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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드라마판 포화된 리메이크작, ‘흥행 보장’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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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드라마 포스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드라마판에 리메이크작이 포화상태로 치닫으면서 ‘흥행 보장’도 옛말이 된 모양새다.

현재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리메이크작은 총 4편.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캐릭터를 차용한 SBS의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이하 미스마)’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의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하 일억별)’과 KBS2의 ‘최고의 이혼’ 국내 동명 영화를 드라마로 만든 JTBC의 ‘뷰티 인사이드’ 등이다.

최근 이들 작품 모두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닐슨코리아 기준 5~6%대의 전국 시청률을 유지하는 ‘미스마’는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 ‘숨바꼭질’에 뒤지고 있다. 특히 ‘미스마’의 성적은 평균 10%대 시청률을 기록한 전작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과 비교해도 아쉽다. 그런가 하면 ‘일억별’의 시청률 추이는 거의 꾸준하게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월화극에서 맞붙는 ‘최고의 이혼’과 ‘뷰티 인사이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고의 이혼’은 최근 방송한 13회의 전국 시청률이 1.9%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뷰티 인사이드’ 역시 방송 초반에는 상승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현재 유료플랫폼 기준 4%대 시청률에서 답보하고 있다.

일단 리메이크작이 너무 많다. 실제로 올해 방영된 리메이크작만 10편이 넘는다. ‘마더’와 ‘라이프 온 마스’ 외에도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OCN ‘미스트리스’ KBS2 ‘슈츠’ ‘당신의 하우스헬퍼’ JTBC ‘미스 함무라비’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MBN ‘리치맨’ 등이 리메이크작이었다. 연내 편성이 확정된 tvN ‘계룡선녀전’ KBS2 ‘죽어도 좋아’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올리브 ‘은주의 방’도 모두 웹툰이 원작이다.

물론 이 작품들이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다. ‘마더’와 ‘라이프 온 마스’는 ‘리메이크의 옳은 예’라는 극찬을 들었고,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방영 당시 케이블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지상파를 넘어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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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드라마 포스터)



동명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마더’는 미혼의 여자 교사가 가정폭력 피해자인 제자를 유괴해 엄마와 딸이 된다는 내용이다. 파격적인 소재 탓에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우려를 샀으나 아동학대와 입양 등 국민적 관심이 요구되는 이슈 등을 심도있게 다루며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이에 ‘제1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시상식’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받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가 하면 한국판 ‘라이프 온 마스’는 영국 BBC 해외 드라마 포맷 프로듀서 데이비드 벨쇼로부터 “오리지널 버전의 핵심을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지역적 매력도 갖추고 있다”는 극찬을 들은 바 있다. 2006년과 1973년 맨체스터를 배경으로 펼쳐진 원작 스토리를 2018년의 서울과 1988년의 인성시(가상 도시)로 자연스럽게 옮겨온 덕분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원작 웹툰 속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킨 배우들의 열연이 호평을 이끌었다. 박서준과 박민영의 남다른 케미스트리와 로맨스 호흡이 시청자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시청률을 견인했다. ‘마더’와 ‘라이프 온 마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사례는 현재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진 리메이크작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최고의 이혼’이나 ‘일억별’의 경우, 원작 특유의 독특한 감성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일본과 한국의 정서적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한 게 시청자의 유입을 막았다. ‘최고의 이혼’ 속 이혼 후에도 동거하는 부부의 이야기나 ‘일억별’에서 다루는 근친상간과 자살 등의 소재가 국내 시청자들이 공감하기에 다소 자극적이라는 것.

‘미스마’나 ‘뷰티 인사이드’는 앞선 두 작품과 달리 원작의 주요 설정만 유지하고 세부 요소를 전면 수정했다.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였으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회의적이다. ‘미스마’는 인물간 관계와 사건을 추가하는 각색 작업을 거치며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뷰티 인사이드’는 원작에 없는 안면인식장애 캐릭터를 추가했는데, 이를 연기하는 배우 이민기의 딱딱한 연기를 지적하는 시청자가 적잖다.

이처럼 좋은 리메이크작을 만드는 일 자체도 쉽지 않다. 원작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원작 팬과 드라마 시청자의 입맛을 모두 고려하되, 국가나 시대의 정서를 고려해 적절하게 ‘재해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재현’ 아닌 ‘재해석’이 리메이크를 진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방송 관계자들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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