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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정인선 “나를 바꾼 2018년, 더 욕심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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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내 뒤에 테리우스' 고애린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정인선(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배우 정인선의 욕심이 반갑다.

지난달 MBC ‘내 뒤에 테리우스’를 끝내고 만난 정인선은 “욕심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전까지의 정인선이 연기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사랑으로 활동을 지속했다면, 이제는 정인선 본인을 향한 대중의 사랑을 어느 정도 즐기게 된 모양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출연하는 작품마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정인선이다. 그가 지상파 미니시리즈 첫 주연으로 나선 ‘내 뒤에 테리우스’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며 이에 앞서 출연한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서는 ‘정인선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인생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든 터닝 포인트를 한 해에만 두 번 만났다는 정인선. 덕분에 ‘얇고 길게 가자’였던 목표가 ‘굵고 길게 가자’는 것으로 바뀌었단다. 다가오는 2019년, 정인선이 보여줄 굵직한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부터 ‘내 뒤에 테리우스’까지 올해 출연작 모두 흥행했습니다

“두 작품 다 큰 사랑 받아서 고마워요. ‘으라차차 와이키키’도 마찬가지였지만 ‘내 뒤에 테리우스’는 첫 방송 전까지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칭찬도 듣고 사랑도 받아서 끝난 뒤에도 하루하루 고마운 마음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윤아가 초보 엄마인 반면 ‘내 뒤에 테리우스’ 속 애린은 6년 차 베테랑 엄마인 터라 준비하는 과정이 또 달랐겠어요?

“6년 차 엄마의 내공이 보여야 한다는 게 걱정이었죠. 그래서 직접 몸으로 뛰면서 알아보러 다녔어요. (김)여진(심은하 역) 언니 동네에도 가서 언니네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도 키즈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에서 실제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분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디테일한 감정선을 준비하기도 했고요. 이미 결혼한 친구들에게도 조언을 구했습니다”

▲ 어려움은 없었나요?

“실은 그 감정의 깊이를 몰랐거든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연기하는 게 과연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됐어요. 인터넷 글을 읽으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친구들과 결혼 전후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차근차근 대본을 읽어가면서 그 감정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 극 중 자녀를 연기한 아역배우 김건우 군·옥예린 양과도 친해져야 했을 텐데요

“아이들에게 무조건 인사는 볼 뽀뽀로 하라고 말했어요(웃음). 나는 만날 때마다 사랑한다고 했고요. 친밀감을 쌓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왜 입술 뽀뽀는 해주지 않느냐고 오히려 묻더라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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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으라차차 와이키키’ 종영 인터뷰에서 “충전된 에너지가 가시기 전에 차기작을 정하고 싶다”던 말을 지켰습니다

“원래 작품 사이 공백이 긴 편이었어요. 자의 반 타의 반이었지만요. 그런데 ‘으라차차 와이키키’ 후 두 달 만에 ‘내 뒤에 테리우스’를 만나면서 (차기작을) 너무 빨리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심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허덕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대신 그 덕분에 계단 없이 부딪힐 수 있었던 점은 긍정적인 효과였다고 봅니다. 아무튼 지난 인터뷰에서 ‘금방 또 다시 뵙고 싶다’는 말도 그렇고, ‘다음 작품에서는 직업을 가진 역할을 맡고 싶다’고 했는데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연기한 직업만 여섯 개예요. 면접도 네다섯 번 보고요. 앞으로는 인터뷰 때 조심히 말하려고요(웃음)”

▲ 지상파 미니시리즈 주연은 처음이었죠?

