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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유이 “원조 센터였던 20대, 30대엔 날 사랑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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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데릴남편 오작두' 한승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유이(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배우로 전향하는 가수 대부분이 활동명을 본명으로 바꾼다. 무대 위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배우, 그리고 캐릭터로 각인되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이는 다르다. 2009년 걸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팀을 졸업하고도 여전히 유이로 불리기를 원한다.

굳이 이름을 바꾸지 않고도 이미 배우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유이는 데뷔하자마자 MBC ‘선덕여왕’의 고현정(미실 역) 아역을 맡아 연기를 시작했다. 가수로 활동하면서도 해마다 드라마 두 편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다졌다. 이에 최근 종영한 MBC ‘데릴남편 오작두(이하 오작두)’에서는 책임감 강한 비혼주의 PD 한승주를 실감나게 연기하며 호평을 들었다.

작품마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린다는 유이다. ‘오작두’라는 또 하나의 산을 잘 넘고 만난 그는 “연예계 하나뿐인 유이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품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 드라마 종영 인터뷰는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정글이나 소림사를 가야 했어요(웃음) 예능 일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인터뷰를 못 했던 게 늘 아쉬웠어요. 이번에는 직접 종영 소감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회사에) 일정 조율을 부탁했습니다”

▲ 직접 말하고 싶었던 종영 소감, 들어볼까요?
“아직도 촬영장에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에요. 하하. 24부작이라 아쉽겠다는 말씀을 해 주시는데 그렇진 않아요. 현장이 워낙 힘들었거든요(웃음) 대신 우리 팀끼리 이야기한 게 있는데, 나중에 10~16부작 정도로 승주와 작두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시즌2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무엇이 제일 힘들었나요?
“우선 액션과 대사를 동시에 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승주는 편집 작업을 하면서, 작두는 대패질하면서 말하는 게 대부분이었죠. 또 승주는 한 회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때마다 감정이 변화하는 친구라 조절하는 게 어려웠어요. 엄마(박정수)를 만나면 성질이 났다가 작두를 보면 기분 좋았다가. 야외 촬영도 많았어요. 작두네 집이 세트인 줄 아시는데 양평에 있는 집이에요. 화장실도 없고, 커피도 마실 수 없는 환경이었죠. 그래서인지 살이 많이 빠졌어요. 원래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촬영이 시작되면 예민해지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김)강우 오빠 (정)상훈 오빠가 더 많이 빠져서 나는 명함도 못 내밀었어요. 오빠들은 한 가정을 책임지셔야 하는 분들이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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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는 "건강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희망했다(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 살이 빠지면서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반응이 많았죠
“쉴 때마다 옛날 영상 보거든요. 예뻤더라고요. 풋풋하고 귀엽고(웃음) 볼살이 참 중요하더라고요. 어릴 때는 별명이 만두인 게 콤플렉스였는데 말이죠. 그때는 노력해도 안 빠지던 게 저절로 사라졌어요. 하하. 잘 먹고 체력 관리해서 예전처럼 건강미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제 ‘오작두’ 끝났으니 쉬는 동안 운동 열심히 하는 게 숙제예요”

▲ 과거를 떠올릴 때 표정이 상당히 애틋하네요
“요즘은 ‘언니, 누나’보다 ‘이모’라는 말을 들을 때가 더 많아요. 어린 스태프들은 내가 애프터스쿨이었는지도 잘 모르고요. 그럴 때마다 무대 영상 찾아서 보여주거든요. 하하.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죠”

▲ 애프터스쿨로 화려하게 보낸 20대, 그리운가요?
“그때로 돌아간다면 물론 좋을 것 같아요. 대신 나를 더 소중히 여겨주고 싶습니다. 20대의 유이에게는 ‘나’가 없었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슬플까요?(웃음) 4월 9일, 내 22살 생일에 애프터스쿨로 데뷔했어요. 그때는 다른 사람을 만족하게 하려고 나를 포기했어요. 아파도 돌보지 않고 스스로 사랑하지 않고… 잠도 못 잘 만큼 바빴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죠.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 책임감을 느꼈나 봐요. 그런데도 사람들에게는 ‘지금 행복하고 좋아요’라고만 했죠. 솔직하지 못했던 시기였어요”

