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영화 ‘덕구’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가 흔히 봐오고 들어오던 이야기다. 그럼에도 영화 곳곳에 담긴 따뜻한 시선은 마음 속 빗장을 열게 만든다. 가족 공동체가 무너진 현실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건드린다.

‘덕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할아버지(이순재)는 어린 손자 덕구(정지훈)와 덕희(박지윤)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영화의 시놉시스만 본다면 우리가 그동안 영화, 드라마로 접해왔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서 반전을 기대할 지도 모르겠지만 ‘덕구’는 가족 드라마의 공식을 착하게 따라간다. 그렇지만 ‘덕구’는 눈물을 빼내려고 강요하지 않는다. 담백하게 그려낸 이야기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영화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 그 대상 할머니, 부모님으로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것 같은 ‘덕구’ 속 캐릭터와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준다.

특히 ‘덕구’에선 노인, 아이, 타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 흔히 한국영화에서 범죄자거나 범죄의 대상으로 그려지던 외국인들은 ‘덕구’에선 함께 살아가는 사회 일원일 뿐이다.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서 약자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이야기가 오히려 ‘덕구’의 가장 판타지스러운 부분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 데에는 배우 이순재와 아역 정지훈, 박지윤의 공이 크다. 노개런티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이순재는 우리네 할아버지 그 자체다. 그 존재감이 정지훈과 박지윤과 어우러지면서 시너지는 더 커진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덕구 역에 캐스팅 된 정지훈은 어디선가 본 듯한 시골 소년으로 분해 이순재 앞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별다른 대사가 없이 등장하는 덕희 역의 박지윤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다. 큰 기대 없이 봤다가 눈물범벅으로 극장을 나설지도 모른다. 꼭 손수건을 챙기길. 오는 4월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