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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노브의 불안, 버티는 용기로 피워낸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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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켓드라이브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모두가 일렁이는 촛불 같은 평생을 살아낸다. 강한 바람에 꺼질 듯 말 듯 위기를 겪기도 하고 활활 타오르기도 한다. 이런 촛불의 모습에서 진짜 중요한 건 어떻게든 불을 붙이는 올곧은 심지다. 심지가 바로 서 있다면 불이 위태로워도, 꺼져도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가수 노브(nov)는 촛불 같은 삶을 음악에 녹여내고 있다. 비록 자꾸만 변화하는 생각과 감정에 큰 기복에 아파할 때도 있지만 자신을 받아들이고 중심을 세워가는 일을 해내고 있다.

“쌓아갈수록 선명해지는/삶이라는 모래성/깊어질수록 희미해지는/낮과 밤의 온도차/아마도 앞으로도/정답은 없을 거라고 난/흩날리는 미련의 조각들/더는 억지로 맞출 수 없다고/이젠 용기조차/내지 못한 채 운다/그만 놓아주라고 그래야 너 산다고/이 마음을 비움으로 채운다”(노브 앨범 ‘Farewell’ 수록곡 ‘채움’ 中)

그런 노브에 다시 불태울 힘을 준 건 바로 최근 개최한 단독 콘서트 ‘노브랜드 볼륨. 제로(novland vol.zero)’였다.

▲ 콘서트에서 많이 울었다고 들었어요. 눈물에 담긴 의미들은 무엇이었나요

“무대에서 운 적이 없는데, 공연 막바지에 그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눈물 콧물을 다 쏟았어요. 마지막 곡을 부르기 전에 할 멘트를 생각해놨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하고 있던 생각들을 그냥 말했어요. 사는 게 별 거 아닐지라도 버티는 것 자체가 별 거라고요. 말을 하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아 ‘큰일났다’ 싶었죠. (웃음) 그러다가 무대 위 안개가 싹 걷히고 객석이 보이는데 팬 분들이 슬로건 이벤트를 해주신 거예요. 그때 눈물이 터졌죠. ‘내가 뭐라고 이렇게 공연을 보러 오고 이벤트도 해주나’ 싶었어요. 그 이후에도 나도 잊고 있던 생일의 케이크를 챙겨주고, 나를 안아주고, 따뜻한 말을 해주고 바라봐주는 사람들을 보니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 평생 가장 많이 운 날 중 손꼽을 수 있겠어요. 그만큼 이번 공연은 단순히 콘서트가 아니라 인생의 터닝포인트로도 작용할 것 같아요

“내 인생에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에요. 단순히 공연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노브’라는 사람을 살린 계기가 됐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고요. 참 신기해요. 공연을 준비하며 힘든 것들이 참 많았는데 끝나고 나니 뭐가 힘들었는지 잊었어요. ‘한 순간을 버틴다’는 걸 이해했고, 또 ‘그 순간을 견디면 이런 날이 오는구나’ 깨달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 버티면서 은혜를 갚아나가야죠”

▲ 그동안 힘든 일들이 많이 있었나봐요

“일명 ‘쿠크다스 멘탈’이에요. 최근 소속사 로켓드라이브와 계약을 하기 전에도 깊은 슬럼프에 빠져 일어나자마자 울 정도였죠. 그야말로 ‘꾸역꾸역 산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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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 새 앨범 'Farewell' 커버



▲ 그런 것 같기도 하면서 의외의 모습이 많아요. 노래 속 노브는 한없이 차분하고 딥한 감성의 소유자인데, 실제로 마주한 노브는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발랄한 청춘이에요. 중간중간 힘든 기억이 떠오르는 듯 잠시 멈추기도 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모습들을 보니 또 다르고요. 이런 모습들이 다 노래에 담겼다고 보면 되나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음악이에요. 그런데 내가 공감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곡이 없더라고요. ‘왜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없는 거야’ 싶었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싱어송라이터가 많이 없었고, 사랑에 대한 일차원적인 감정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직접 노래를 만들고 하기로 했어요. 말로 못 하는 이야기를 곡을 통해 건네는 거죠”

