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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자Pick] 볼빨간사춘기·커피소년·우주히피, ‘나’를 위해 필요한 자유

하루에도 수십 명의 가수가 최신 차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음악의 취향은 각기 다르고 정성이 담기지 않은 음악 하나 없다고 하지만요. 속도에 휩쓸려 스치는 것 중 마음을 사로잡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 - 편집자주 -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018년 5월 넷째 주(5월 21일 월요일~5월 27일 일요일)의 앨범은 우수한, 마리슈, 볼빨간사춘기, 커피소년, 우주히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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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OSU:HAN 미니 ‘우리가 우리였던’ | 2018.5.21

약 한 달 전 선공개곡 ‘너로부터’로 데뷔한 우수한이 첫 번째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타이틀곡 ‘흔적’은 차분한 느낌이 엿보였던 ‘너로부터’의 기조를 잇는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우리였던’이라는 앨범명 자체도 성숙하다.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상처를 받아들이는 것. 말이 쉽지 참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우수한은, 그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힘든 마음으로 남아버린 그 때의 순간을 빛나는 추억으로 승화한다. 이들은 노래를 통해 우리가 ‘우리’다울 수 있었던 그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수한의 편안한 목소리와 덤덤한 연주는 이런 메시지를 부담 없이 전한다. 그리고 앨범을 둘러싼 생각들과 소리는 한데 어우러져 우수한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앞으로 또 어떤 깊이를 보여줄지 기대되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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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슈 싱글 ‘오 마이 달링’ | 2018.5.23

‘로맨틱하다’는 표현에 떠올리는 단상은 저마다 다르다. 마리슈는 석양, 바다, 별빛, 그리고 꿈같은 것들이 생각난다고 했다. 노래는 정말로 이것들을 다 담고 있다. 화음과 함께 흘러나오는 전주는 해변에서 붉게 지고 있는 노을을 떠올리게 하고, 마디마디가 연결되는 지점은 달콤함 그 자체다. 차분하게 꾹꾹 눌러 부르는 보컬은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든다. ‘로맨틱’이라는 무드는 사랑에 특별한 무언가가 더해져 만들어지는 특별한 분위기다. 그런 의미에서 ‘오 마이 달링’은 단순히 ‘사랑’에 관한 노래가 아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도 풍부한 감성을 선사하는 설렘이 주는 행복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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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빨간사춘기 미니 ‘Red Diary Page.2’ | 2018.5.24

첫 번째 다이어리에서 ‘사랑’을 노래한 볼빨간사춘기는 두 번째 다이어리를 통해 ‘일상’을 돌아본다. ‘썸’과 관련된 이미지가 강했던 이들에게는 조금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특히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여행’은 음악적으로도 볼빨간사춘기의 신선한 바람을 잘 드러낸다. ‘여행’은 트로피컬 하우스 느낌과 록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그간 딥(deep)한 느낌을 줬던 것과 달리 시원시원하고 뻥 뚫린 느낌이 드는데, 볼빨간사춘기만의 편안함과 어우러져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저 오늘 떠나요 공항으로/핸드폰 꺼놔요/제발 날 찾진 말아줘” “날아다니는 새처럼”과 같은 가사는 여유와 설렘, 자유를 선사한다. 비록 몸은 현실을 떠날 수 없어도 마음만이라도 저 멀리 두고 싶을 때 들으면 충분히 기분이 좋아질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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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소년 싱글 ‘대충해요’ | 2018.5.25

커피소년은 앨범 소개글에 “나는 대충 살기로 작정했다. 이 노래도 대충 만들었다. 심지어 앨범 소개도 대충 하기로 했다. 그럼 이만”이라고 적었다. 이 짤막한 글은 “당신을 보느라/당신 눈치 보느라/조금 지친 것 같아요”라는 첫 가사와 이어져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삶이 힘든 이유는 어쩌면 나 자신이 아니라 외부에 있을 수도 있다. 그 사이 마음은 너덜너덜해졌을지도. “이젠 나를 좀 배려할 시간이에요”라고 노래하는 커피소년의 ‘대충해요’는 늘 남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돌보지 못한 이들에게 크나큰 위로가 될 곡이다. 곡 주제처럼 힘을 뺀 목소리와 은은하게 흘러가는 멜로디 역시 이를 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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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히피 싱글 ‘수면모드’ | 2018.5.26

휴대전화를 ‘비행기모드’로 설정해 놓으면 외부와 그 어떤 교류도 할 수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휴대전화에 기본적으로 장착된 기능 활용뿐이다. 사람에게도 이런 ‘비행기모드’가 있다면 어떨까. 우주히피는 나른하게 찾아오는 졸음을 그대로 받아들여 조용히 잠들고 싶은, 혼자만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을 그려냈다. 이 ‘수면모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하지만 자신이 원할 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이 모드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은 작지만 큰 행복이다. “오늘 난 날 내버려 둘래...꼭 뭔가 해야 한다면은/나만 아는 데 시간을 가둘래”라는 가사처럼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본연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럴 때는 우주히피의 하얗고도 편안한 노래의 힘을 빌려보는 것도 좋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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