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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이순재 “연기 여전히 재밌다…좋은 대본 보면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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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멋있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배우 이순재는 현장에서 이를 증명해내는 독보적 배우다.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누빈다. ‘덕구’는 그런 이순재의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덕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어린 손자 덕구(정지훈)와 덕희(박지윤)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할아버지(이순재)가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노개런티로 영화에 출연한 이순재는 스크린을 90% 이상 채웠다.

80세가 넘은 나이에 영화의 주연을 맡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순재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 연기 생활 6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연기가 좋다고 말하는 열정과 잘못됨을 지적하는 독설은 진짜 ‘어른’의 본보기였다.

▲ 7년 만에 영화 주연을 맡았다. 기분은 어떤가?

“오랜만에 했어요. 나이 먹고 주연을 한 영화가 ‘굿모닝 프레지던트’였어요. 그땐 대통령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었죠. 그 다음에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했고 이번에 ‘덕구’에요. 지금까지 시나리오를 수천번 봐서 이젠 보기만 해도 알아요. ‘덕구’는 아주 자연스럽더라고요. 억지 설정이 없이 심금을 울렸어요. 또 우리 나이에 주연 제안이 오겠나 싶기도 했죠”

▲ 아무래도 아이들하고 연기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옛날에도 아역 배우들하고 연기를 많이 해봤어요. 강남길, 김민희 등등 어릴 때 같이 했는데 이젠 다 커서 같이 늙어가네요(웃음) 요즘 애들이 참 잘해요. 정지훈이 아주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잘 했죠. 사실 애들이 너무 오버하면 자연스럽지 못한데 곧잘 하더라고요. 박지윤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추운 날씨에도 짜증 한 번 안 부리더라고요”

▲ 아무래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인데 연기할 땐 어땠나?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울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절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로서는 애들을 보내는 장면도 그렇지만 며느리를 마주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절제한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더라고요. 배우가 다 해버리면 관객의 몫이 없어지더라고요. 스크린에서 배우가 절절 울면 관객은 방관자가 되어 버리죠. 과거 신파 연기와는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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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드라마에선 회장님 역할을 많이 했는데 ‘덕구’로 오랜만에 친근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연기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젊었을 때 멜로드라마가 잘 되면 계속 그걸 하게 돼요.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만 추구하게 되고. 그럴 때 빨리 벗어버려야 해요. 거기에 얽매이다가 끝나죠. 자꾸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야 해요. 그게 이 작업의 보람이고 맛이 있는거죠. 연기도 변형하고 바꿔야 해요. 좋은 대본을 보면 흥분되는데 어떤 건 맨날 똑같고 해볼 게 없어요. 그래도 자신의 것을 찾아야하고 그 노력이 발전하는 계기가 돼요”

▲ 그런 의미에서 눈에 띄는 후배는 누군가?

“좋은 배우들 많죠.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도 열심히 하고 김명민은 역할마다 변신하려는 자세가 대단해요. 그런 것들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했든 배우로 노력은 나타나요. 가끔 ‘왜 찍었을까’ 하는 작품도 있는데 본인은 노력을 했어요. 그게 볼만해요. 반면 동일한 이미지에 고착된 배우는 돈은 엄청 벌었지만 관객이 보기엔 그냥 똑같은 사람이죠”

▲ 좋은 후배와 함께 연기를 하면 어떤가?

“좋아요. 내가 좋은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로 하는 말이 딱 하나 있는데 ‘평생해’에요. 돈 벌었다고 사장으로 가지 말고 배우로 평생 하라고 해요. 대신 조건은 실력이 따라 붙어야 해요. 인기만으론 안 돼요”
▲ ‘아이캔스피크’ 나문희, ‘비밥바룰라’ 신구, 박인환 등 최근 시니어 배우들의 스크린 활약이 돋보인다

“노년은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아직도 늙은이의 이야기가 있어요. 방송국에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늙은이 세대 시트콤 만들자고 하기도 했어요. 얼마든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룰 수 있어요. 지금 남아있는 늙은이들, 시청률에 1%라도 기여할 수 있는 인물들이에요. 우리는 작품에 참여할 때 그런 의식을 가지고 해요. 연금이나 타먹는 입장이 아니라 다 욕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어요. 자리를 마련해 끼워주면 다 자기 몫을 할 거에요”

▲ 연기 경력이 62년이다. 이렇게 오래,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좋아서 선택한 일이라 그래요. 대학교 때 이 분야의 예술성을 발견했어요. 우리 땐 배우는 딴따라로 불리고 괄시 받았어요. 예전에 지휘자 역할을 맡아서 지휘를 배우려고 했더니 ‘딴따라가 뭐 그런 걸 하냐’고 하더라고요. 그런 시대고 돈과도 거리가 멀었고 90% 이상이 집안에서 반대하는 직업이었죠. 그런 조건 가운데에도 보람 하나 가지고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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