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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정해인 “대세, 도망치고 싶을 만큼 두려운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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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데뷔 4년 만에 처음 멜로드라마 주연을 맡은 배우 정해인(사진=FNC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배우 정해인은 데뷔 4년 만의 첫 주연작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대세 배우’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대세’를 ‘맥주 거품’에 비유했다.

‘대세’는 연예계에서 ‘요즘 뜨는 인물’을 일컫는다. 언젠가는 사라질 맥주 거품과 비슷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거품이 주는 잠깐의 달콤함 때문에 맥주를 마시는 게 아니다. 하얀 거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면, 잔에는 더 깊은 맛의 맥주가 남는다.

정해인을 향한 뜨거운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다만 2014년 데뷔 후 쉴 틈 없이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거쳐 기본을 다져놓은 그라면, 이 열기가 가신 뒤 더 깊은 맛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로 우리를 오래 만나리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나?
“실감합니다. ‘예쁜 누나’ 촬영장에 응원하러 와주신 분들을 보며 느꼈죠. 또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드라마 너무 잘 봤다’고 해주셔서 고마웠어요. 동네 꼬마들도 나를 볼 때마다 ‘준희 삼촌이다’라고 해주더라고요”

▲ ‘예쁜 누나’와 서준희가 이만큼 사랑받으리라고 예상했나?
“전혀 못 했죠. 드라마를 촬영하며 행복하긴 했습니다. 좋은 배우, 스태프들은 물론 여태까지 만난 중 가장 훌륭한 PD님과 함께해서 그런 것 같아요. 원래 한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하거나 스스로 뿌듯함이 드는데, ‘예쁜 누나’는 헛헛하네요. 마지막 촬영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을 정도예요. 처음 경험하는 기분입니다”

▲ 안판석 PD의 어떤 점이 ‘훌륭’했나?
“PD님은 콘티를 확실히 짜 두시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촬영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덕분에 시간도 단축되고요. 현장에서는 한 장면을 두고 PD님의 분석과 진아 누나(손예진)의 분석, 그리고 나의 분석을 비교하며 아이디어를 나눴어요. 모두가 장면에 대해 고민하고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막내 스태프들도 대본을 읽으며 웃고 울었을 정도로, 다 같이 열심히 만들어갔던 현장이에요”

▲ ‘원샷 원신’을 지향하는 안 PD의 방식이 어렵지는 않았나?
“더 많은 준비와 분석, 노력이 필요했던 건 사실이에요. 안 PD님이 촬영 전 리허설을 많이 안 하는 편이시거든요. 생생한 장면을 원하셔서요. 한 번에 앵글도 바꾸지 않고 롱테이크로 촬영하다 보니 한번 실수하면 모든 게 들통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신경 안 쓰고 연기했어요. 5분짜리 장면을 촬영하는데 실제로도 5분이 걸리는, 놀라운 환경이었어요(웃음)”

▲ ‘멜로퀸’ 손예진과의 호흡, 부담스럽지 않았나?
“어마어마하게 부담됐습니다. 첫 주연인 데다 상대 배우가 손예진 선배라니. 경험이 부족한 내가 톱의 위치에 선 선배에게 폐를 끼칠까 부담되고 무섭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촬영 초반에 어색해했거든요. 그랬더니 선배가 ‘너는 서준희 그 자체니까, 좋으면 좋은대로 이상하면 이상한대로 연기해라. 그게 맞는 것’이라고 조언하셨어요. 그 말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나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나를 동료, 후배, 혹은 상대 배우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존중해주시는 느낌을 받아 고마웠고요. 덕분에 좋은 호흡이 만들어졌어요”

▲ 극 중 남매를 연기한 장소연과의 호흡은?
“누나는 첫 만남부터 편했어요. 만나자마자 촬영한 첫 장면에서 누나가 내 볼을 꼬집어야 했거든요. 누나가 특유의 푸근함이 있어요. 처음에는 내게 존대를 하시기에 ‘말씀 편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바로 말을 놓으시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친하게, 오래 봐온 누나처럼 연기했습니다. 중후반부부터는 누나의 눈만 봐도 눈물이 났어요. 누나의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받았고요. 조금 더 친해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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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은 "나는 진짜 재미없는 남자"라며 웃었다(사진=FNC엔터테인먼트)


