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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라이브’ 이주영 “연기를 배우고 우울증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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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라이브'에서 송혜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주영(사진=마일스톤컴퍼니)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tvN ‘라이브(Live, 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의 발견이다. 극 중 홍익지구대의 호탕하고 정의로운 시보 순경 송혜리 역을 맡아 드라마 데뷔작부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배우 이주영 얘기다.

혜리가 주인공 한정오(정유미) 염상수(이광수)의 경찰 동기로 처음 등장했을 때 느낀 감정은 당황스러움이다. 그의 연기는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듯했다. 지구대 최고령자 사수 삼보(이얼) 주임에게 툴툴대는 모습에도 꾸밈이나 계산이 없었다. 첫인상의 당황스러움은 곧 신선함과 이주영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그의 묘한 매력은 업계에서 이미 소문났다. 이주영은 2015년 단편 영화 ‘몸값’(2015)으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걷기왕’ ‘마중:커피숍 난동 수다 사건’ ‘채씨 영화방’(2016) ‘그것만이 내 세상’ ‘나와 봄날의 약속’ ‘걸스온탑’ ‘경멸’ ‘코코코 눈!’(2017) 등을 통해 쉼 없이 스크린에 얼굴을 비췄다. ‘라이브’의 노희경 작가도 ‘몸값’으로 이주영을 접한 뒤 혜리 역을 제안했다고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독전’의 이해영 감독은 이주영을 캐스팅하기 위해 기존 역할의 성별까지 바꿨다. 이 매력적인 신예의 차기작이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 ‘라이브’ 포상휴가, 즐거웠나요?
“방콕 다녀왔는데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배우들 사이가 워낙 좋아서 친구들끼리 여행 간 것 같았어요. 실제로 지구대 부사수나 시보 역 배우들의 나이가 비슷하거든요”

▲ 극 중 혜리의 사수는 지구대 최고령자 삼보(이얼)였잖아요
“드라마에서는 혜리가 삼보 주임님을 불편해했지만, 실제로는 친하게 지냈어요. 이얼 선배가 정말 온화하시거든요. 화도 잘 안 내시고, 늘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덕분에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거침없는 성격의 혜리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혜리는 20대의 나와 닮았어요. 불의를 보면 못 참고, 때로는 욱하기도 하고요. 극 초반에는 ‘얘가 왜 이럴까?’ 싶기도 했어요. 삼보 주임에게 너무 못되게 구니까요. 촬영하면서 이얼 선배에게 ‘사모님이 나 싫어하시지 않냐’고 물은 적도 있고요(웃음) 그런데 내 주위에도 혜리 같은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우리 엄마요. 하하. 할 말 다 하고, 직설적이시거든요. 이런 사람들이 속은 또 사랑스러워요. 이런 혜리의 반전 면모를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돌직구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요?
“어머니는 ‘너 목소리가 왜 그러냐’면서… 하하. 아주 좋아하셨어요. ‘라이브’ 보는 낙으로 산다고 하실 정도였죠. 동생이 노희경 작가님의 엄청난 팬이에요. 동생 이름이 이나영인데, 이 친구도 배우로 활동 중이거든요. 나보다 먼저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 와중에 언니가 먼저 노희경 작가님 작품에 출연한다니, 기분이 복잡했을 거예요. 그런데도 항상 응원해주고 내가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줘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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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은 '라이브' 노희경 작가의 팬이라고 했다(사진=tvN 방송화면)


▲ 드라마 데뷔작부터 노희경 작가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요
“동생 따라서 나도 노희경 작가님의 팬이 되었어요. KBS2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은 대본 필사까지 했을 정도로요. 스스로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포털사이트에 작가님 이름을 검색했다가 ‘라이브’를 만드신다기에 소속사에 오디션 보고 싶다고 말했죠. 그런데 마침 작가님도 나를 알고 계셨더라고요. 데뷔작 ‘몸값’을 보셨다면서요. 운명처럼 작가님과 만남이 성사됐어요”

▲ 김규태 PD와의 작업은 어땠습니까?
“PD님은 내 말투나 연기 스타일이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더 반응이 궁금하다고도 하시고요. 걱정 반, 기대 반이셨던 것 같아요. 하하. 촬영하는 동안에는 PD님과 작가님 모두 신경을 많이 써 주셨습니다”

▲ ‘라이브’를 보며 연기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데뷔작 ‘몸값’의 이충현 감독님도 웅얼웅얼하는 말투가 연기하지 않는 것 같아 좋다고 하셨거든요. 그 덕분에 다른 단편 영화나 최근 개봉한 ‘독전’에도 출연할 수 있었고요. 나 역시 송새벽 선배나 ‘내부자들’(2015)의 조우진 선배, ‘더 킹’(2017)의 김소진 선배의 연기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오버하지 않을까’ 더 신경 쓰는 편이에요”

