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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미니멀리즘]③ 스마트폰 노예도 가끔은 쉬고 싶다…디지털 디톡스 체험기
스마트폰을 보고 눈을 뜨고 스마트폰을 쥔 채 잠이 든다. 이것은 현대인의 일상 모습이다. 온라인 세상은 오프라인과 이제 구분하기 없는 시점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 온라인 세상을 거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스로 고립의 길을 선택한다. 디지털시대의 이단아들의 등장이다. 디지털 세상을 거부하고 그 독소를 빼내겠다고 나선다. 이들은 왜 스스로 디지털 디톡스를 선택한 것일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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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앱인 시계, 날씨 어플(사진=핸드폰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인간, 그게 바로 나다.

변명을 하자면 핸드폰을 쥐고 살아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그날의 이슈를 확인하고 업무인 기사 쓰기는 인터넷이 빵빵하게 터지는 노트북으로 한다. 휴대폰으로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 자체도 일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은 거북목 증후군, 척추 측만증, 급격하게 떨어진 시력이다.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땐 쓰지 않았던 안경은 이제 필수템이 됐고 이마저도 더 보호해 보겠다고 블루라이트를 차단해주는 청광렌즈로 바꿨다. 확실한 효과는 모르겠지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건 확실하다. 잠잘 때 바로 옆을 차지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긴급한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지만 밤중에 오는 연락은 대게 좋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작은 울림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스마트폰의 노예처럼 생활한지 수년간이다. 그런 인간도 디지털 디톡스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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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필수품 청광안경, 루테인, 충전기(사진=db)



■ 생각조차 힘든 평일의 디지털 디톡스

기세 좋게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하겠다고 했지만 일단 평일은 생각조차도 불가하다. 직장 생활 중 뭣 모르고 무작정 디지털 디톡스를 한다? 그냥 ‘잠수’일 뿐이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자면 맞춰놓은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일어나자마자 포털 사이트를 확인한다. 어떤 이슈가 터졌는지 확인한 후 간밤에 온 메신저를 확인한다.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 메일을 확인한다. 보도자료를 처리하거나 확인해야 할 이슈가 있으면 전화 통화를 한다. 취재 일정이 있을 경우에도 길치에게 스마트폰이 필수다. 스마트폰에 있는 지도앱을 통해서 위치와 교통편을 확인하고 이동한다. 날씨도 스마트폰 어플로 확인한다. 이동 중엔 음원사이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동영상으로 놓쳤던 드라마나 예능, 영화도 본다.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쉴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 끼고 있다. 메신저로 쓸데없는 말도 주고받거나 포털 사이트를 기웃거린다.

핸드폰으로 별 다르게 하는 것도 없으면서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친구들과의 대화를 제외하고 평일 업무상 주고받는 메신저의 양을 확인해봤다. 회사 내에서 업무를 위해 기자들끼리 모인 단톡방에 하루에 대략 50건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전 회사와 비교했을 때 그리 많은 양은 아니다. 하지만 나에겐 업무용 단톡방이 3개 더 있다.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메신저까지 체크한다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만도 같다. 일을 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직장인인 이상 평일에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할 만큼 간이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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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매 화면(사진=db)



■ 주말 디지털 디톡스 도전기

평일엔 불가하니 일요일에 도전했다. 대신 전제조건은 있다. 미리 공지를 해야 한다. 직업 특성상 긴급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디지털 디톡스 실천 전에 선배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밝히고 긴급한 일이 발생하면 전화를 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주말엔 알람을 맞춰놓지 않는다. 엄마의 육성에 잠을 깼으나 습관처럼 옆으로 손을 뻗었다. 미리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길 잘했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스마트폰으로 시간과 날씨를 확인하는 것인데 할 게 없으니 심심하다. 무의식 중에 핸드폰을 열어볼 것을 우려해 서랍 속으로 옮겼다.

평소처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주말엔 항상 누워서 영화를 보거나 밀린 예능을 봤다. 누워서 편하게 보려고 침대에 스마트폰 거치대도 설치해 놨다. 슬슬 답답하고 뭘 할지 모르겠어서 동네 극장에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그간 영화관 어플을 통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영화를 예매했는데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니 영화 시간조차 알지 못한다. 과거 극장 앞에서 영화 시간을 확인했던 것을 떠올리며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디지털 디톡스를 하게 되면서 가장 불편했던 지점이 생겼다. 바로 시계다. 사실 핸드폰이 필수가 되면서 시계를 착용하지 않은지가 오래됐다. 나오자마자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니 답답함의 연속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간을 물어볼까 싶은 마음과 손목시계를 살까 말까하는 구매욕이 함께 올라왔다. 불안함이 커지던 때에 발견한 마트 건물에 설치된 대형 시계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영화관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상영 시간이 촘촘해서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요즘 영화관은 대부분 키오스크로 예매를 해야 한다. 디지털 디톡스지만 이는 예외 상황으로 봤다. 근데 예매를 진행하다 보니 헷갈리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결제를 하면서 포인트를 적립하려고 했더니 실사 카드를 넣거나 카드 번호가 있는 바코드를 찍으라는 안내가 나온다. 포인트 카드를 다 가지고 다니지 않은지 오래 됐다. 스마트폰이 없는 이상 적립이 불가해 빠르게 포기했다. 평소 시간을 때울 땐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할 게 없으니 멍 때리면서 영화 시간을 기다렸다.

시계가 없다는 사실이 불편해 얼른 집으로 들어왔다.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인터넷 없이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미뤄뒀던 청소와 책장정리를 했다. 하려고 마음만 먹은 지 2주가 넘었는데 결국 이렇게 해낸다. 청소를 마친 후 선택한 것은 책이다. 쉬는 날 줄곧 누워서 영상만 봤던 침대에서 책을 펼쳤다. 한 곳에 집중을 하다 보니 그렇게 안 읽히던 책이 술술 읽혔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책인데 절반 가까이 읽었다. 책을 읽다가 솔솔 잠이 들어 기분 좋은 낮잠 시간도 누렸다. 스마트폰과 멀리 떨어진 시간이 길어질수록 답답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어느 순간 불편함도 잊게 됐다. 미리 맞춰놨던 알람을 통해서 디지털 디톡스 체험을 마쳤다. 시작 전에 실행해 놨던 스마트폰 사용 방지 어플에선 나무가 훌쩍 자랐다. 가장 걱정했던 메신저도 생각보다 많이 와있지 않았다. 메신저가 나를 구속한 게 아니라 내가 목매여 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업무와 연관된 만큼 휴대폰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끔 리셋이 필요한 순간 ‘디지털 디톡스’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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