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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국경없는 포차’ 몰카 논란에 외주 탓, 방송사는 정말 책임 없을까?

  • 기사입력 2018-09-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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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 몰카 논란에 휩싸인 '국경없는 포차' (사진=올리브)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올리브 ‘국경없는 포차’가 사상 초유의 논란에 휩싸였다. 해외 촬영 중 여자 출연진 숙소에서 몰카(불법촬영) 장비가 적발됐다. 게다가 그 범인이 스태프로 드러나 파장이 크다.

몰카는 디지털 성범죄(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스태프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몰카를 설치했다”고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경찰은 구속 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문제의 장비에는 출연진의 사적인 모습이 촬영되지 않았다. 유출될 내용도 없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연예인을 대상으로 이 같은 범법행위가 시도됐다는 사실만으로 사안이 심각하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는 올리브와 제작진의 태도에 의문이 든다. 사건이 알려진 지난 18일 올리브 ‘국경없는 포차’ 명의로 발표된 공식 보도자료에는 “해당 장비는 프로그램 촬영에 거치 카메라를 담당하는 외주 장비 업체 직원 중 한 명이 임의로 촬영장에 반입한 개인 소장품으로, 개인 일탈에 의해 위법적으로 설치된 것”이라고 적혔다. ‘임의로 반입한 개인 소장품’이라거나 ‘개인 일탈’ 등의 표현이 이번 사건의 책임을 스태프 개인에게 돌리는 뉘앙스로 읽힌다. 특히 자사 소속 스태프가 아닌 점을 강조하며 꼬리를 자르는 모양새다.

물론 방송사와 연출진에게 외주 업체 직원의 잘못을 전부 책임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프로그램과 촬영 현장을 총괄 관리하는 위치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업체 및 인력을 고용한 데 대한 사과는 했어야 하지 않을까. 사과나 양해의 문구 대신 보도자료 말미 적힌 “제작진 모두 해당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 관련자가 처벌될 수 있도록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수많은 스태프를 비롯해 출연자들은 사건이 잘 마무리 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문장은 마치 사건과 관련없는 제3자가 쓴 것처럼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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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화화 논라으로 약 8주간 방송이 중단됐던 '전지적 참견 시점'(사진=MBC)



■ “‘일베’ 스태프에 출연자 성희롱까지”… 방송 제작진의 윤리의식 부재

이번 몰카 사건은 방송가 제작진의 자격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태프의 부적절한 언행이 물의를 빚은 경우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월 KBS2 ‘러블리 호러블리’는 연출을 맡은 강민경 PD가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는 표현을 써 문제가 됐다. 당시 현장 스태프들이 신문고에 투고한 바에 따르면 강 PD는 촬영장에서 출연 배우의 연기를 보다가 “왜 세월호 유가족 표정을 짓고 있냐”고 힐난했다.

크게 비난받을 만했다. 부적절한 표현임은 물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게도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로 앞서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이 세월호 참사 희화화 논란으로 약 8주간 방송을 중단한 바 있었기에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더욱 컸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조연출이 세월호 참사 보도화면을 이영자의 어묵 먹방과 합성해 내보내 논란이 됐다. 특히 ‘어묵’이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할 때 사용하는 단어임이 알려지며 더 큰 화를 불렀다.

그런가 하면 스태프가 일베 회원이라는 의혹을 받은 프로그램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표적으로 SBS는 ‘런닝맨’ ‘캐리돌뉴스’ 등 예능·교양 프로그램은 물론, 심지어 8시 뉴스와 스포츠 뉴스에서까지 일베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조작한 이미지 등을 사용해 빈축을 샀다. MBN ‘뉴스8’ KBS2 ‘연예가중계’ 등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 포차’처럼 리얼리티 제작진이 출연자의 지나치게 사적인 모습을 공개한 사례도 있다. 2015년 방송한 ‘일밤-진짜 사나이2’다. 연예인들의 군 체험기를 담는 이 프로그램은 당시 출연한 연예인들은 물론 실제 훈련병들이 옷을 갈아입고 샤워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주요 신체 부위는 컴퓨터 그래픽 효과로 가렸으나, ‘샤워장 내부 최초공개’ 등의 자막을 당당히 삽입한 제작진에 대해 출연자들을 성희롱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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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 당시 구성됐던 진상조사위원회의 모습(사진=MBC)



■ “제작 환경 빠듯해서”… 언제까지 ‘탓’만 하나

제작진의 자질을 의심할 만한 사건이 거듭되니 시청자들의 불신은 커져만 간다.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려는 업계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방송사와 제작진은 프로그램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죄송하다”는 사과를 반복하며 당장의 잡음을 불식시키는 데만 급급하다.

게다가 사고의 주체가 방송사 소속인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대응법이 갈린다. 올리브 ‘국경없는 포차’ 사건만 봐도 그렇다. 출연자가 스태프에 의해 디지털 성범죄를 당할 뻔했는데 방송사나 프로그램 차원에서 사과는 일언반구 없이 ‘외주 업체 직원’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반면 스태프가 방송사 소속일 경우에는 정반대다. ‘러블리 호러블리’ 논란 당시 강 PD는 ‘자숙’을 이유로 ‘러블리 호러블리’ 제작발표회에 불참했다. 대신 자리한 배경수 CP(책임 프로듀서)가 “강 PD가 다음날 배우와 스태프들에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유가족에게도 직접 연락해 사과했다”며 고개 숙였을 뿐이다. KBS 차원의 공식입장 발표 및 징계 등 추가 조치는 없었으며, ‘자숙’을 마친 강 PD는 여전히 ‘러블리 호러블리’를 연출하고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도 마찬가지다. 당시 최승호 MBC 사장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그러나 약 일주일의 조사 끝에 문제를 일으킨 조연출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진상조사위가 “상급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해당 조연출이 정치적 성향에 이상이 없고 성실했으며, 단 작품을 눈에 띄게 만들려는 면이 있었던 것을 파악했다”고 전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방송사 실무진은 일련의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할 만한 제작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고 호소한다. 일정은 빠듯하고 인력은 부족해 내부 검증 시스템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다. 국내 많은 스태프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으로 촬영과 편집에 힘쓰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다면 기회비용을 들여서라도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게 맞다. 시청자는 제작진의 사정을 이해해줄 수 있지만 그게 의무는 아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환경만 탓하며 그로 인한 불편함을 시청자들이 감수하게 할 것인가.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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