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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이돌 팬덤, 甲과 乙 사이] ③제3자→주인공… 미디어의 팬 활용법 변천사
국내 아이돌 산업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아이돌 팬덤의 영향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과거의 팬덤이 아이돌의 절대적인 지지자 역할을 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최근의 팬덤은 그보다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더욱 적극적이다. 이에 팬덤의 의견이 아이돌의 활동 방향을 좌우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물론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팬덤이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점은 한결같다. 때문에 더욱 막강해진 팬덤의 힘을 악용하는 사례 역시 적잖다. 갑(甲)과 을(乙) 사이에 놓인 아이돌 팬덤의 현재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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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TV의 팬덤 활용법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팬덤이 관중으로만 존재한 반면 최근에는 주인공, 더 나아가 제작자로까지 역할이 확대됐다.

2010년부터 명절마다 시청자들을 만나는 MBC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가 팬덤을 관중으로 활용한 기본적인 예다. 아이돌의 스포츠 대결을 담는 ‘아육대’에게 그 팬덤은 최고의 관중이다. 이와 관련해 ‘아육대’ 제작진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현장을 찾는 팬들의 마인드가 훌륭하다. 팬들 자체가 경기 중간 아티스트와 가지는 시간들을 즐기면서 MC들이 중요한 내용을 MC들이 고지하면 진행을 잘 따라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만 ‘아육대’를 향한 팬덤의 호감도는 높지 않다. ‘아육대’를 방청한 적이 있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빠르면 새벽 3~4시에, 늦어도 아침 6~7시에 녹화 장소에 집결해야 했다. 일부 지방 팬들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날 미리 도착해 밤을 새우기도 했다. 또 녹화가 끝나는 시간도 늦어 막차를 놓치면 주변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며 ‘아육대’ 촬영이 장시간 이뤄지는 점을 꼬집었다. 또 “거의 하루 종일 녹화하면서도 제작진은 식사나 간식을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아이돌 차원에서 먹거리를 준비하는 ‘역조공’ 문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육대’ 녹화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함께 호흡하고, 그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답했다.

철저히 팬덤을 타깃 삼은 프로그램도 있다. 2011년부터 장수 프로그램으로 사랑받는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과 초기 제작진이 지난 5월 JTBC로 이적헤 새로 만든 ‘아이돌룸’ 등이다. ‘주간아이돌’과 ‘아이돌룸’은 팬덤의 시점에서 아이돌의 매력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대해 과거 ‘주간아이돌’ 연출을 맡았던 윤미진 PD는 프로그램에 대해 “아이돌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기반이 된다”고 소개한 바 있다. 특히 “제작진 중에도 아이돌 팬덤에 속한 스태프가 있기도 했다. 그렇지 않은 스태프도 모두 출연하는 아이돌에 상당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남다른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아예 팬덤을 주인공 삼은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방송한 MBC ‘별바라기’와 지난 5월 Mnet이 만든 ‘덕후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다. 스타와 팬이 함께 출연하는 토크쇼 형식의 ‘별바라기’는 방영 당시 본인조차 알지 못하는 스타의 이야기를 팬들의 입을 통해 전한다는 콘셉트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덕후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팬이었던 뮤지션들의 여행기를 통해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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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net)



이런 가운데 현재의 팬덤 예능을 대표하는 포맷은 서바이벌이다. 2016년 시작된 Mnet ‘프로듀스’로 대변됐다. 이 시리즈는 팬덤에게 ‘국민 프로듀서’라는 역할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아이돌 기획·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팬덤 영향력을 가장 잘 잡아낸 콘셉트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현재까지 ‘프로듀스101’ 시즌1~2와 한일 합작 프로젝트 ‘프로듀스48’을 내보냈다. 그런가 하면 ‘프로듀스’ 시리즈가 인기를 끌자 다른 방송사에서도 팬덤 잡기에 나섰다. 이에 지난해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 JTBC ‘믹스나인’가 방송됐고, 현재 방영 중인 MBC ‘언더나인틴’까지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이 중에는 부작용을 나타낸 사례도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참여한 ‘믹스나인’이다. 당초 ‘믹스나인’은 심사위원 평가와 팬덤 투표를 거쳐 9인조 아이돌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프로그램 흥행이 실패하자 이를 무산시켰다. ‘믹스나인’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팬덤에서는 YG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은 물론, 힘 없는 연습생들을 상대로 ‘갑질’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또한, ‘믹스나인’에서 최종 1위에 올랐던 연습생 우진영의 소속사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이하 해피페이스)는 YG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법정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아에 최근에는 ‘팬덤 서바이벌’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이 출현했다. 지난달 시작한 SBS ‘더 팬’이다. ‘더 팬’은 실력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한 뮤지션이나 신예가 출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가요 서바이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심사위원이 없다. 대신 유희열·보아·이상민·김이나 등이 ‘팬 마스터’의 자격으로 출연한다. 이들은 냉철한 평가자가 아니라 팬의 입장에서 참가자들의 매력과 스타성을 포착한다. ‘더 팬’을 연출한 김영욱 PD는 이 같은 기획에 대해 “기획사가 신인을 발굴하고 양성해 팬들 앞에 나오는 게 아니라 정도 자기 것을 갖춘 친구들이 예비팬덤에게 ‘스타로 만들어 달라’고 역제안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것에 대중이 열광하고 어떤 식으로 집단화해서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주는지 과정을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더 팬’에서 또 주목할 점은 우승 상금 1억 원을 참가자가 아니라 그 팬덤에게 수여한다는 데 있다. 이뿐만 아니다. 최종 우승자를 선발하기에 앞서 생방송 경연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선사한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 팬들에게는 자신이 응원하는 예비 스타와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최종 5인에 선정된 예비 스타의 팬 5명에게도 특별한 선물을 증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 PD는 “팬들의 참여와 관심이 프로그램이 완성도를 높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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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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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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