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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포비아]③ 전화공포증, 극복하는 방법은?
언택트 마케팅(비대면 마케팅 방식)이 올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와 밀접한 ‘콜포비아(call phobia)’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콜포비아는 전화와 공포증의 합성어. 즉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의적, 타의적인 삶의 변화로 인해 타인과 접촉할 일이 없어지다 보니 통화와 같은 직접 대면이 공포로 변질된 것이다. 콜포비아가 우리 삶에 얼마큼이나 파고들었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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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강소영 기자] 콜포비아 하면 떠오르는 단어 ‘단절’이다. 사람과의 단절, 세상과의 단절 등. 전화를 걸지 않고 받지 않는 행위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두 가지 견해를 보인다. 그저 전화가 받기 싫어서이거나 두려움을 동반하는 경우다. 받기 싫은 경우라면 그 해결책은 쉬워 보이는 듯하지만 전문가는 심리적 위축감이라는 더 깊숙한 내면과 만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면 이 또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한다. 또 무엇이 우리를 단절하게 하는지, 그 사회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연인-가족과도 소통 없는 우리, 관계의 ‘빨간불’

스마트폰의 발달로 손가락으로 화면만 누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택배 배송문의도, 음식 배달도 손가락 클릭 하나로 가능해졌다. 심지어 청첩장도 모바일로 오는 세상이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세상을 사는 방법은 늘어만 간다.

이같이 전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화가 줄어드는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이에 대해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그래서 콜센터 대응에 대한 정부 지침이 생겨난 것”이라며 “이는 단 감정노동자만이 겪는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 박사는 “세대별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문자가 익숙한 10대~20대 초반에게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는 게 편하고 전화는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그저 전화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김 박사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문자를 잘못 쓰면 왕따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커뮤니티로 구성하기 때문에 오히려 말이 불편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세대가 성인이 됐을 때,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의탁을 했던 사람들이 전화를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콜포비아인 신입사원에게 점심시간에 식사를 시켜보라고 한다면 식당 밥맛이 어떨지도 모르고, 누가 무엇을 먹고 싶은지 취합하고 전화를 하는 자체가 힘들다는 경우를 본다”며 “이같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콜포비아로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주로 전화로 안부를 묻거나 이야기를 하는 50~80대와는 다르게 102030 세대의 소통은 심플해져만 가고 있다.

수치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최근 실시된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에게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을 물었더니 ‘전화벨이 울릴 때’가 39.4%로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은 대화가 중요한 연애풍토도 바꿔놓고 있다. 전화가 “귀찮아서”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연애를 하면서도 전화를 잘 하지 않는 경우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인과의 갈등을 풀거나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방법으로 ‘충분한 대화’를 추천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어렵다. 대화는 문자를 통해서도 SNS를 통해서도 할 수 있지만,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하는 이야기는 또 다른 시너지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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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김 박사는 “요새 모든 사람들이 전화를 몸에 지니고 있지만 통화보다 문자를 더 편하게 생각한다. 쌍방향의 소통보다 일방적인 소통이 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콜포비아 극복, 경험학습 통해 완화할 수 있어"

대화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솔루션으로 김 박사는 경험학습을 꼽았다. 그는 “막연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며 “문자만 해서 생긴 콜포비아는 지속적 훈련을 통해 방지하거나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대화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한 스피치 학원에서는 ‘전화의 기술’을 가르친다. 전화 매너에서부터 전화가 왔을 때 두렵지 않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편한 사람과의 대화나 통화가 극복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리적으로 안정감 있는 상대와 대화를 반복하며 경험을 늘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화의 기술 이전에 본질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 미디어라고 하면 모든 걸 쉽게 연결하고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연결하는 힘을 발휘하지만 실질적인 소통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핸드폰에 사람들 명단이 몇 천 명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통화를 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극소수다. 이는 소통 자체가 안 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연결에 대한 기피증이 생길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오히려 고립을 찾아가는 문화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디톡스’라는 문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핸드폰으로 소통을 하다 보니 핸드폰이 없으면 쉬이 불안해지는 이들을 위해 추천되는 디지털 다이어트다.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도 2012년 5월경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에서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라고 충고했다.

콜포비아는 어쩌면 빠른 사회적 변화 속에서 비롯된 하나의 부작용일 수 있다. 단 김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를 부정적으로 규정하기보다, 사회적 신드롬이라는 현상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가장 기억해야 할 것은 ‘소통의 중요성’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 평론가는 “우리가 정상 상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감각이 무뎌진 채 살아간다. 여기서 제일 필요한 것은 감각 훈련”이라고 밝혔다. 먼저 자신의 감각을 일깨운 뒤 대화에 나서기를 추천했다.

[콜포비아]①“전화가 무서워요” 일상 파고든 전화공포증, 왜?
[콜포비아]②“전화만 하면 긴장돼요” vs “전화가 왜 무서워요?”
[콜포비아]③ 전화공포증, 극복하는 방법은?
[콜포비아]④‘콜포비아’가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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