▲ 자신과 서준희는 얼마나 닮았나?
“서준희란 인물은 내가 봐도 진짜 멋있는 남자예요. 지고지순하고 사랑밖에 모르는 로맨티스트. 마치 판타지 같잖아요. 그런 준희와 비슷한 점은 진지함과 진중함이에요. 준희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절연한 상태에서 누나와 버티며 살아왔기에 어린 나이부터 조숙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나도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어린 시절 대부분 조부모님과 보냈거든요. ‘애늙은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또 우리 둘 다 재미없어요. 나는 진짜 재미없는 인간이거든요. 서준희가 나보다 조금 더 위트있는 편이긴 하죠. 준희는 미국에서 유학 생활해서 그런지 나보다 더 자유로운 것 같더라고요(웃음)”

▲ 서준희를 연기하며 배운 점은?
“시청자들 사이에 ‘사랑은 서준희처럼’이라는 말이 생겼을 만큼 나도 배운 게 많습니다. 흔히 우리는 상대방을 많이 안다고, 상대방도 나를 많이 알리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렇지만 사랑을 지키기 위한 방식은 저마다 다르거든요. 갈등이 생겼을 때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 많이 표현해야 한다는 것,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 내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나 역시도 용기가 없어서 사랑을 잃어본 경험이 있기에, 준희로부터 얻은 게 많네요”

▲ 극 후반부 시청자들의 ‘답답하다’는 반응에 대한 생각?
“지극히 현실적이라 그런 반응이 나온 것 같아요. 실리 찾지 않고 사랑밖에 모르는, 서준희는 사실 환상적인 인물이잖아요. 그러나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진아 누나였습니다. 준희는 그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일 뿐이고요. 극에서 준희는 진아처럼 직장 생활이나 친구들에게 크게 영향받지 않거든요. 반면 진아는 부모, 친구, 애인과 항상 갈등하고 다쳐야 했죠. 나는 진아 누나가 성장하는 과정에 공감했어요”

▲ ‘예쁜 누나’ 속 달콤한 스킨십이 인기가 많았는데
“모든 장면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대본에는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나온 스킨십이 많았어요. 다른 드라마에 비해 뽀뽀도 많이 했는데, 실제로 우리가 연애할 때 이 사람이랑 입맞춤 몇 번 하는지 세어보지 않잖아요(웃음) 현실감 있어서 좋았죠”

▲ 두 배우가 실제로 사귀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사귀는 게 아니면 사귀라는 댓글까지도 봤어요. 하하. ‘예쁜 누나’가 다큐멘터리는 아니잖아요.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진심을 보여드리기 위해 치열하게 연기했어요. 우리의 진심이 전달된 것 같아 뿌듯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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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은 '예쁜 누나'로 처음 호흡을 맞춘 손예진에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사진=JTBC)


▲ 선배 손예진은 어떤 배우였나?
“존경스러웠습니다. 연기는 물론, 주연으로서 촬영에 임하는 태도를 배웠어요. 감정연기를 앞두고 예민해질 법도 한데, 전혀 티 내지 않으셨어요. 그렇지만 연기가 시작되면 현장 스태프들을 장면에 집중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셨죠. 웃음도 많으세요. 누나가 의외로 개그 본능이 있어서 웃음 참느라 혼났어요. 하하”

