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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랜선친구] ③‘여중생A’부터 ‘서치’까지…랜선 너머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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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중생A' 스틸 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온라인이나 SNS로 맺은 친구를 뜻하는 ‘랜선친구’는 현대인의 관계맺음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단어가 됐다. 최근 ‘랜선남친’ ‘랜선이모’와 같은 파생단어도 다양하게 생겨났다. ‘랜선’을 주제로 한 방송프로그램도 활발하다. ‘랜선’을 통한 관계맺음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랜선 만남’을 소재로 한 미디어 활용이 활발하다.

미디어는 현 트렌트를 가장 잘 담아내는 창구다. ‘랜선남친’ ‘랜선언니’와 같은 단어가 유행하면서 이를 투영한 프로그램들도 속속들이 생겨났다. BJ의 일상을 좇은 JTBC 예능프로그램 ‘랜선라이프’나 최근 개봉한 영화 ‘여중생A’ ‘서치’가 그 예다. 이 중에서도 영화는 랜선 만남을 가장 사실적이면서 통찰력 있게 담아낸다.

영화 ‘여중생A’는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극중에서 여주인공 미래는 왕따로 등장한다. 학교친구들은 그를 노골적으로 피하거나, 의자에 분필 가루를 묻히는 행위로 괴롭힌다. 여기에 더해 가정폭력 피해자이기도 하다. 비빌 언덕 하나 없는 미래의 현실은 늘 아프기만 하다. 그런 미래의 유일한 숨통은 게임 속 가상현실이다. 이곳에서 미래는 다양한 ‘랜선친구’들과의 소통을 통해 안정을 느낀다.

미래의 랜선친구와의 소통은 가상현실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길드원 중 한 명인 재희와 현실 만남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치유를 받는다. 미래에게 랜선친구는 관계의 중심이자, 삶의 원동력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랜선친구의 이점을 잘 나타낸다. 현실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출구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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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스틸 컷(사진=영화진흥위원회)



반면 일본영화 ‘립반윙클의 신부’(2015)는 랜선 만남을 긍정적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삶의 돌파구로 여겨졌던 랜선 만남이 결국 거짓으로 얼룩진 가짜 세상이라는 중간 과정이 그려진다. 여주인공 나나미는 소심한 성격 탓에 현실에서 친구 사귀는 걸 힘들어한다. 그런 그도 ‘여중생A’ 미래처럼 온라인 속 랜선친구들 앞에선 적극적이다. 그런 나나미는 랜선 만남을 통해 결혼까지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그를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나나미의 거짓말 해결사인 랜선친구 아무로도 그 정체가 초중반까지 불분명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가 나나미의 거짓말을 해결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다소 비윤리적이기까지 하다. 결국 이 행동들이 나나미를 더 위험에 빠뜨린다. 극중 나나미의 남편은 “SNS에서 만났지만 행복하게 살자”라는 대사를 한다. ‘~했지만’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는 결국 불행한 결혼생활로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는 랜선친구가 잘못된 관계라고만 지적하지 않는다. 나나미는 아무로가 소개해준 마시로를 통해 보다 적극적 성격의 사람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아무로는 나나미의 관계의 결핍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랜선친구의 명과 암을 분명히 대비시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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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 스틸 컷(사진=소니 픽쳐스)



‘서치’(2018)는 ‘립반윙클의 신부’보다 랜선친구의 위험성을 더욱 극적으로 그린 작품. 결말 역시 쓴 뒷맛을 남긴다. 데이빗이라는 인물이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SNS로 추적에 나서는 내용이다. 데이빗이 딸을 쫓는 과정에서 마주친 랜선친구들은 대체로 겉치레적 인간관계로 묘사된다. 온라인 너머 존재의 위험성을 극 마무리 반전을 통해 뼈있게 그려낸다. 랜선 관계의 순기능 보단 위험성을 비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를 본 후 SNS 만남이 무서워지는 걸 보면 말이다.

랜선친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지만 세 영화 모두 현대인의 관계에 대해 현실성 있게 다룬다. 랜선 너머의 존재들이 삶의 중심으로 그려진 점도 현실과 일치한다. 위의 영화를 보다보면 많은 물음이 생긴다. ‘랜선친구는 과연 좋은 관계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이런 현상에 있어 개인이 좋고 싫고,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기란 어렵다. 영화는 이러한 관계 변화를 조금이나마 객관성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넓혀준다.

①“친구도 내 입맛에 맞게” 합리적 관계 지향 시대
②랜선친구와의 동행, 그 명과 암
③‘여중생A’부터 ‘서치’까지…랜선 너머의 존재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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