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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방은 왜 민폐가 됐나?] ②1인 가구 밥친구 VS 건강 악화의 주범… 뜨거운 찬반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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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음소프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다음소프트가 분석한 빅테이터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2018년 7월 8일~8월 7일) 먹방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규제다.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에 ‘폭식조장 미디어(TV, 인터넷방송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에 의해 먹방이 규제될 가능성에 대해 대중의 관심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다음소프트의 최재원 이사는 지난 6일 CBS 라디오 ‘굿모닝뉴스 박재홍입니다’에서 “블로그 8억천만 여건, 트위터150억 여건을 분석한 결과, ‘먹방 규제’에 관한 반응은 긍정 38%, 부정 62%를 각각 보였다. 감성키워드는 1위 ‘터무니없는’(469건), 2위 ‘미치다’(438건), 4위 ‘제한하다’(198건), 8위 ‘비판’(149건), 9위 ‘동의하다’(137건), 10위 ‘필요하다’(134건) 등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먹방 가이드라인에 대한 대중의 입장이 분명히 갈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 1인 가구 밥친구·지역경제 활성화 등 먹방 나비효과

정부의 먹방 개입 방침에 반대하는 이들은 ‘미디어가 폭식을 조장한다’는 전제 자체에 회의적이다. 먹방은 1인 가구 확산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달한 식문화 중 일부라는 주장이다. 혼자 끼니를 때워야 하는 1인 가구들에게 먹방은 외로움을 달랠 수단이라는 것. 그런 한편 타인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행위가 반대로 대리만족을 선사, 음식 섭취에 대한 욕구를 감소시킨다는 반응도 많다.

먹방이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은 사례도 있다. 최근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 화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먹방이 대표적인 예다. 화사가 최근 MBC ‘나 혼자 산다’와 JTBC ‘한끼줍쇼’에 출연해 먹은 음식들이 모두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바 있다. 곱창과 김부각, 박대 등이다. 오프라인 매장 혹은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 각각의 음식이 매진을 기록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공을 인정해 축산부산물협회(곱창)·지리산휴제작소(김부각)·군산박대향토사업단(박대) 등에서 화사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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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방송화면)



무엇보다 먹방이 우리나라 비만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과학적인 근거나 연구 결과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두는 것은 먹방 제작자의 표현할 자유, 시청자의 소비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폭식’의 기준은 주관적이다. 또 고열량 식품을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살이 찌는 게 아니다. 오히려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지방을 적게 섭취하면 살이 찐다. 따라서 음식은 보다 세밀하게 다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또 정부에서 먹방 가이드라인에 대한 타당성의 근거로 방송에서 술과 담배 관련 장면을 제한하는 것을 들고 있는데 술과 담배는 대상이 명확하다. 하지만 음식은 범위가 광범위하다. 또 술과 담배는 기호품이다.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단 뜻이다. 하지만 음식은 범위가 넓다. 기호품과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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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방송화면)



■ 캡사이신 유행, 빨리 먹기 대결 등 문제는 자극적인 콘셉트

먹방이 그릇된 식습관을 야기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약 65%의 응답자가 ‘먹방이 식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고, 약 54%의 응답자는 ‘먹방에 대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자극적인 콘셉트의 먹방이다. 특히 1인 미디어 업계에서 유행하는 매운맛 먹방이나 적정량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는 푸드 파이터 먹방, 음식 먹는 속도로 기록을 재는 미션 먹방 등이 비판의 대상이다. 크리에이터들은 더 많은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이 같은 콘셉트의 먹방을 기획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음식에 매운맛을 더하기 위해 캡사이신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나친 캡사이신의 섭취는 위궤양이나 위암 등을 유발한다. 제한 시간 내 주어진 음식을 먹는 행위도 위험하다. 일례로 2004년 성우 장정진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래떡을 빨리 먹는 미션을 수행하다 기도가 막혀 사망까지 이른 사고가 있었다. 더욱이 1인 미디어의 주요 시청자 중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습득력이 빠른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잖다는 점에서 일종의 제재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먹방 가이드라인이 국내판 비만세·설탕세의 역할을 하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덴마크가 비만세를, 영국·핀란드·프랑스·태국·멕시코 등 전 세계 30여개국이 설탕세를 각각 도입한 바 있다. 국가가 비만을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주도적으로 해결에 나선 사례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지난 19대 국회가 고열량 저영양 식품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비만세 법안을 발의됐으나 당시 저소득층의 구매력 악화와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과 부딪히며 시행되지 않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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