▲ “그토록 바래온 어제의 오늘이 오늘은/이토록 버거워 놓고만 싶을까/그 어딘가에서 채워진 목마름은/또 다른 갈등으로 돌아와 나를 괴롭혀오네”(채움) “내일이 무서워 그냥 그저/별 다른 의미 없이 살아가면 안 될까 난”(미세먼지) 등 가사를 보면 마치 먼저 밑바닥을 드러내고 마음을 터놓은 친구 같달까. 그런데 이건 참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말을 꺼내기 어렵진 않았나요

“예전에는 목소리가 학생 같고 앵앵대서 콤플렉스였어요. 이런 목소리로 어떻게 사랑 노래를 하고 인생을 노래하나 싶었죠. 작곡가나 작사가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 동생이 자이언티에게 곡 스케치를 들려줬어요. 자이언티는 ‘특별한 목소리다. 천사가 부르는 것 같다’고 말을 해줬대요. 노래에 대한 피드백도 길게 줬어요. 힘을 주려고 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 계기로 콤플렉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어요. 동생도 나에게 ‘하던 대로 하면 돼. 꾸준히 하면 돼’라고 말해줬죠”

▲ 그 동생이 바로 가수 크러쉬죠. 노브와 크러쉬의 팬들은 이미 알 만큼 알지만 아직 많은 이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서로에 대해 언급한 적이 별로 없어요

“처음에는 남매가 같이 음악하는 것도 싫었어요. 라디오에도 한 번 나간 적이 있는데 동생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내용의 반이더라고요. 내가 ‘노브’가 아닌 ‘크러쉬의 누나’가 되는 것도 별로였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생각이 깨졌어요. 내 음악에 당당하니까요. 물론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죠. 한 배에서 나온 건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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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켓 드라이브 제공)



▲ 노브에게 크러쉬는 자신과 꼭 닮은 동생이자 든든한 조력자, 뭉클한 위로를 건네는 동반자이겠네요

“같이 음악하는 것도 멋있고 좋아요. 공감대도 있고요. 최근 동생이 콘서트를 한 것을 보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전달하는구나’ 싶어서 대단하더라고요. 동생을 보고 음악의 힘을 느꼈어요. 또 크러쉬가 나에게 “내가 누군가를 소개해줄 수는 있지만 그 전에 누나의 색깔을 찾는 게 먼저다”라고 조언해주기도 했어요“

▲ 이야기를 쭉 들어보면 주변 사람들로 인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인정할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의 변화들이 음악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나요

“생각이 바뀐 만큼 음악도 많이 바뀌었죠. 이전에는 몽환적이고 멋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노래를 듣더라도 ‘이런 음악을 들어야 이런 가수가 될 거야’ ‘힙한 가수라면 이런 음악 들어야하지 않을까’ 같은 강박이 있었죠. 누군가 ‘네 취향일 것 같아’라고 추천해준 노래들도 좋지만 결국 내가 찾게 되는 음악들은 따로 있더라고요. 스티비 원더, 보이즈 투 맨, 박화요비 등이요. 지금은 담백해요. 누구를 따라하지 않고 나만의 노래를 하고 싶어요”

▲ 어떻게 보면 불이 꺼지나 꺼지지 않나에 전전긍긍했던 예전에서 벗어나 곧은 심지를 지키려는 태도로 보여요. 자신만의 촛농을 굳히고 켜켜이 쌓아가는 거죠

“올해는 ‘할 만큼 했는데 뭘 더 하라는 거야’라는 상태로 보냈던 같아요.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이제는 하루하루 잘 버티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또 사람이 사는 방식이 다 다르듯 음악을 대하고 만드는 방식도 다 다르거든요. 그러니 자신만의 무언가는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음악을 하더라도 직업적으로 자신의 기준을 지키면 오래 가는 거죠. 내가 지키고자 하는 건 ‘가사’에요.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건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올해부터 고마운 분들에게 ‘은혜 갚는 까치’가 되기로 했으니 더 열심히 해야죠. (웃음)”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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