▲ 30대의 유이는 ‘나’를 찾았나요?
“지금은 투정 잘 부려요(웃음) 내 주위 하나하나에 고마움도 느끼고요.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 20대에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는데, ‘오작두’ 속 승주도 가족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맏딸이었죠
“승주는 나와 비슷한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내 성격이 연기에 많이 반영됐던 것 같아요. 극에서 승주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나도 모르게 눈빛이 ‘이것들 봐라?’ 이렇게 되더라고요. B팀 감독님이 ‘너 실제 사회에서 그렇게 하면 잘린다’고 하셨을 정도로요. 하하. 작가님은 종방연 때 ‘내가 만든 승주보다 더 발랄하게 연기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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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릴남편 오작두'를 통해 김강우와 커플 호흡을 맞춘 유이(사진=MBC)


▲ 승주를 연기하며 얻은 게 있나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거든요. 지금까지 남자 주인공과 케미가 좋다는 소리를 거의 못 들어봐서요. ‘불야성’은 (이)요원 언니와 케미가 좋았고, ‘결혼계약’도 서진 오빠보다는 딸 아이와의 케미가 더 강조된 작품이었거든요. 승주를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작두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어봤어요. 다행인 것 같아요. 또 ‘오작두’를 통해 선생님들과 호흡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요”

▲ 극 중 엄마를 연기한 박정수 선생님은 ‘결혼계약’(2016)에도 함께 출연했는데요
“맞아요. 그런데 ‘결혼계약’에서는 만나는 장면이 거의 없었어요. 선생님이 촬영장에서 나를 볼 때마다 잘한다고 ‘엄지 척’을 해주셨어요(웃음) 선생님 역할이 자신이 낳은 딸을 미워하는 엄마였잖아요. 연기하면서 스트레스 심하셨을 텐데 오히려 나를 응원해주셔서 더 고마웠죠. 촬영 막바지에 ‘엄마가 너 서울에서 밥 한 끼 사줄 돈 있으니까 밥 먹자’고도 하셨어요”

▲ 상대역의 김강우는 ‘유이는 남자 후배 같아서 좋다’는 말을 했었어요
“그 인터뷰 봤었어요! 강우 오빠가 낯을 가리세요. 그런 와중에 내가 거침없이 액션 연기하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나 봐요. 스태프를 통해서 ‘그렇게 하면 다치니까 조심히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직접 여쭤봤어요. ‘선배님, 그럼 어떻게 하면 됩니까? 좀 알려주세요!’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이런 분위기였어요. ‘남자 후배’ 인터뷰 보고도 ‘그래서 남자 같다는 게 외모예요, 성격이에요?’ 물으니까 ‘너 집이나 가’ 이러시고. 하하. 종방연에서야 오빠가 ‘나를 이렇게 편하게 대하는 후배는 네가 처음이었다’고, 그런 의미에서 ‘남자 같다’고 했다더라고요”

▲ 정상훈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운전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다들 나를 못 믿더라고요. 운전해야 하는 차가 엄청 비싼 외제차였거든요. ‘무시하지 말라’고 하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뒤 차를 살짝 박았어요. 상훈 오빠가 달려와서 ‘괜찮냐’면서 ‘이 자식, 놀라지 마’라고 하셨거든요. 상대 배우가 아니라 아들을 달래는 느낌이었어요(웃음) 촬영 내내 그렇게 대해주셔서 마음이 정말 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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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는 "모든 캐릭터에 겁 없이 도전했다"고 말했다(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 극 중 오작두와 에릭 조, 두 남자 중 한 명을 택하라면요?
“촬영하면서 오빠들이 서로 자기가 낫다고 했었어요. 그럼 나는 둘 다 싫다고 했죠. 하하. 일단 나는 오혁(오작두 가명)은 싫어요. 근데 오작두는 좋아요. 또 에릭 조는 싫고 조봉식(에릭 조 본명)은 좋아요. 헷갈리죠? 우리 드라마가 남자들이 가명을 써서 그래요(웃음) 오혁은 내 옆에 안 있어 주잖아요. 반면 작두는 한 사람만 우직하게 바라보죠. 근데 또 선수처럼 여자 마음을 잘 알아요. 승주가 울면 가려 주고, 추워하면 덮을 것을 갖다 주고, 아파하면 슬쩍 물을 떠다 주는 남자거든요”

