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전참시’, 정체성 망치는 ‘기승전-먹방’
이미지중앙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누구와 만나도, 어딜 가도 결론이 먹는 것으로 흐른다. ‘기승전-먹방’으로 귀결되는 공식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망치고 있다.

23일 오후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현주엽 감독이 새 시즌 개막을 앞둔 훈련에 지친 선수들을 데리고 휴가를 떠났다. 사실 휴가를 가장한 재능 기부 행사로, 선수들은 유소년 농구 교실에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했다.

훈련 과정에서 지나친 열정으로 큰소리를 내고 마는 현 감독의 태도, 좋은 일이지만, 선수들 몰래 기획했다는 황당함은 사장님의 ‘갑질’을 두고 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에 적합한 에피소드였다. 패널들은 때로는 현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공감하기도 하고, 지나친 행동에는 가감 없이 태클을 가하며 세대 간의 생각 차이를 짚어봐야 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부분은 바로 소고기와 피자 먹방이었다. 사전 보도 자료에서도 현 감독이 9kg의 소고기를 직접 해체한다는 내용으로 예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돋웠다. 방송에서도 현 감독이 선수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는 명목 하에 소고기를 해체하고 먹는 모습이 길게 담겼다.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피자를 먹는 부분에서도 현 감독이 피자 손에 묻히지 않고 먹는 방법을 강의했다.

이날 방송만이 아니었다. 현 감독과 선수들이 단체로 바캉스를 떠나 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 이탈리아 출장에서도 1일 5식을 하는 장면 등이 반복되며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흐렸다. 지도자로서의 현 감독보다 대식가의 모습이 훨씬 많이 등장하며 주객을 전도시킨 것이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인 연출일지 모르나, 반복되면 프로그램 색깔을 잃게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코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이미지중앙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연예인이 아닌, 매니저들의 애환을 조명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은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 그 예다. 스타들의 일상을 다룬 프로그램은 많지만, 매니저라는 존재를 통해 바라 본 그들의 일상은 생소했다. 제대로 조명된 적 없는 새로운 직업군에 대한 흥미도 있었다.

방송 초반 이영자의 매니저 송성호, 박성광의 매니저 임송, 유병재의 매니저 이규선 등 매니저들은 뜨거운 화제성과 함께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작년 MBC ‘연예대상’에서는 매니저들이 인기상을 받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이영자의 먹방이 당시 뜨거운 화제를 일으키며 인기를 이끈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스케줄 이동을 하며 들른 휴게소에서 펼친 군침 도는 모습은 물론, 휴게소와 식당 가릴 것 없이 전국의 맛집을 꿰고 있는 남다른 정보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다만 이영자의 먹방은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의 정체성 안에 녹아있을 때나 인기였다. 식당과 메뉴 지정부터 먹는 방식까지 알려준 이영자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송성호의 뻣뻣하지만 성실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호감으로 다가갔고, 자연스럽게 이영자의 먹방도 프로그램 안에 녹아났던 것이다.

이마저도 반복되자 시청자들의 흥미를 떨어뜨렸고, 임송 매니저의 하차와 갑질 논란 등을 악재가 겹치며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최근에는 송가인과 도티 등 게스트들이 활약으로 7%를 기록했지만, 이전까지는 6% 내외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로그램의 명확한 색깔을 보여주는 것은 롱런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언제쯤 성찰을 할지 궁금하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