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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전소니가 다시 ‘악질경찰’을 만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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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니(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미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는 쓰레기 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인 ‘악질경찰’은 범죄물인줄 알고 봤다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느껴 먹먹함을 안고 나오게 되는 영화다. 그만큼 의외성이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선균을 보러 갔다가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는 미나 역의 전소니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전소니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어떤 일에도 기죽지 않는 미나처럼 빛났다.

▲ 이미 영화가 개봉했는데 영화평에 대해선 찾아봤나요?

“아니요. 그런 반응을 보는 게 처음이라 괜히 마음에 담아둘 것 같아서 아직 안 봤어요. 영화 외에는 나한테 댓글 같은 게 많이 있을 일이 없어요. 그런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 보지 않았어요”

▲ 처음에 미나 역 제의가 왔을 때 왜 거절했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어땠어요?

“시나리오의 문제 보다는 나의 개인적 문제가 컸어요. 심리적으로 예민했던 시기였고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내가 확신을 가지고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내가 할 몫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거절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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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한 달 반 정도 있다가 다시 하기로 결정했죠?

“‘악질경찰’을 두고 계속 고민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거절하면 끝난거잖아요. 잊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이 나는 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시나리오, 역할을 보다가도 미나가 떠오르기도 했고. 소재와 관련해서도 내가 생각한 게 무조건 맞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됐어요”

▲ 이정범 감독에게 다시 한다고 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무안했죠(웃음) 근데 돌려서 말할 방법이 없잖아요. 전화해서 미나 정해졌냐고 물어보고 내가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죠. 그랬더니 ‘이제 무를 수 없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결심을 하고 나면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서도, 내 연기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없어요. 내 손을 떠난 건 놔주고 바라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혹시 이정범 감독에게 왜 캐스팅을 했는지 물어봤나요?

“물어본 적은 없어요. 무안하잖아요(웃음) 근데 처음 만났을 때 대충 이야기는 해주셨어요. 감독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 중 한 학생이 연출한 단편 영화에 내가 출연했거든요. 그걸 보셨나봐요. 그 얘기를 듣고 한두 달 있다가 연락이 왔어요. 연락이 왔어도 어떤 역할을 준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죠. 전혀 예상을 못해서. 그래도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제안을 주신 거라서 그 자체로 행복했어요”

▲ 상업영화로는 큰 역할을 맡았는데 부담은 없었어요?

“이 이야기, 역할을 잘 하고 싶은 마음 외에는 주연, 분량에 대한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요. 물론 이 역할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에 대해선 좋았죠. 단편보다 장편을 할 때 역할로 보여줄 수 있는 신이 많아서 조금 더 말을 많이 하는 느낌이에요”

▲ 미나는 어른들 앞에서 주눅 들지도 않고 당찬 캐릭터인데 본인과 닮은 부분도 있나요?

“그런 부분이 없어서 더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던질 수 있다는 게 멋있죠. 그런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많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되고 싶고 노력하고 싶은데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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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와 조필호(이선균)가 티격태격 하는 부분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나 혼자만의 연기면 머리로라도 그려볼 텐데 그게 아니니까 계획이나 전략이 안 통해요(웃음) 근데 이선균 선배가 내가 하고 있는 연기를 믿어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편안해졌어요. 그래서 미나랑 필호가 같이 있는 신이 좋아요”

▲ 그 전까진 관객의 입장에서 이선균 씨를 봤잖아요. 함께 연기하면서 이선균 씨가 조언해준 부분이 있나요?

“신기했죠. 근데 내가 약간 오기가 있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신기해 한다던가 선배 경력을 떠올리며 기죽고 싶진 않았던 것 같아요. 얼른 적응하려고 했죠. 거기에 선배들이 도와줘서 어색함 없이 금방 가까워졌어요. 사실 각 잡고 해주시는 분은 아니에요(웃음) 생각날 때 바로 툭툭 던지시는데 그러니까 그 말의 의미가 뭔지 알겠더라고요”

▲ 미나의 마지막 대사가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뭔가요?

“그 연기를 하면서 계속 생각했는데 결론을 내리진 못했어요. 이상적이고 정말 현실에선 만나기 어려우니까요. 난 좋은 어른이라는 존재가 꼭 미성년이 아니라도 모든 사람이 바라는 존재인 것 같아요. 어른들도 기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많이 생각하고 돌아보고 뉘우치다 보면 좋은 어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그런 본인에게도 주위에 좋은 어른이 있나요?

“좋은 어른이 나이로 정해지는 건 아니에요. 동생들에게 위로를 받을 때도 있죠. 일단 좋은 어른이 되려면 마음이 건강해야 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힘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주위사람이 잘 지내는 것만으로 ‘내가 힘들 때 좀 기댈 수 있지’ 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가 잘 서 있으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요”

▲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어머니(바니걸스 고재숙) 때문에 연예계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현실에 없는 걸 현실에 보여주는 일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연예계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했으면 힘들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처음에 연기하면서 갑갑하고 힘들었거든요. 좁은 우물을 파서 나를 던져놓고 기어 올라오는 느낌이었어요. 내 연기를 보는 게 싫었어요. 자꾸 실망해서. 어떤 역할이 나랑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게 나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시간을 겪으면서 점점 나를 분리하게 됐던 것 같아요. 답답하고 어려운데 이상한 쾌감이 있어요. 성취감이죠. 그래서 또 하고 싶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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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 시작한지는 6년차네요. 처음 시작했을 때 본인이 생각했던 방향대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나요?

“정말 잘 모를 땐 어떤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고 잘 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떤 역할을 연기하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뿌듯해요.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단 더 좋은 것 같아요. 하나씩 안 해봤던 걸 해보는 기분이 재미있어요. 지금은 지금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어서 안 해본 걸 경험하는 게 좋아요”

▲ 배우는 어떻게 보면 선택받는 입장이잖아요. 본인이 생각했을 때 스스로의 강점은 무엇인거 같아요?

“어려운데요(웃음) 음 한번 하기로 했으면 이걸 의심하지 않아요. 작품, 나에 대한 의심을 하기 보단 빨리 가까워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심지가 굳건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일하면서 흔들린 적은 없어요?

“맨날 흔들려요(웃음). 근데 그 흔들림이 좋아요. 낯설 때는 힘들고 불안해요. 근데 어느 순간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안 흔들리게 되면 좋을까? 싫을 것 같아요.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하면서 내가 역할마다 다가가는 방식과 과정이 있을텐데 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옛날엔 그 방식을 빨리 찾고 싶었거든요. 적립해놓고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 두 작품 해보니까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여러 방법을 찾아가면서 해야겠단 생각을 해요. 그래서 잘 흔들렸으면 좋겠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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