▲ ‘예쁜 누나’ 전과 후, 손예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는지
“완전히요. 이전에는 TV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최고의 배우였는데 (‘예쁜 누나’ 이후) 완전 산산조각났어요. 처음에는 조금 어렵고 무섭기도 했거든요. 촬영 전에 식사하는 자리에서부터 깨졌어요. 너무 털털하셔서 놀랐죠. 또 나를 존중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지금 한 장면 한 장면, 다 또렷이 기억나는데요. 굳이 꼽으라면 진아 누나가 테이블 아래로 손잡았던 장면이요. 그리고 제주도에서 마지막 장면도 떠올라요. PD님이 어떤 지시도 주시지 않고 배우들에게 맡긴 장면이었어요. 촬영하면서 ‘이제 진짜 끝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다들 되게 숙연했어요(웃음)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추려고 기다리는데, 행복하면섯도 괴롭더라고요. 기억에 진짜 오래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 데뷔 후 처음 멜로드라마 주연을 맡으며 노력한 점은?
“스스로 말과 행동을 돌아봤어요. 나를 관찰했죠. 감정연기는 예진 누나와 PD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신기했던 것은, 대본에 간단한 지문만 적힌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준희의 행동을 할 때였어요. 나중에 방송을 보는데 놀랍더라고요. 이를테면 진아의 출장을 따라간 준희가 차 안에서 지켜보는 장면이요. 예진 누나가 ‘네가 저때 나를 저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구나’라고 하셨었어요”

▲ 데뷔 5년 차, ‘대세’라는 말이 따라오기 시작했는데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시청자가 사랑해주시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럴수록 책임감을 느껴야겠다고 다짐해요. 연기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 모든 것에서요. 좋은 부담감이죠. 그런 한편, 두렵기도 합니다.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고… ‘대세’란 나를 점점 더 작아지게 만드는 단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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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인기를 체감할수록 책임감을 느낀다는 정해인(사진=FNC엔터테인먼트)


▲ 쏟아지는 관심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제54회 백상예술대상’ 단체 사진 촬영으로 불거진 ‘센터’ 논란을 인지하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그날 최대한 여유로워 보이려고 편한 척했는데, 실은 엄청 긴장했거든요. 그렇게 큰 시상식은 처음이어서요. 게다가 대선배들 사이에서 시청자들이 투표해 주신 상까지 받았잖아요. 얼굴은 웃고 있는데 몸은 언 상태였죠. 좀 더 주위를 둘러보고 살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자리든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 대중의 반응을 찾아보나
“기사 다 봐요. 댓글도 보고요. ‘예쁜 누나’를 하는 동안 드라마에 푹 빠진 시청자들의 댓글이 많아 고마웠습니다. 악플도 물론 봅니다. 다만 마음에 담아두진 않아요. 하지만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해요. 사람의 눈이 다 다르니까요. 어떻게 모두가 나를 좋아하기만 하겠어요”

▲ 인기가 늘어난 만큼 수익도 늘었을 것 같은데
“돈 관리를 직접 하거든요. 늘 통장 잔액을 확인하죠. 하하. 얼마 전에 부모님 모시고 고깃집을 갔어요. 항상 부모님이 계산하시다가 내가 지갑을 꺼내니까 아버지가 ‘어 그래, 잘 먹었다’며 슥 빠지시는데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 대접할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 초심을 지키는 법은?
“어떤 훌륭한 배우도 계속 ‘대세’일 수는 없을 거예요. 내가 크림 맥주를 좋아하는데, 위에 거품이 참 맛있잖아요. 수식어가 곧 그런 거품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잠시 한눈을 팔고 보면 어느새 사라진. 지금에 사로잡히면 본질을 잃어버릴 것 같아요. 나는 연기가 재미있어요. 그래서 하는 거예요. 인기는 목표가 아닙니다. 내가 재밌어서 하는 연기에, 관객과 시청자가 즐거워하면 기쁨이 배가 되고요. 그게 행복해요. 묵묵히 이 마음을 지키며 연기하고 싶습니다”

▲ 2018년의 절반이 지난 지금, 하반기 목표는?
“일단 팬들과 약속한 팬미팅 일정이 있어요. 팬들과 좋은 시간 보내는 게 우선적인 목표이고, 이른 시일 내 차기작을 정하고 싶습니다. 쉬지 않을 겁니다(웃음)”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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