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뷰] 손예진 “50대에 꼭 찍고 싶은 멜로는…”
이미지중앙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윤진아 역으로 5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이번 드라마는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네요”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를 마치고 만난 손예진은 이렇게 말했다. 여태 그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 ‘예쁜 누나’에 대한 애정은 유독 깊어 보인다.

‘예쁜 누나’는 30대 평범한 직장 여성 윤진아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그가 사회에서 겪는 여러 고충을 실감 나게 그려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손예진과 극 중 윤진아는 35살 동갑내기다. 그러나 나이를 빼고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단다. 손예진은 부모에게 순종적인 딸로 착하게 자랐고, 타인의 상처를 걱정해 솔직해지지 못하는 윤진아가 짠하고 슬펐다고 했다. 그런 윤진아를 연기하며 배운 점도 많다.

“‘예쁜 누나’는 100점짜리 현장이었어요. 나에게 선물 같은 드라마라고 할까요? 다만 행복함 속에 고통과 고민도 있었죠. 지금의 기분을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예쁜 누나’를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드라마에 한 번 들어가려고 마음먹는 게 쉽지 않아요. 현장이 워낙 치열하니까요. 얼마나 잘 버티고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크죠. ‘예쁜 누나’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 방영이 끝난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아직 ‘예쁜 누나’를 못 떠나 보냈어요. (여운이) 아주 오래 갈 것 같아요.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요. 새로운 경험이에요. 보통 드라마 한 작품 끝내면 아쉽지 않거든요. 촬영이 힘들어서요. 그런데 지금은 에너지가 남아있어요. 놀라운 일이죠(웃음) ‘예쁜 누나’가 내 또래 여자의 사랑·가족·직장·생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안판석 PD님과 작업도 굉장히 좋았고요”

▲ 진아의 삶에서 무엇을 공감했습니까?
“진아가 여분의 운동화를 챙겨서 구두와 갈아신는 장면이요. 배우도 똑같거든요. 보이는 순간에만 하이힐을 신고 차에 들어가거나 숍에 가면 운동화 신어요.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하는 것들. 그런 데서 현실감을 느꼈죠. 또 직접 다녀본 건 아니지만 직장 다니는 친구들을 통해 들었던 고충을 이번에 체험했어요. 업무보다 심한 상사나 동료 간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회식 자리… 실은 궁금했거든요. 내가 겪어보지 않은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는데 ‘예쁜 누나’를 통해 간접 경험했어요”

이미지중앙

손예진은 '예쁜 누나'를 통해 직장인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했다고 했다(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 반면 몰랐던 현실에 충격받은 적도 있나요?
“‘충격’이라는 말이 새롭네요(웃음) 진아가 사내 ‘미투(#Me Too)’ 운동의 총대를 멨을 때, 사내 변호사가 ‘웬만하면 좋은 게 좋은 것’이니 해결하자고 해요. 이미 사건은 (회사와 가해자들에 의해) 조작됐고, 이게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사람들은 ‘여자에게 문제가 있었네’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그때 느낀 분노와 수치감, 소름 끼치고 무서웠습니다. 나는 연기였지만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해 더욱 충격적이었어요”

▲ 극 중 엄마 미연(길해연)과 갈등은 어떻게 느꼈나요?
“미연 엄마의 마음도 이해됐어요. 주위에 그런 어머님들도 많이 봤고요. 부모님이 자기 원하는 방향으로 자식을 이끌려는 것도 잘 되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잖아요. 다만 받아들이는 자식에게는 공포와 고통인 거죠. 그래서 최종회에 미연이 진아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감동적이었어요. 우리 세대 부모님들은 자식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익숙지 않은데, 그 한 마디를 해줬다는 것만으로 여러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최종회를 ‘예쁜 누나’ 팀과 같이 봤는데, 그 장면에서 여자들이 많이 울었어요. ‘남자들은 죽었다 깨나도 모를 것’이라면서요. 그랬더니 PD님이랑 오만석(윤만기 역) 선배님이 ‘나는 안다’시더라고요(웃음)”

▲ 실제로 부모와 사랑,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요?
“나는 과감히 사랑을 택하죠(웃음) 이미 독립했으니까요. 현실에서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힌 적은 없었어요. 내가 엄마 입장이라면요? 나는 자식을 독립적으로 키우고 싶지만, 아직 아이가 없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지도 몰라요”

▲ 정해인과의 멜로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여태 출연한 멜로 중 이 정도 반응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의 사진이나 영상을 유심히 봤는데 닮았더라고요. 사람의 이미지나 성향을 크게 몇 그룹으로 나눈다면 우리는 한 군데 속한 사람들 같아요”

이미지중앙

후배 정해인을 지켜보며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는 손예진(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 곁에서 지켜본 후배 정해인은 어땠나요?
“해인 씨가 데뷔한 지 4년 되었다는데, 어릴 때의 내가 생각났어요. ‘나는 저 시기에 저렇게 연기할 수 있었나?’ 하고요. 해인 씨는 준희, 그 자체였어요. 억지로 만들지 않았죠.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고요. 센스가 뛰어난 배우예요. 자신이 준비해온 것을 현장 상황에 따라 바꿔야 해도 바로바로 소화해요. 빠르고 유연한 배우입니다. 감성도 풍부하고요.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돼요”

