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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포비아]② “전화만 하면 긴장돼요” vs “전화가 왜 무서워요?”
언택트 마케팅(비대면 마케팅 방식)이 올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와 밀접한 ‘콜포비아(call phobia)’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콜포비아는 전화와 공포증의 합성어. 즉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의적, 타의적인 삶의 변화로 인해 타인과 접촉할 일이 없어지다 보니 통화와 같은 직접 대면이 공포로 변질된 것이다. 콜포비아가 우리 삶에 얼마큼이나 파고들었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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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전화만 하면 긴장돼서 대사까지 만들어요” “전화로 하면 간편한데 굳이 문자를 해야 하나요?”

콜포비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고 해서 모두에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세대별, 직업, 성향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게 제각각이기 때문. 실제 세대별, 직업별로 콜포비아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상이했다. 백번 공감한다는 입장과, 전화가 무서울 이유가 뭐냐는 반응이었다.

■ “전화가 무섭기 보다는 다들 메신저로 하니까 하는 거죠”

중학생인 오승현 군(16)은 한 달 통화량이 한 시간이 될까 말까다. 부모와의 통화 외엔 전화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주로 카카오톡이나 SNS 메신저를 이용한다.

“주로 연락할 때 문자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 편이에요. 전화는 보통 부모님과 위치나 상황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고요. 전화를 하는 게 무섭다기 보단 다들 텍스트로 연락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럽다 보니 그런 거 같아요”

실제 또래 친구들도 자신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콜포비아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선 “처음 들어본다. 포비아까진 아니더라도 또래들의 전화사용이 거의 없는 건 맞다”고 말했다.

■ “한 달 통화량이 30분도 안돼요. 여자친구랑도 안 해요”

오세령 씨는(23.남)는 이제 막 제대한 휴학생이다. 오랜만에 사회로 복귀한 그는 근래 친구들과 연락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여자친구까지 있는 터라 스마트폰은 신체 일부와도 같다.

“2년만의 사회 복귀라 늘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살아요. 보통 카카오톡이나 메신저로 연락하죠. 약속을 잡아도 주로 메신저를 이용해요. 여자친구랑도 마찬가지죠. 아마 한 달 통화량이 30분도 안 될걸요?”

콜포비아라는 사회적 현상이 생겼다고 하자 “일정 부분 공감이 간다”고도 했다. 그는 “소심한 성격이라 간접 대면이 더 편하긴 하다. 또 통화는 중요하거나 진지한 내용을 다룰 때만 한다. 통화의 필요성이 떨어져서 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메신저 소통이 익숙해져 버린 탓에 점점 꺼리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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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 “통화 한 번 하려면 대사까지 준비해요”

직장인 김민주(28.여) 씨는 하루 통화량이 많은 편에 속한다. 홍보 업무를 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받는 그는 사실 ‘콜포비아’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의 전화에 일일이 대응하면서도 늘 심한 압박감에 시달린다.

“홍보 업무를 보기 때문에 하루에 기본적으로 10통 이상의 전화를 받거나 걸어요. 제가 걸어야 할 땐 대사까지 준비해요. 사실 홍보일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일을 다 겪었기 때문에 생긴 버릇이죠. 욕을 먹는다든지. 그래서 사실 전화 받는 게 고욕이에요. 하지만 안 할 순 없잖아요. 울며 겨자 먹기로 전화를 하거나 받아요. 그렇게 공포증을 느낀 지 한 1년 정도 됐어요. 그래서 사실 얼마 전에 사표를 냈어요”

콜포비아는 결국 그를 회사 밖으로 내몰았다. 그는 “나 같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홍보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더 심한 편”이라며 “내 경우엔 전화통화로 상처를 많이 받기 때문에 공포증이 생겼다. 아마 나와 같은 감정노동자의 경우 콜포비아를 겪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한다”고 토로했다.

■ “통화가 훨씬 편하지 않나요? 콜포비아 현상 자체가 신기하네요”

디자이너인 한세진(30.여) 씨는 통화를 좋아한다. 한 달 통화량이 20시간을 훌쩍 넘는다. 업무건 지인과의 일상 대화이건 메신저보단 통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통화하는 걸 좋아해요. 직접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면 더 가까운 느낌도 들고요. 문자 쓰는 게 전 오히려 귀찮고 번거로워요. 남자친구와도 하루에 한 통 이상 전화를 하는 편이죠. 업무적으로 회사 사람과 연락할 때도 메신저보단 전화가 좋더라고요. 말로 하면 더 빠르기도 하고 오해할 일도 적잖아요”

콜포비아라는 현상이 생겼다고 하자 그는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해를 아예 못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콜포비아라는 단어가 생긴 것 조차 신기한 상황이다. 지인 중에도 전화를 하면 안 받는데 문자를 보내면 칼같이 답장하는 사람이 있다. 성향적인 것도 있고 직업적인 부분에서 그런 공포증을 느끼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콜포비아]①“전화가 무서워요” 일상 파고든 전화공포증, 왜?
[콜포비아]②“전화만 하면 긴장돼요” vs “전화가 왜 무서워요?”
[콜포비아]③ 전화공포증, 극복하는 방법은?
[콜포비아]④‘콜포비아’가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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