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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향기, 13년의 꿈 “친구보다 촬영장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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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기(사진=CGV아트하우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영주가 잘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낯설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대중들 앞에 내보였던 김향기를 떠올리면 맑고 순수한 선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 ‘영주’ 속 김향기는 지금껏 보지 못한 낯선 얼굴을 보여준다. ‘영주’는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생 영인(탕준상)과 힘겹게 살아가던 영주(김향기)가 자신의 부모를 죽게 한 가해자 상문(유재명), 향숙(김호정)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김향기는 부모를 잃은 아이 영주로 분했다.

김향기의 얼굴엔 영주가 갖는 외로움과 불안감이 퍼진다. 애정이 고픈 아직 어린 영주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김향기를 통해 관객들을 이해시킨다. 이런 김향기의 얼굴이 낯설지만 어색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김향기가 가지고 있던 한 면을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김향기는 ‘신과 함께’ 덕춘이 같은 해맑음과 어른아이 영주의 진중함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 상황은 다르지만 어린 나이에 직업전선에 나와 있다는 게 영주랑 비슷하네요.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영주의 겉모습을 봤을 때 행동이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어 보이잖아요.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영주는 ‘어른아이’라는 표현 그대로 어른과 아이의 중간 부분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냥 철이 든 아이보단 오히려 스스로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가 본인을 바라볼 수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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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에 다리 위에서 영주가 오열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감정을 토해내는 연기라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히려 집중이 잘 됐어요. '영주'를 찍기로 했을 때부터 이 장면은 집중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해가 뜨는 순간에 찍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눈앞에 있는 다리, 하늘, 강물을 보다 보니 집중이 됐어요. 걱정했던 것보단 잘 찍은 것 같아요”

▲ 그렇게 울었던 영주가 다리 위를 걸어가면서 끝이 나요. 영주의 이후 삶에 대해 생각해 봤나요?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죠. 마지막에 ‘엄마’를 부르면서 울고 자기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데… 고통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것보다 아픈 부분과 슬픈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느끼면서 영주가 진짜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오히려 단단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성장했을 것 같고 잘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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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원톱 주연은 처음이라 부담도 있었을텐데

“처음에 작품 들어갔을 땐 부담이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어느 작품에 들어가도 떨고 긴장하고 예민해지거든요. 근데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긴장해서 식은땀까지 나더라고요. 그 때 느꼈어요. 이게 부담이구나(웃음)”

▲ ‘영주’는 차성덕 감독이 경험이 담겨 있잖아요. 혹시 연기를 할 때 요구한 게 있나요?

“첫 만남 때 감독님이 이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와 상문과 향숙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 때 감독님의 모습에서 누구보다 영주를 이해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게 느껴졌어요. 첫 만남에 믿음이 갔죠. 어떻게 연기를 해달라는 요구는 없었어요. 무언갈 더 하기 보단 시나리오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거든요. 촬영장에서 그런 상황을 만들어줬고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 동생 영인이 역 오디션에 함께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최종 오디션 때 들어가서 같이 합을 맞췄어요. 그때 준상이랑 처음 만났는데 긴장을 많이 하고 들어오더라고요. 나도 긴장됐어요. 오디션장 들어왔을 때 준상이 눈빛이 인상깊에 남았어요. 그래서 최종 오디션 끝나고 속으로 ‘준상이가 영인이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었어요. 나중에 캐스팅 끝난 후에 감독님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좋아하시더라고요”

▲ 영주랑 마찬가지로 19살이네요. 곧 20살이 되는데 성인이 되면 아무래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성인이 되면 역할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1년 사이에 큰 변화를 주는 건 물리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대중들과 작품을 전해주는 분들이 누구보다 날 잘 알고 있잖아요. 성인이 된다고 다른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확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없어요. 아마 빠른 변화는 대중들이 눈치 챌 거고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고 볼거예요. 지금까지도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성인이 되어도 교복을 입을 수 있잖아요. 어느 순간이 되면 그런 역을 안 주겠지만(웃음).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 개인적으론 너무 착해 보여서 선택의 제약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영주’를 찍으면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 다른 톤을 보여줄 수 있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시기에 개봉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의미가 있어요. 사실 김향기는 아는데 ‘거기도 나왔어?’라는 말을 많이 듣거든요. ‘여왕의 교실’에 나왔던 애가 나인지 몰랐다는 말도 들었어요. 이미 대중들이 다양한 모습을 봐줬다고 생각해요. 당연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거기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진 않아요. 현재 장르적으로도 다양해지고 있잖아요.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악역이 들어온다면?) 기회가 온다면 하고 싶죠. 내가 그런 역을 했을 때 어떤 모습이 나올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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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로 벌써 13년차에요. 꽤 긴 시간이었는데 그동안 슬럼프는 없었어요?

“슬럼프는 아직 안온 것 같아요(웃음). 물론 연기를 계속 할 거라서 ‘그럴 때가 오겠지’라는 생각은 해요. 일단은 현재로서는 연기가 나에게 너무 소중한 부분이에요.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잖아요. 어떤 큰 어려움이 올지는 모르겠으나 이겨내고 싶을 만큼 소중해요. 그런 순간이 온다면 잘 이겨낼 수 있을만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연기에 처음 재미를 느낀 게 언제에요?

“확실히 기억에 남아 있어요. 초등학교 때인데 ‘늑대소년’ 끝나고 텀이 있었거든요. 친구들과 재미있게 잘 지냈는데도 무료하고 촬영장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연기가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고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오빠가 어렸을 땐 잘 생겼어서 광고를 찍었거든요(웃음). 난 현장 따라갔다가 6살에 ‘마음이’ 오디션을 보고 연기를 시작했어요. 엄마는 지금도 연기하는 게 힘들고 스트레스면 안 하는게 맞다고 해요. 오빠는 힘들다고 해서 그만뒀거든요. 난 계속 하고 싶었어요”

▲ 대학 입학 소식을 들었어요.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던 데 다른 공부를 해볼 생각은 안 했어요?

“대학 진학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학을 가는 게 맞는지, 과는 어디로 갈지 고민을 했는데 최종적으로 든 생각이 현장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 같은 꿈을 가진 또래 친구들과 수업을 들으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그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실적으로도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배우 생활을 안 하는 게 아니라서 열심히 하려면 연극영화과 진학해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신과 함께’를 함께했던 배우들이 향기 씨 대학은 어디로 갈지 궁금해 했잖아요. 합격 소식은 전했나요?

“합격소식이 기사로 나왔으니 아시지 않을까요(웃음). 그 때 경험자로, 어른으로 걱정을 해주시기보단 내가 너무 걱정하고 고민하니까 편안함을 주려고 그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아요.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데 벌써부터 긴장이 돼요. 스스로 떳떳하게 잘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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