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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출판업계 다룬 ‘로맨스는 별책부록’, 일드 ‘중쇄를 찍자!’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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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TBS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출판업계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간 출판업계를 다룬 드라마는 거의 없다. 기껏해야 잡지사 편집장 등이 직업적으로만 활용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드라마 ‘중쇄를 찍자!’가 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담아내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는 현재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과연 ‘중쇄를 찍자!’와 어떤 점들이 다를까. 그리고 ‘중쇄를 찍자!’처럼 한 시장에 의미 있는 경종을 울릴 수 있을까.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경단녀(경력단절녀) 강단이(이나영)가 도서출판 겨루에서 일하면서 또 다른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과 차은호(이종석)와 펼치는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드라마는 단지 출판사를 배경으로 삼은 것에서 더 나아갔다. 각 에피소드에 녹여낸 출판업계의 현실은 어려운 도서시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2016년 4월 일본TBS를 통해 방송한 ‘중쇄를 찍자!’는 마츠다 나오코의 만화 단행본을 원작으로 한 10부작 드라마다. 유도선수였던 주인공 쿠로사와 코코로(쿠로키 하루)는 다리 부상으로 더 이상 선수생할을 이어가지 못하고 주간 만화 매거진 편집부에 취직한다. 코코로는 만화 매거진을 팔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생각도 실력도 키워나간다.

‘로맨스와 별책부록’과 ‘중쇄를 찍자!’는 우선 책을 다루는 곳을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이 하는 일이 겹치다 보니 에피소드에서 다뤄지는 내용이 비슷한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홍보문구를 열심히 생각해 제출했지만 별로라는 소리를 듣거나, 신인작가의 중쇄(초반이 소진된 후 새로 책을 찍는 것. 이후 출판물은 2쇄, 3쇄 등으로 불린다)를 이끌어 내는 등이다.

새로운 신입을 각각 ‘캥거루’와 ‘새끼곰’이라고 칭하며 한 직원이 SNS에 신입의 상황을 보고하듯 포스팅하는 설정 또한 있다. 아울러 ‘로맨스와 별책부록’에서 도서출판 겨루의 대표인 김재민(김태우)와 ‘중쇄를 찍자!’의 편집장 와다 야스키(마츠시게 유타카)는 높은 위치에서 일을 진두지휘하면서도 그 아래 있는 편집장 차은호와 부편집장 이오키베 케이(오다기리 죠)를 전적으로 믿는다. 한편으로는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무거운 대표가 아닌 유쾌한 상사로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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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TBS 제공)



■ ‘로맨스는 별책부록’ vs ‘중쇄를 찍자!’...가장 큰 차이는?

이렇게 출판업계를 다룬 두 드라마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주인공 처지와 성향, 에피소드의 핵심이다.

우선 주인공이 처한 상황부터 다르다. 모든 것이 처음인 ‘중쇄를 찍자!’의 코로로는 엎어지고 부딪혀도 윗사람에게 배우면 되는 사회초년생이다. 반면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강단이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경단녀다. 모든 것을 버리고 처음이라고 여긴 채 시작해야 하며 이 일이 아니라면 갈 직장도 마땅히 없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이 시련을 헤쳐 나가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쿠로로는 넘치는 열정과 몸으로 부딪히는 태도로 일을 배운다면, 강단이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강단이는 그간의 경력을 무시한 채 영업지원팀으로 입사했다. 한때 잘나가는 카피라이터였지만 이제는 온갖 잡무를 떠안고 회의 때 직원들이 마실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못 알아들어 허둥대야 했다. 겨우 일을 맡게 돼 책 카피를 제출하고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지만 그 어디에도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하기도 했다. 그럴 때 강단이가 한 말은 “다시 처음부터, 제 일부터 잘 하겠습니다”였다. 그는 연륜이 있다 보니 혼나도 주눅 들지 않고 따질 말이 있으면 현명하고 부드럽게 대처하기도 한다.

