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항상 갈증이 있었어요”

그냥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어도 깊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수애에게 ‘눈물의 여왕’ ‘단아하다’ 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배우로서 자신만이 색이 있다는 건 확실히 축복이다. 하지만 수애에겐 남모를 목마름이 있었다.

그 목마름을 제대로 해소해 준 작품이 ‘상류사회’다. ‘상류사회’에서 수애는 미술관 부관장이자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 역을 맡았다. 그는 작품을 위해 단발로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데뷔 이래 처음이나 마찬가지인 베드신까지 소화해냈다. 욕망을 갈구하는 수애의 얼굴이 신선하다.

▲ 영화의 베드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아닌 직접 영화로 봤을 때 달랐나요?

“보면서 시나리오대로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변혁 감독이 베드신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지는 처음부터 설명을 해서 알고 있었어요. 수연은 로맨틱하게, 태준(박해일)은 무미건조, 상류층인 용석(윤제문)은 더 추악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감독의 의도였어요. 염두에 두고 해서 그런지 서로 격려를 하면서 촬영을 했어요”

▲ 박해일과 베드신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들었어요.

“변혁 감독과 베드신 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조금 더 나아가서 (박)해일 선배가 도와줬던 부분이 있어요. 좀 더 편하게 하려면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해보자고. 덕분에 수월하게 찍었죠. 아무래도 현장에 들어서면 베드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불꽃처럼 나비처럼’ 때도 노출신이 있긴 했지만 베드신은 처음이었거든요. 부담이 많았지만 격려하고 의지하면서 찍었어요”

▲ 부담이 되는 영화인데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수연이 당당할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수연의 욕망을 꿈꾸는 과정이 왜곡되긴 했지만 스스로 납득을 시켰어요. 열심히 일을 하지만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열정이 야망으로 변했다는 설정을 했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족쇄를 자르는 게 멋있었죠”

▲ 오수연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성공한 인물인데 더 높은 곳으로 진입하려고 하잖아요. 그런 오수연의 감정이 이해가 됐나요?

“나도 변혁 감독에게 물어봤는데 요즘 사회에서 꼴등이 1등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2등은 1등을 보면서 산다고. 그런 자극을 받는다는 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조금만 더하면 1등이 될 수 있으니 수연의 야망이 거기서 시작된 게 아닌가 싶었어요. 뉴스에서도 많이 다뤄지는 부분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 그렇다면 수애의 야망은 뭔가요?

“지금은 ‘상류사회’가 잘 되는 것?(웃음) 물론 호불호가 나뉠 수 있고 나뉘어야 하지만 조금은 사랑 받았으면 하는 게 나의 가장 큰 야망이에요. 광범위하지만 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잘되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것보다 보이지 않는 행복을 쫒는 게 숙제에요. 그래서 최근에 초월명상도 배웠어요. 제일 중요한건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찾아가는 거예요”

▲ 수연 캐릭터 때문에 단발로 잘랐다고 들었어요. 의상도 그렇고 신경 쓴 부분이 많아 보여요

“변혁 감독은 긴 머리가 어울린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한 건 똑 떨어지는 단발이었어요. 수연을 여리여리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낯설 것 같다고 하긴 했는데 잘 어울릴 자신 있다고 잘랐어요(웃음) 의상도 이렇게 화려한 캐릭터는 처음이에요. 커리어 우먼같이 전문성을 가진 여성으로 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몸의 선이 보일 수 있는 것을 경계했어요. 보면 목까지 가리는 터틀넥을 많이 입어요. 대신 날선 감정을 보이기 위해 슬림하게, 의상의 색상은 톤다운 시켰어요. 하이힐도 여성성을 보여주기 보단 당당함에서 접근을 했죠”

▲ 박해일에게 태준 역을 먼저 제안했다고 들었어요

“신인일 때 해일 선배와 시상식에서 마주칠 기회가 있었어요. 작품으로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러다 10여 년이 흘렀어요. 이 작품으로 만나서 나눈 대화가 ‘이 작품으로 만날 줄 몰랐다’였어요. 박해일이라는 배우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믿고 보게 되잖아요. 관객으로서 신뢰가 있었고 작품에서 더 기대고 싶은 지점이 있었어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면 우리가 더 잘 놀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부탁을 했죠”

▲ 그동안 상류층을 다룬 작품이 많아서 예측 가능한 지점이 있어요. 캐릭터에 접근할 때 그래서 변주를 주려고 했던 지점이 있나요?

“캐릭터가 다르게 보이기보단 오수연 고유의 색을 찾아내려고 했어요. 많이 소모가 됐을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 수애가 소화하면서 고유의 색이 묻어날 수 있을까 연구했어요. ‘수애가 해서 그런 색이 나왔어’라는 말을 듣는 게 숙제였어요”

▲ 색으로 표현을 하셔서 그런데 수애가 본 수연의 색은 어떤 색인가요? 그리고 배우 수애를 색으로 표현하자면?

“막연하겐 보라색이요. 강렬한데 따뜻한 지점이 있어요. 수연이 대사로 전달하려는 건 욕망이지만 그 안에 다양함이 있어요. 그 타당성을 생각했어요. 난 하늘색?(웃음) 배우로서 하늘색이고 싶어요. 수애라는 배우를 우울하게 바라보셔서 회색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걸 파스텔 느낌으로 바꿔보고 싶어요”

수애(사진=연합뉴스 제공)

▲ 파스텔로 바꾸고 싶다는건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건가요?

“수애라고 하면 ‘잘 울어’ ‘눈물’이라는 수식어가 많아요. 신인 땐 너무 깨고 싶어서 ‘9회말 2아웃’ 같은 로코도 도전했어요. 배우 고유의 색도 중요하지만 갈증이 있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집에 사는 남자’ 같은 작품도 그래서 시도했고요. 아마 내가 파스텔로 채워진다면 그 다음엔 강렬한 레드를 원할 수도 있겠죠. 원하는 지점이 계속 달라지는 것 같아요”

▲ 배우로서 족쇄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나요?

“많죠. 배우로 한계도 많고요. 연기로 평가를 받는 게 우선이지만 이제 흥행성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에 있어서 자신 있지 못하죠. 그런 부분이 스스로 갖고 있는 족쇄죠. 객관적으로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 스태프들한테 좋은 이야기만 하지 말라고 해요. 그거에 닫혀있고 싶지 않아요. 예전엔 소통이 안 된 경우도 있었어요. 내가 상처를 받을까봐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안 해줘서 상황을 전혀 몰랐어요. 상처를 떠나 현실을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가해요. 아픔, 고통이 따르지만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쉽지 않은 부분이라 단련해 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