국 재난 영화 클리셰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긴박감을 감소시키는 것이 결정적인 단점이다. 빠르게 본론으로 진입한 뒤 다채로운 사건들을 엮어내며 긴장감을 조성하던 ‘백두산’의 장점이 진부한 설정들로 인해 무너진 것이다.

남과 북의 현실을 빌려왔으니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 묘사도 당연히 필요했다. 그러나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무능한 정부가 방해꾼이 되는 모습은 여느 재난 영화에서도 흔히 봤던 장면들이다. ‘백두산’은 그 이상의 나아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짐작 가능한 갈등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떨어뜨린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가족과 애틋한 속내를 나누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적인 장면도 빠지지 않는다. 더욱이 ‘백두산’은 후반부 심각한 갈등들을 다소 허무하고, 우연적으로 해결하면서 개연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때문에 감정적인 장면들도 힘을 잃어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한다.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기보다 지난 한국 재난 영화들에서 흔히 쓰인 설정들로 위기를 타파하면서 ‘한국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업그레이드된 스케일,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만든 적당한 웃음과 감동, 오락 영화의 미덕은 고루 담겨 있어 대중성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스케일을 제외한 다른 부분들에서는 앞선 재난 영화들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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