▲ 정유미·이광수와 극 중 지구대 트리오로 활약했는데요
“선배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제대로 된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게 ‘라이브’가 처음이라 애를 많이 먹었는데, 유미 언니나 광수 오빠의 집중력부터 표현 방식까지 배울 점이 많았죠. 무엇보다 언니 오빠의 태도에 감동했어요. 나를 신인이나 후배가 아니라 동료, 친구로 대해주시더라고요. 그 위치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데 존경심까지 들었어요”

▲ ‘라이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요?
“혜리가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를 보고 기절하는 모습이요. 누구나 자신에게 가장 약한 부분을 맞닥뜨리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건 때문에 고향에 내려간 혜리가 ‘힘들면 경찰 관두라’고 걱정하는 삼보 주임님에게 했던 말도 공감됐어요. ‘동료가 힘들면 참아라, 이겨내라, 난 널 믿는다, 그렇게 말해줘야 한다. 나는 힘들어도 다 이겨낼 거다. 그래서 멋진 경찰이 될 거다’ 혜리가 아니라 배우 이주영으로서도 하고 싶은 말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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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독전'에서 농아 남매 동생 역을 맡은 이주영(사진=NEW)


▲ 자신은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라고 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드라마는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 볼 수 있잖아요. 그렇기에 연기가 좀 더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발음도 정확해야 하고요. 나는 아니거든요. 연기 전공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발성과 발음이 특이해요. 그런 점에서 TV보다는 좀 더 다양한 장르가 허용되는 영화에서 나를 더 선호하겠다고 생각했죠”

▲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독전’에서는 농아 남매의 동생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죠
“원래 다른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여자 캐릭터가 몇 없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원작의 농아 형제를 남매로 바꾸고 나를 캐스팅하셨어요. 나와 꼭 작업해보고 싶으시다면서요. 캐스팅 후 (김)동영 오빠와 3~4개월 동안 수화를 배웠어요. 단순한 손동작이 아니라 청각 장애인의 문화를 배워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습니다. 이들은 소리를 내지 못하니까 표정이나 동작의 세기로 자기감정을 표현하거든요. 겉으로 드러러내는 연기가 서툰 터라 너무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서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 동영 오빠, 감독님과 온종일 수화 연습을 했죠. 만나서 연습하고 밥 먹고 연습하고 밥 먹고, 다시 연습하고… 하하. 다행히 영화 고사를 지내기 전에 답을 찾았어요”

▲ 출연한 작품마다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했는데요
“‘나와 봄날의 약속’에서는 외계인이었고, ‘걸스온탑’에서는 외발자전거를 타는 여자였어요. 캐릭터를 고르는 기준은 없고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매력이 느껴지는 인물? 그래도 여태까지는 특이한 친구들을 해왔으니, 다음번에는 시골에 사는 순진한 아이나, 평범한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네요”

▲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했다고요?
“거의 10년간 모델 일을 했어요. 무척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남들은 5~6만 해도 될 일을, 나는 9~10까지 힘을 쏟아도 안 됐었거든요. 성취욕이 높은 편이라 스스로 계속 몰아붙였고, 결국 우울증까지 앓았어요. 그러던 중 미술 작가인 지인의 영상 작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당시 스태프들이 ‘연기 괜찮은데, 한번 해보라’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때가 20대 후반이었는데 모델이라는 직업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고, 연기를 배워두면 모델 일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했죠.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우울증이 없어졌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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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은 현장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사진=마일스톤컴퍼니)


▲ 연기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평소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주위를 항상 관찰하죠. 같이 있는 사람이 지금 편한 상태인지도 살피려고 하고요. 이런 습관이 배우를 할 때 큰 장점이 되더라고요. 내가 지켜봐온 것들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실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예쁜 얼굴도 아니고 키도 너무 커서 배우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영화에 관심은 많았어요. 대학교 때는 문예창작과를 복수 전공해서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고요”

▲ 모델도 캣워크나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직업이지 않나요?
“그렇지만 배우와는 정말 달라요. 모델은 그 순간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화려하게 펼쳐야 하거든요. 마치 공작새처럼요. 반면 배우는 내면의 깊은 감정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죠. 더 나아가서는 자기 밑바닥까지 봐야 하고요”

▲ 자신의 바닥을 보는 일, 힘들지 않나요?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요. 내 한계를 보고 인정하면 쉬워요. ‘그래,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더 노력해서 나은 사람이 되자’고 다잡는 거죠”

▲ 어떤 배우가 되고 싶습니까?
“아직 대중이 잘 아는 배우는 아니지만, 우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또 모두가 힘든 촬영장에서 스태프들과 동료 배우들에게 보는 것만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배우가 되기를 바랍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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