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권율이라는 사람이 이런 모습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유달리 진중한 캐릭터를 많이 맡아서일까. 권율은 그동안 대중들에게 보여줬던 반듯하고 모범생 같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의 소망은 이뤄졌다. MBC 예능 ‘라디오스타’와 영화 ‘챔피언’을 통해 권율은 확실히 다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영화 ‘챔피언’에서 권율은 임기응변 능력과 잔머리가 뛰어난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 역을 맡아 팔씨름 선수 마크 역의 마동석과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다. 권율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날, 공교롭게도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이런 날 인터뷰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농을 던지는 권율의 모습에선 ‘챔피언’ 속 진기가 겹쳐보였다.

▲ 영화 완성본을 본 소감은?

“완성본을 본 건 시사회가 처음이었어요. 끊어서 봤을 때보다 훨씬 감동이 왔어요. 영화보단 내 연기를 더 먼저 보여서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이 느껴졌어요. 반성의 시사회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코미디 연기가 진짜 힘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흡이나 템포 리듬감이 세밀하게 들어가지 않으면 웃음 포인트가 벌어지기 때문에 쫓아가기가 어려웠어요. 이번에 ‘챔피언’을 하면서 코미디의 느낌을 내는 선배들, 동료들이 대단한 연기를 하고 있구나 느끼게 됐죠”


▲ 마동석이 먼저 캐스팅 됐을텐데?

“코미디 연기는 1차적으로 서로의 벽을 뛰어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마동석 선배랑은 ‘비스티 보이즈’에서 함께 했었어요. 그 때도 현장에서 리더십이 있고 잘 챙겨줬었죠. 그래서 이번에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벽을 허물어하는 과정을 스킵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좀 더 빨리 케미가 붙지 않았나 싶어요. 팔씨름이라는 소재도 있고 마동석 선배가 작품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쳤죠. 진기라는 캐릭터도 성장이 큰 인물로 그려질 수 있어서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어요”

▲ 10년만에 다시 만난 마동석, 달라진 점이 있었나?

“여전히 그대로였죠. 그 때도 동생들, 스태프를 잘 챙겨줬었는데 지금은 더욱 더 넓게 품어주세요.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흐르면서 더 깊어졌죠.영화에서의 비중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동석 선배는 그때나 지금이나 현장에서 존재감이 여전해요. 성실하고 부지런한 부분을 보면서 후배로 많이 배우게 돼요. 원래 알았던 형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스스로 존경심을 느끼게 됐고 감사하더라고요”

▲ 영화 속 진기에겐 허당기가 있는데 권율의 진짜 모습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떤 캐릭터든 내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악역에서도 나의 나쁜 모습을 확장해서 표현하는데 만들어가요. 진기가 가진 모습도 나랑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많이 낯을 가리는 성격이나 사람들과 친해졌을 땐 활달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유머러스한 편이에요. 이런 성격을 캐릭터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 진기가 없었다면 영화는 좀 더 무거웠을 것 같다

“마동석 형이 말한 게 ‘넌 투수고 난 포수다’라고 하더라고요. 자긴 받기만 하면 되니 마음대로 놀아주고 업 시켜줘야 한다고 해서 굉장히 감사했어요. 변화구와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게 준비를 했고 영화 톤도 업 시키려고 노력했죠.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가장 중요한 정서와 감정은 한예리가 강력하게 표현해주기 때문에 난 그런 것들이 잘 보여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어요”


▲ 평소 팔씨름에 관심이 있었나?

“‘스타킹’인가 예능 프로그램에 팔씨름 선수 나온 걸 본 적은 있는데 그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팔씨름 선수도 있고 한 단계 들어가니 그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게 됐고 단순히 힘의 강약으로 판명이 나는 스포츠가 아니라 기술, 멘탈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경기는 3~5분이 걸리기도 하더라고요. 디테일한 부분이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라 지금은 팔씨름 동영상을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 영화 속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지진 않았다. 실제로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 같은 사이인 사람이 있나?

“소속사 대표가 나에겐 가족 같은 존재죠(웃음) 윤계상도 형제같은 사람이고. 가족 같은 사람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에요. 그래도 오늘(남북정상회담 당일)은 한민족이 되는 날이니까(웃음) 가족도 소중한 존재지만 나와 함께 즐거워할 수 있고 함께 꿈을 향해가는 게 큰 의미의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요. ‘챔피언’을 하면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같이 슬퍼하고 기뻐해줄 수 있다는 게 가족이고 그게 삶의 구성원으로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 데뷔한 지 꽤 시간이 흘렀는지 필모그래피를 잘 쌓고 있다고 생각하나?

“무의식적으로 변주를 해야지 생각하는 것보단 다만 해보고 싶고 해보지 않았던 것, 버거운 것을 하고 싶다는 긍정적 도전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거죠. 진기도 나에겐 도전이었고 비싼 표값을 사서 보는 분들이 있으니 엄격하게 하려고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요. 다음 작품도 냉정하게 잘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과감 없이 도전을 하고 싶어요”


▲ 무명시절이 좀 길었는데?

“데뷔했는데 누군가에게 선택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시간이 길었어요. 힘들었고 이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지금은 그 시간이 가장 든든한 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그런 시기가 오면 물론 힘들겠지만 그 시간을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한 번의 경험이 쌓이지 않았나 싶어요. ‘명량’이라는 작품을 만나면서 내 인생이 180도 바뀐 것은 아니지만 이순신 아들로 알아주시니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에너지 있게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맞이했다면 지금 더 불안했을 것 같아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때 흠뻑 맞은 게 나를 견고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어서 감사하죠”

▲ 연기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 적은?

“긴 무명시기를 겪었는데 한 번도 다른 일을 해야겠다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 때 연기를 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필모그래피가 후배나 동료에겐 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고 솔선수범이 된다는 것 보단 내 코가 석자죠. 근데 그런 시기들이 있다고 낙담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한번 도전하고 있는 입장이니 같이 도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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