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플레이백] '친판사' 윤시윤의 인생작 '제빵왕 김탁구'
이미지중앙

(사진=KBS)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배우 윤시윤이 SBS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1인2역을 맡아 생동감 있는 캐릭터 표현력을 보여주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전과 5범 한강호가 실종된 형 한수호를 대신해 판사가 되어 법정에 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영화 ‘7급 공무원’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서부전선’, 드라마 ‘추노’ ‘도망자 플랜 B’ ‘더 패키지’ 등을 집필한 천성일 작가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장옥정, 사랑에 살다’ ‘가면’ ‘우리 갑순이’ 등을 연출한 부성철 감독이 의기투합해 묵직한 메시지와 통쾌한 웃음을 담은 완성도 높은 법정물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화룡정점을 찍은 건 쌍둥이 형제 한강호-한수호로 분한 윤시윤의 열연이다. 윤시윤은 대중에게 익숙한 바른 이미지를 벗고 냉철한 판사와 껄렁껄렁한 전과자 역을 모두 마침맞게 소화하고 있다. 이같은 호연에 힘입어 작품은 수목극 시청률 1위를 지키며 순항 중이다. 지금까지 윤시윤의 인생작, 인생 캐릭터로 평가받는 작품은 2010년 방영한 KBS2 ‘제빵왕 김탁구’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윤시윤에게는 ‘제빵왕 김탁구’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만큼 작품이 강렬했고 방영 당시 40%에 가까운 평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신예였던 윤시윤은 이 작품을 통해 단번에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다.

이미지중앙

(사진=KBS)


■ 논란과 시청률은 정비례? 막장 혹은 국민 드라마의 탄생

‘제빵왕 김탁구’는 김탁구(윤시윤)가 제빵을 통해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내용을 다룬 드라마다. 거성가(家)의 안주인 서인숙(전인화)은 비서실장 한승재(정성모)와의 사이에서 아들 구마준(주원)을 낳는다. 오직 조건만을 따져 서인숙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한 거성식품 회장 구일중(전광렬)은 김미순(전미선)에게 마음을 주고 그 사이에서 김탁구가 태어난다. 부부가 각자 부적절한 관계에서 아이를 얻지만 두 아이의 운명은 전혀 달라진다. 서인숙의 아들 구마준은 거성식품의 후계자가 돼 오만하고 차가운 인물로 자란다. 반면 구일중의 아들 김탁구는 음모에 의해 거성가에서 쫓겨나 온갖 시련을 겪으며 제빵사로서의 인생을 살게 된다.

‘제빵왕 김탁구’의 기본 스토리라인이다. 대략적으로 훑어보기만 해도 소위 ‘막장 드라마’의 향기가 강하게 진동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가관이다. 불륜과 그에 자연히 따라 붙는 출생의 비밀은 이 드라마에서 자극적인 축에도 속하지 못한다. 사람을 납치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물론 서인숙은 시어머니 홍여사(정혜선)의 죽음을 방조하고 한승재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김탁구의 어머니 김미순의 강간을 사주한다. 갖은 범죄들이 뭉뚱그려져 있는 작품인 셈이다. 당연히 방영 내내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빵왕 김탁구’는 욕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막장 드라마의 매력적인 요소를 고루 갖춘 작품이기도 하다. 일단 캐릭터들이 전형적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이 명확하고 누구나 쉽게 권선징악적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니 한 번 보기 시작한 이들은 선한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을 욕하면서, 주인공이 행복해지고 악역이 벌을 받는 장면을 보기 위해 끝까지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된다. 또한 온갖 자극적인 요소들이 빠른 전개 속에 펼쳐지며 묘한 중독성을 갖는다. 여기에 전인화, 전광렬, 정성모, 전미선, 장항선(팔봉선생)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압도적 연기력은 극의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때문에 논란이 커질수록 화제성도 높아지고 시청률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방영 당시 작품의 인기는 가히 신드롬적이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제빵왕 김탁구’의 최종회는 49.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 TNmS 집계에서는 최종회 시청률이 50.8%를 기록했다. 시청률 10%대만 돌파해도 ‘성공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요즘 세태에 비추어보면 경이로운 수치다. 물론 당시에도 MBC ‘주몽’ 이후 3년 만에 50% 시청률을 넘긴 작품이 나왔다며 이슈를 모은 바 있다. ‘제빵왕 김탁구’는 마지막으로 시청률 50%를 돌파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구태여 해묵은 시청률 수치까지 찾아볼 필요도 없다. 아직까지 심심치 않게 작품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서 거론된다는 것만으로 당시 작품이 누렸던 인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미지중앙

(사진=KBS)


■ 윤시윤·주원이라는 원석의 발견

‘제빵왕 김탁구’가 방영 전부터 기대작이었던 것은 아니다. ‘제빵왕 김탁구’의 경쟁작은 소지섭과 김하늘을 주연으로 내세운 MBC ‘로드 넘버원’, 김남길과 한가인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SBS ‘나쁜 남자’였다. 주연 배우의 스타성이라는 면에서 ‘제빵왕 김탁구’는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 타이틀롤을 맡은 윤시윤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인기를 얻은 후 이 작품으로 첫 정극 연기에 도전했다. 또한 윤시윤과 대립 구도를 형성한 주원은 이 작품이 드라마 데뷔작이다. 즉 ‘제빵왕 김탁구’는 두 신예를 투 톱으로 내세운 작품이었다. 당연히 기대보단 우려가 컸다.

윤시윤에게는 30부작 드라마를 메인에서 이끌고 가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타이틀롤은 신인에게는 파격적인 기회이자 동시에 부담스러운 자리다. 하지만 윤시윤은 제 몫을 다해내며 작품을 힘 있게 이끌고 나갔다. 물론 연기력 논란도 없진 않았다. 윤시윤은 극 초반 연기력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에 점점 더 녹아든 연기를 선보였고 시청자들도 윤시윤의 연기에 함께 울고 웃었다. 지금도 윤시윤은 중년 시청자들에게 본명이 아닌 ‘김탁구’로 불릴 때가 많을 정도로 ‘제빵왕 김탁구’ 속 윤시윤이 연기한 캐릭터는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뮤지컬로 데뷔한 주원은 드라마 데뷔작인 ‘제빵왕 김탁구’에서 훈훈한 외모와 인상 깊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는다. 권선징악적 구조를 띤 작품에서는 악역이 매력적일수록 극의 재미가 살아난다. 주원은 매력적인 악역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훌륭히 수행했다. 극 중 구마준은 거성식품의 후계자였다가 거성식품 회장 구일중의 친자인 김탁구가 나타나며 깊은 피해의식을 느끼고 스스로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주원은 이 감정선 복잡한 캐릭터를 신인답지 않은 감정 연기로 오롯이 표현해냈고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사랑받는 악역’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윤시윤은 ‘나도, 꽃!’ ‘이웃집 꽃미남’ ‘총리와 나’ ‘마녀보감’ ‘최고의 한방’ ‘대군-사랑을 그리다’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하게 연기 내공을 다지고 필모그래피를 채워갔다. 주원 역시 입대 전까지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7급 공무원’ ‘굿 닥터’ ‘용팔이’ ‘엽기적인 그녀’ 등의 작품으로 꾸준히 시청자들과 만나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두 배우의 시작점인 ‘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는 윤시윤에게 인생 캐릭터를 남기고 주원을 시청자들에게 알린 뜻 깊은 작품이라 하겠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