▲ 결혼 계획 있나요?
“아직 없어요. 예전에는 내가 지금 나이이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을 줄 알았어요. 부모님이 일찍 결혼하셨거든요. 그런데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잖아요? 하하. ‘오작두’ 배우들 대부분이 기혼자였는데, 언니 오빠나 선생님들이 운명까지는 아니어도 결혼할 상대가 나타나면 알게 된대요. 그러면서 결혼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더라고요. 최근에 언니가 결혼했는데, 형부가 엄청 다정다감해요. 언니 먹고 싶은 걸 다 해줘서 둘 다 살이 엄청 쪘어요. 내가 놀러 가도 ‘먹고 싶은 거 있냐’고 꼭 물어봐요. 언니가 부럽더라고요. 그런 남자 만나고 싶어요(웃음)”

▲ 캐릭터로서는 결혼도 해보고 엄마도 되어봤는데요
“겁 없이 도전했어요. 미혼모나 시한부여서, 혹은 35살 캐릭터라서 포기했다면 지금껏 좋은 PD님, 작가님, 선후배 배우들 못 만났을 거예요. 스스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요?
“실은 거의 모든 작품을 급하게 출연했어요. 다른 배우들을 돌아서 나에게 온 캐릭터들이 많았죠. 그래서 좋은 스태프와 배우들로 짜인 판에 내가 끼어서 폐를 끼치면 어떡하나 늘 걱정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오작두’를 하면서 선생님들께 좋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것도 곧 너의 행운이고 복이다. 네가 잘 하니까 선택받은 것이고, 결코 2번이 아니다’ 그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품마다 캐릭터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거든요. 그렇기에 언제나 지금의 내가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 ‘할 수 있다’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요?
“지금 내가 해낼 수 있느냐의 문제에요. 의사·변호사·검사 등은 전문 용어를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아직 많은 시청자가 나의 발음이나 표정 연기를 지적하시거든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모두를 만족하게 하고 공감을 이끌 만큼의 소화력을 보일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오작두’에 들어가기 전에도 발음을 신경 썼는데,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또 놓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가 아니라 당장 고쳐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노력할 겁니다. 이렇게 여러 부분에서 준비가 되었을 때, 더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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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는 '오작두'를 통해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다고 고백했다(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 ‘오작두’ 시청률에는 만족하나요?
“연기자가 시청률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는 건 거짓말인 것 같고요(웃음) ‘오작두’가 시청률 20%를 넘거나 1위를 하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오작두’ 칭찬을 많이 하시고 또 강우 오빠 팬들이 양평 촬영장에 응원 와 주시는 걸 보면서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분이 좋았죠. 종방연 때도 소고기를 먹었어요. 하하. 물론 백호민 PD님이 시청률 대박 난 작품들이 많아서 그 기준에 못 미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드라마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실은 내 전작인 KBS2 ‘맨홀’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잖아요. 촬영 당시에는 몰랐어요. (김)재중 오빠 팬들이 촬영장에 커피차 보내주시고 찾아와주시니까 잘되고 있는 줄 알았거든요(웃음) 그때 ‘앞으로는 주연 배우로서 시청률도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 가수 활동 계획은 없습니까?
“가수는 애프터스쿨 멤버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솔로는 자신 없어요. 요즘 그때가 그리워서 혼자 집에서 춤을 추기도 하지만요. 요즘 걸그룹 친구들은 귀엽고 예쁘고, 솔로 앨범을 내도 될 만큼 각자 잘하잖아요. 우리 때는 각자 맡은 파트가 확실했거든요. 나는 센터였어요. 하하. 센터라는 말을 내가 처음 만들었어요. 2012년에 MBC ‘라디오스타’ 출연했을 때요. 내가 팀에서 센터라니까 윤종신 오빠가 ‘채치수냐’고 물어봤었어요(웃음) 솔로 활동은 계획이 없고, OST를 부를 기회가 생긴다면 해보고 싶어요”

▲ 남은 30대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다음에 인터뷰할 때 당당히 말하고 싶어요. ‘30대에는 나를 사랑한 시간이었다’고요. 여유도 즐기고,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나를 칭찬해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4~50대도 즐거울 것 같아요. 물론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지만, 조급하게 굴지는 않으려고요. 이미 충분히 많은 작품을 했으니 30대는 한 템포 쉬어갈게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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