“책임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등장하는 장면도 많고 감정선도 크고… 나를 믿고 맡겨주신 것이기 때문에 잘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죠. 대본 리딩 날 내가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니까 서이숙 선배가 한 마디 하셨어요. ‘너 열심히만 하면 안 돼. 잘해야 돼’라고요. 맞는 말씀인데 미치겠더라고요(웃음). 무엇보다 애린이 지금 세상에 매력적인 캐릭터로 비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리라는 사명감도 들었어요. 애린이가 호기심이 많고 무엇이든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믿고 어디든 나서며 능력치도 좋은 캐릭터잖아요.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이 비현실적이라거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인물이죠. 하지만 작가님은 이런 애린이를 통해서 ‘당신의 집에도 영웅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요? 나는 그런 마음으로 임했어요. 일을 잘하던 여자들이 ‘엄마’와 ‘아내’라는 타이틀을 갖고 경력이 단절된 채 살아가면서도 언제든 다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바란 그대로 연기로 표현된 것 같나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은 물론 많죠. 부담감과 압박감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표현이 또 달랐을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목표는 날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피해끼치지 않는 것이었는데 첫 방송부터 달성했어요. 모니터링할 때 실시간으로 네티즌 댓글을 확인했거든요. 생각보다 칭찬이 많더라고요(웃음) 그 중에서도 크게 와 닿았던 댓글은 역시 ‘공감간다’였습니다. 실제 애린이와 비슷한 삶을 사는 분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것에서 (연기를) 허락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 ‘잘해야 된다’던 서이숙은 이후 무슨 말을 해주던가요?

“선배와는 극 중반부터 함께하는 장면이 많아졌어요. 뵐 때마다 ‘너 너무 웃겨’ ‘너 왜 이렇게 웃기니?’ 이러시더라고요. 하하. 그때에는 잘하고 있다면서 ‘예뻐 죽겠다’고 매일 안아주셨어요. 선배의 말씀을 들었을 때, 또 촬영이 모두 끝나고 (소)지섭(김본 역) 오빠가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셨을 때. 그제야 ‘이제 됐다’는 안도감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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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데뷔 동기이자 연장자인 소지섭은 어떤 배우였나요?

“촬영할 때 스태프가 오셔서 이야기해요. ‘애린이 컷 먼저 찍기로 했어요’ 이유를 물으면 ‘소지섭 씨 뜻이에요’라는 답이 돌아왔죠. 지섭 오빠는 그렇게 뒤에서 배려하는 분이세요. 세련된 배려랄까요(웃음). 행동이나 나를 대할 때의 모습에서 마음이 크고 깊은 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야를 할 때 항상 내 눈높이에 맞춰주시고요. 일단 말과 행동의 무게를 정확히 아시고요. 담백합니다. 자기객관화가 이만큼 뛰어난 배우도 처음 봤고요. 인터뷰에서 하도 칭찬을 했더니 ‘소지섭 위인전을 쓰는 게 아니냐’고 하시던데 그만큼 오빠가 곁을 내주신 덕분에 좋은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거예요. 지켜보면서 ‘그냥 지금의 위치에 오르신 게 아니구나.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오빠는 ‘이건 내 방식이고 너는 너만의 방식을 찾으라’고 하세요. 하하”

▲ 당분간은 쉴 계획입니까?

“작품하는 동안은 촬영에만 집중하는 편이어서요. 5개월간 못 본 친구들을 만나거나 전작 PD님들도 찾아뵈려고요. 친구와 여행도 예정하고 있어요. 친구가 직장인이라 휴가 날짜를 맞춰야 해요. 내 의사보다 친구 일정에 맞는 항공편을 찾아보고 있죠(웃음). 휴양지에 갈 것 같아요. 평소 서로를 도플갱어라고 칭할 정도로 가까운 친구인데 이번 여행으로 못다한 이야기들 나누려고 합니다”

▲ 2018년, 쉬지 않고 달린 덕분에 얻은 것도 있겠죠?

“성인이 되고 연기를 다시 시작했을 때의 나는 스스로에게 과제를 주고, 그것을 뛰어넘는 데 혈안이 된 사람이었어요. 전작에서 모자랐던 부분을 차기작에서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급급했죠. 동시에 ‘얇고 길게 가자’는 생각으로 역할의 크기나 인지도에 대한 욕심을 경계하며 달려온 8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올해 두 작품을 만나고 달라졌어요. ‘으라차차 와이키키’ 덕분에 타인과의 ‘소통’으로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내 뒤에 테리우스’로는 더 잘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터닝 포인트를 만난 기분입니다. 특히 지섭 오빠가 이제는 ‘굵고 길게 가자’는 마음으로 정신을 무장하라고 해주셔서요(웃음). 그 말씀처럼 욕심을 좀 더 부리고 싶습니다. 역할을 디자인하고 책임지는 배우로서 나의 연기에 기대감을 갖게 됐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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