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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하는 기부 ③] 새로운 기부문화, 퍼네이션일까 슬랙티비즘일까

  • 기사입력 2018-06-2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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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참여지수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1위로, 전체 조사 대상국 139개국 중에서 6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기부 문화가 아직 일상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상이 아닌 기부는 특별한 행위로 인식된다. 이는 곧 기부에 대한 부담을 알게 모르게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 문화는 다르다. 기부의 부담은 줄이고 행위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기부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새롭게 형성된 기부 문화를 세밀히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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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SNS) 등을 통해 기부에 참여한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 사용량이 많은 젊은 세대는 앱과 SNS를 통해 참여 가능한 기부 형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새롭게 등장한 기부문화 형태에는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사회 변화에 따라 기부, 나눔, 사회공헌 캠페인의 방식도 달라졌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의견을 나누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익숙한 시대다. 나눔의 무대도 점점 더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온라인으로 옮겨간 기부 활동은 타인에게 공유된다. 한 사람의 기부 활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며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한다. 기부도 하나의 ‘콘텐츠’가 된 것이다.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이 소비된다. 따라서 기부 캠페인도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새로운 기부 문화를 일컬어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결합해 ‘퍼네이션’(Funation)이라고 한다. 기부를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는 것이다. 기부의 결과에서 오는 뿌듯함보다 기부의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기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덜어내고 기부 행위에 대한 장벽을 낮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기부를 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양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활 속에서 큰 부담을 갖지 않고 기부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의 놀이 문화, 유희 문화, 인증 문화와 결합돼서 보다 즐거운 형태의 기부로 변화하고 있다”고 최근의 기부 문화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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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퍼네이션 문화는 손쉽게 나눔 행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기부자가 기부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해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판적 관점을 가진 이들의 요지는 이렇다. 기부의 의미, 기부가 필요한 이유는 생각하지 않은 채 행위가 보여주기 식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슬랙티비즘’(Slacktivism)이다. 게으름뱅이(Slacker)와 행동주의(Activism)의 합성어로, 실제적 행동은 하지 않고 무엇인가 바꾸려고 하는 소극적이고 게으른 행동주의를 이른다.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막는다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평가다. 과연 SNS에서 ‘공감’을 표하는 것이 얼마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근본적 회의다.

장윤주 아름다운재단 연구교육팀장은 “이런 소극적인 방식이 큰 변화와 동참이 필요한 활동을 오히려 위축시킨다는 평가가 있다. 그런데 시민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할 때 더 많은 참여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유사기부행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직접 돈을 송금하거나 온라인 기부 하는 경우 외에도 위안부할머니가 제작하는 굿즈나 공정무역 물품을 구매하고, 역사성 있는 영화를 만드는데 투자하기도 하고, 댓글을 달아 기부에 동참하기도 한다. 이렇듯 점점 더 다양해지는 기부방식에 세계기부지수를 발표하는 영국의 CAF에서도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고, 기부문화연구소에서도 올해 이런 변화를 좀 더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방식을 훨씬 선호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역시 “기부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변해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가운데 새로운 루트가 열리고 젊은 사람들이 그 방식을 활용해 기부에 재미를 느껴 실제로 기부로 이어진다면, 위축된 기부문화의 돌파구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승일희망재단 측 역시 최근의 기부 문화를 슬랙티비즘보단 퍼네이션이라고 평가했다. 승일희망재단은 가장 대표적인 퍼네이션 사례로 언급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통해 루게릭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승일희망재단 관계자는 “2014년에는 이 캠페인이 왜 필요하고 누굴 위한 것인지, 그런 목적의식이 불투명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하며 “올해는 캠페인의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면서 기부도 함께 해준 분들이 많다. 그래서 보여주는 것 이상의 메시지 전달이 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한 “실질적인 기부로 이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루게릭병이 무엇인지, 루게릭병 환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시작이라고 본다. 실제 기부 여부를 떠나 후원을 문의한 분들이 많아서 캠페인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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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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