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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명당’ 지성 “감정 끌어내는 연기, 좀 더 수월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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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배우 지성에게 ‘미친 연기’라는 수식어가 종종 따라 붙는다. 이유가 있다. 지성은 극중 인물을 두고 ‘이건 센 캐릭터’ ‘이건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같이 정해놓고 그 길을 따라가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처음부터 캐릭터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미 성격이 형성된 인물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 넣어 ‘너는 나 나는 나’와 같은 상태에 이르게 한다. 덕분에 그의 연기는 ‘메소드’가 된다.

영화 ‘명당’에서도 이런 지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성은 몰락한 왕족 흥선을 연기한다. 나라를 옳은 길로 이끌려는 천재지관 박재상(조승우)과 함께 악한 장동 김씨 가문을 몰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두 명의 왕이 나올 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고 흥선은 다른 뜻을 품게 된다. 극중 지성은 땅에 떨어진 음식을 핥아먹는 강렬한 첫 등장부터 복잡미묘한 울분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 신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연기로 스크린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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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 극중 가장 변화무쌍한 역할을 연기한 만큼, ‘흥선’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기까지 어려웠을 것 같아요

“흥선은 실존인물인 만큼 더 깊이 파고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젊은 흥선의 모습이 담긴 자료가 많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라서 어차피 참고할 만 한 내용도 별로 없었죠. 초점을 맞췄던 건 ‘상가집 개’로 살며 목숨을 부지한 인물의 배경이에요. 연기하는 사람 측면에서는 이런 전사를 두고 ‘살려고 이렇게 했다고? 그럼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삶을 살아온 거네?’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내가 흥선이라면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왔을까’하는 가정환경에 대해 깊은 고민들을 했어요”

▲ 이미 정해진 인물을 따르되 그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해요. ‘미친 연기’는 배우가 직접 인물을 만들어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추측해왔는데, 오히려 반대였네요. 이미 만들어진 인물의 환경을 살펴본 결과, 흥선은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던가요?

“흥선은 일단 살고 보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어느 타이밍에 내 뜻을 이룰 수 있게 됐고, 그 순간 절박함이 튀어나온 거죠. 주변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가는 상황도 이를 부추겼을 테고요. 그래서 흥선의 모습이 미치광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인물의 입장에서는 그간의 많은 감정이 내포된 울분이 한꺼번에 터진 거라고 봐요. 소리를 지를 때도 그냥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나를 내려놓고 정말 흥선으로서 우러나오는 울분을 표현해야했죠. 그걸 이해하고 연기하기까지 힘들었어요”

▲ 엄밀히 말해 ‘명당’은 흥선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 아니죠. 명당을 둘러싼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조명하는 내용이니까요. 그래서 흥선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 핵심역할이면서 결코 혼자 튀어서는 안 되는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흐름을 맞추기 위해 연기적으로 더 신경 쓴 부분들이 있나요?

“흥선의 배경이 좀 더 자세하게 나왔다면 감정이 튀는 부분이 없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좀 아쉽기도 해요. 하지만 그만큼 눈빛이나 행동으로 많은 걸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특히 흥선이 말을 타고 가는 장면들에 의미를 많이 두고 있어요. 그는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거든요. 대신 혼자 말을 타고 가면서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요. 위기에 빠진 초선(문채원)에게 달려갈 때, 초선의 죽음을 보고 또 다른 마음을 결심한 뒤 달려갈 때, 그 결심을 이루기 위해 명당으로 달려갈 때, 모두 다른 감정이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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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 내면적인 부분 외 측면으로도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려 애썼다고요

“횃불을 한 손으로 던져야 하는 신이 있는데 의외로 소품이 무겁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전 던지는 연습부터 했어요. 또 우렁차게 긴 호흡으로 발성을 내뱉어야 하는 신을 위해서는 가수들이 사용하는 녹음실을 빌려 목이 쉬도록 소리를 내질렀고요. 그렇게 끝까지 해봐야 감정을 어떻게, 어느 정도 쏟아내야 할지 결정되기 때문이에요”

▲ 이렇게 외적으로, 내적으로 완벽한 몰입을 보여준 ‘명당’ 속 지성을 보고나니 더욱 커진 궁금증이 있어요. 이렇게 혼을 다 빼놓을 정도로 역할에 빠져들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는 상황도 생기지 않을까, 주변과의 밸런스나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흐트러지지는 않을까 하는 것들이요.

“‘명당’을 찍다가 어떤 시기에는 아내에게 ‘이번 주는 내가 지성이 아닐 거야’라고 말을 했어요. 연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 붓고 나니 빠져나오고 나서는 기운이 안 차려지는 거죠. 나이가 더 들면 노련미가 생겨서 감정을 끌어내는 것도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감정을 혹사시키지 않고도 몰입과 빠져나오는 게 잘 되는 수준이겠죠. 최근에도 감정의 끝까지 가는 역할들을 주로 했는데 감정 대신 몸을 혹사시킨 부분들이 있어요. 드라마 ‘피고인’ 때도 난동부리는 장면에서 미리 제작진에 방탄유리를 준비해달라는 등 요청을 미리 드리고, 연기할 때는 막 다 깨고 부수면서 과격하게 감정을 토해냈거든요. 아마 감정에만 완전히 몰입했다면 정말 정신병에 걸렸을 거예요. 또 내 연기나 작품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고요. 이런 밸런스를 맞춰가는 게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 같아요. 나 혼자만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앙상블을 이루는 게 작품이니까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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