이런 주인공의 차이는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다루는 주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중쇄를 찍자!’에서는 편집부에서 일어나는 일 그 자체가 에피소드의 메인 스토리다. 그래서 영업사원의 하루, 만화가 지망생들과의 일화, 잘나가는 만화가의 몰락과 어시스턴트들간 펼쳐지는 전쟁, 가능성이 있지만 번번이 미끄러져 결국 만화를 그만둔 이야기 등이 각각의 이야기를 채운다. 각 캐릭터의 개인사가 그 회의 주된 내용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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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제공)



그런가 하면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는 경단녀에게 녹록치 않은 현실이 주된 주제다. 파쇄되는 책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서점에서 훼손된 책이 다 출판사의 손해로 돌아오고 또 돈이 되지 않아 시집을 내지 않는 등 출판과 관련한 내용도 나오긴 하지만 한 회 한 회를 이끄는 정도는 아니다. 회차를 잇는 연결성도 없다. 다른 캐릭터들의 일화 역시 사랑이나 이혼, 미혼 등과 관련한 주제로 꾸려진다.

대신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강단이, 그리고 그가 엄마이자 경단녀의 위치에 서있다는 사실에 더 집중한다. 예를 들어 강단이가 한 면접관으로부터 들은 “내가 어떻게 지킨 자리인데 이제 기어들어 오냐”라는 말은 의도치 않은 경력 단절 후 다시 일을 시작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여성들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더불어 이를 너무 잘 알기에 독한 마음으로 직장을 다녀야 하는 이들의 서글픈 현실까지 짚는다.

그렇게 직장에 자리를 잡은 강단이는 현재 책에 대한 사랑과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엄마’다. 즉 강단이에게 일의 또 다른 원동력은 딸아이다. 강단이는 유난히 서글픈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딸과의 전화통화에서 “일 힘들지. 그런데 나는 네 엄마잖아. 너한테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정말 안 듣고 싶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강단이가 차은호에게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러. 그간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강단이, 나도 이름이 있는 사람인데”라며 더 이상 누구의 엄마로만 불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격한 것도 이와 같은 환경에 처했기에 나온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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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TBS 제공)



■ 비교로 보는 ‘로맨스와 별책부록’의 장애물

물론 ‘중쇄를 찍자!’와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같은 주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이유에는 그 나라의 특성이 달라서도 있다. 일본의 드라마는 확실한 주제를 주로 다룬다. 오피스 드라마면 정말 일하는 모습으로만 이야기를 이끄는 식이다. 게다가 일본은 사양산업이 된 도서산업 속 그나마 종이책, 특히 만화가 아직 살아있다고 일컬어지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로맨스가 빠질 수가 없다. 책도 잘 안 팔리는 실정이기 때문에 온전한 오피스 드라마로 가기에는 내용과 공감에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로맨스와 별책부록’에서 모든 전개가 주인공을 위한 이야기로 흘러간다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강단이가 송해린(정유진)이 맡은 책의 작가가 잠수를 타자 그를 다시 밖으로 끌어낸 일화만 봐도 그렇다. 분명 그간 여러 번 엎어진 작가를 함께 이끌고 달려온 이는 송해린인데, 그 작가는 강단이의 말이 자신의 마음을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송해린의 노고는 어디로 갔을까’하는 일종의 배신감을 품게 만든다.

이뿐만이 아니더라도 강단이 주변에는 도움의 손길들이 가득하다. 왼쪽에는 언제나 든든한, 게다가 회사의 임원급인 차은호가 있고 오른쪽에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저명한 북디자이너 지서준(위하준)이 있다.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언제든 시켜주는 마음씨 좋은 직원들도 있다. ‘중쇄를 찍자!’의 코코로가 정말 회사에 다니는 우리의 모습처럼 선배와 조력자들의 조언을 얻어 현실적으로 일을 배워나간다면, 강단이는 ‘황금 인맥’에 가까운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는다. 게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강단이와 차은호의 로맨스에 불이 붙는 상황이니, 이제는 로맨스가 ‘별책부록’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하게 됐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중쇄를 찍자!’와 엄연히 다른 작품이고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의 궁극적인 주제인 경단녀의 현실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서는 '중쇄를 찍자!'가 한 길만 파고들었듯 모든 일이 척척 진행되게 만드는 강단이의 주변을 조금 정리할 필요는 있겠다. 그래야 다른 작품과의 비교에 따른 재미를 주며 차이를 ‘빈틈’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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