▲ 정해인과 만든 로맨틱한 장면들이 화제였는데, 하나를 꼽아보면요?
“모두 다 기억에 남아요. 우선 엔딩 장면을 잊을 수 없네요. 진아와 준희가 노을을 함께 바라보면서 끝나는데 의미가 남달랐죠. 비 오는 날 둘이 빨간 우산을 쓰고 걷던 장면도 생각나요. 차 안에서 데이트하던 모습, 준희 네서 와인 마시던 날, 심지어는 경선(장소연)이 앞에서 준희에게 헤어지자고 했던 것도… 다 선명하네요”

▲ 결말에는 만족하나요?
“마지막 바닷가 장면이 대본에는 몇 줄 안 쓰여 있었어요. 두 사람이 바닷가를 거닌다, 한참 얘기하고 웃는다, 진아가 웃고 있다… 이렇게 끝나면 너무 찝찝할 것 같더라고요(웃음) 얘네가 다시 만나는 건지 아닌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PD님에게 여기서 뽀뽀를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진아와 준희의 해피엔딩을 바라는 마음은 배우와 제작진도 다 같았습니다”

▲ 16회 대본을 전부 읽고 출연을 결정했다던데, 극 후반부 진아의 행동을 답답하게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았습니다
“나도 답답했어요. 진아는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왜 솔직하지 못할까 생각했죠. 그런데 진아 자체가 미성숙한 사람이에요. 너무 착하게만 살아왔고요. 16회 동안 진아가 진짜 자기 이야기를 한 적이 많지 않았어요. 그게 슬프고 짠하더라고요. 문제를 일으키려는 게 아니라 상대가 상처받을까 진실을 말하지 못한 거예요. 물론 시청자들은 캐릭터의 부족한 모습보다는 성장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을 거예요. 그렇기에 답답하다는 반응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 안 PD는 ‘예쁜 누나’를 ‘윤진아의 성장기’라고 정의했죠
“큰 틀은 멜로였지만 부모님과 자식, 직장 상사와 부하, 남자와 여자, 친구 사이의 이야기를 통해 진아의 성장을 그린 드라마예요. 진아가 훌쩍 자라서 모든 사람을 아우르고 최고의 선택을 하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완벽히 성장하지 못한 채로 드라마가 끝나버렸어요. 아마 지금 제주도나 서울, 아니면 미국에서 살고 있을 진아는 여전히 성장 중일 거예요”

이미지중앙

손예진은 '예쁜 누나'를 촬영하는 동안 존중받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 ‘예쁜 누나’를 통해 배우 손예진도 성장했습니까?
“인간이 성장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웃음) 다만 ‘예쁜 누나’라는 작품을 만나서, 나와 나이가 같은 진아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배운 것은 많아요. 대본과 캐릭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졌고, 또 좋은 사람들과 호흡하며 사랑과 존중을 받았어요. 드라마에서 진아가 ‘내가 소중한 존재인 줄 몰랐는데 어떤 사람이 날 아껴주는 걸 보면서 나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하거든요.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이 경험을 앞으로의 현장에서 더욱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 진아와 손예진은 얼마나 닮았고, 또 무엇이 달랐나요?
“진아는 너무 착해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요. 남들한테 피해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 짊어지는 인물이에요. 반면 나는 상대가 상처받을지언정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달랐고요. 닮은 점은 나이와 미혼, 부모님과 형제가 있다는 것? 하하”

▲ ‘예쁜 누나’를 통해 연애관이나 결혼관에 변화가 생겼습니까?
“원래도 시시각각 바뀌어서요(웃음) 자유를 꿈꾸는 동시에 안정적인 삶도 원해요. 그렇지만 결혼이 안정적인 선택인지는 모르겠어요. 나이가 들면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잖아요. 부모님들이 자식의 결혼을 압박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나는 이미 그 시기를 지나서 그런지 부모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세요. 주위에 결혼하지 말라는 사람도 너무 많고요. 하하. 지금은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요”

▲ ‘예쁜 누나’ 시즌2 가능성 있을까요?
“안 그래도 이야기했었어요. 박수칠 때 떠나야 할지, 박수 받으며 남아야 할는지는 고민과 회의를 거듭해봐야 할 것 같네요(웃음)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16회 대본을 다 읽었을 때, 진아와 준희의 삶이 너무 궁금했어요. 결혼은 했을까? 미연 엄마는 어떤 눈으로 딸과 사위를 바라볼까? 경선이는 어떤 시누이가 되어 있을까? 보라(주민경)는 제주도에 잘 살려나? 모든 캐릭터의 미래가 궁금했죠. PD님이 말씀하시기를, 작가님과 ‘우리가 왜 진아와 준희에게 상처를 주냐. 죽어도 못 떼어 놓겠으니 결혼시키자’는 이야기를 하신 적도 있대요. 만약 시즌2를 만든다면 두 사람이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사는 모습을 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 앞으로 어떤 멜로에 출연하고 싶나요?
“언제 또 할 수 있을까요?(웃음) 내 인생에 20대의 멜로, 30대의 멜로가 있었다면 더 나이가 들어 4~50대에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 ‘화양연화’(2000) 같은 멜로를 꼭 찍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