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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리틀포레스트’ 임순례 감독의 이유있는 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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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자식이 부모를 닮아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듯 ‘리틀 포레스트’는 임순례 감독을 닮았다. 실제로 개와 함께 경기도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것부터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모습, 인생선배로서 전하는 따뜻한 위로까지 영화 그 자체였다.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혜원(김태리)이 고향으로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일본에서 영화로도 이미 두 편이 개봉돼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존재해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일본영화와 똑같이 만들면 굳이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원작을 보고 국경을 넘어 힐링 받을 수도 있지만 우리 배우, 우리말, 우리 음식이 친숙하게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두 편을 한 편으로 줄이다보니 원작의 느린 호흡과 여운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또 영화의 핵심 키워드인 엄마와 혜원의 관계를 한국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려고 신경 썼어요.”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계절마다 변하는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위해 임순례 감독은 장소 픽업부터 영상미까지 공을 들였다.

“그동안 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비주얼이나 영상미에 크게 신경을 안 썼어요. 근데 이번엔 색감에 엄청 신경 썼어요. 인물도 제한적이고 큰 사건도 없으니 비주얼적으로 아름다움을 최대한 줘야 했죠. 한국엔 사계절이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그 차이를 느끼기 힘들어요. 한국의 사계절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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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이 잘 깔아놓은 판에서 혜원 역의 김태리는 제대로 놀았다. ‘리틀 포레스트’ 안에서 김태리는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마음껏 뽐냈고 고민 많은 청춘들을 대변했다.

“혜원 역으로 원했던 조건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 친구였어요. 요즘 그런 친구들이 손에 꼽히는데 김태리는 되게 자연스러웠어요. 김태리가 신인인데 원톱이라 불안하지 않냐고 묻기도 하는데 이 친구의 연기력보단 어떤 혜원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어요. 실제로 김태리를 발굴한 이사님이 영화 보고 실제 김태리랑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김태리는 에너지가 밝고 몸은 가녀리지만 깡다구가 있어요.”

김태리 뿐만 아니라 혜원의 친구로 출연한 류준열, 진기주도 자연스럽고 건강한 매력을 뽐냈다. 실제로도 절친한 친구가 된 세 친구를 보며 임순례 감독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진기주나 류준열도 인공적인 배우들이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어요. 진기주는 첫 영화였는데 김태리와 류준열이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현재야 누가 더 잘 나가고 할 순 있겠지만 어떤 업계든지 비슷하게 출발한 친구들이 소중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어렵겠어요. 이 세 사람이 어떤 일이 닥쳐도 긴 세월동안 어려움을 나누면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길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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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모양, 그릇의 한국영화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1996년 영화 ‘세친구’로 데뷔해 20여년간 영화계에서 활동을 해 온 임순례 감독에겐 1세대 한국 여성감독을 비롯해 많은 타이틀이 붙는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이라는 감투도 있다.

“나이로는 남녀 통틀어 거의 한국영화 1세대에요. 나보다 나이 많은 연출자, 제작자가 많지 않아요. 내가 가진 감투들은 여성, 독립영화 쪽인데 아무래도 단체에선 상징성이 필요한 사람이 참여해주길 바라고 그래서 내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좋은 말로 하면 책임감이고 나쁜 말로 하면 오지랖이죠(웃음) 또 성격이 우유부단해서 부탁하면 거절을 단호하게 못해요. 설득하면 하게 되더라고요.”

작품 활동 외에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임순례 감독에게 또 하나의 직함이 추가됐다. 3월 출범을 앞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대표를 맡게 된 것이다. 최근 문화계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충격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은 계속 있었어요. 여배우들이 찍을 영화가 없고 여성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주려고 해도 줄 대상이 없었죠. 다행히 새롭게 진출한 젊은 세대들이 성평등 지수에 민감했고 성희롱 예방수칙 같은 걸 만드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어요. 젊은 친구들이 의식이 있는데 우리도 발 맞춰야겠다고 생각했고 약 1년간 준비했어요.”

이런 책임감과 ‘리틀 포레스트’도 무관하지 않다. 많은 제작비에 큰 스케일,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즐비한 한국 영화계에서 제작비 15억원, 여성 원톱, 사건사고 없이 흘러가는 ‘리틀 포레스트’는 오히려 독보적으로 튀는 존재가 됐다. 이는 임순례 감독이 ‘리틀 포레스트’를 맡게 된 중요한 계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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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꼭 블록버스터에 많은 제작비가 드는 큰 영화만 만들어야하나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가 가진 그릇들이 다 다르잖아요. 블록버스터는 재질이 다른데 다른 모양의 그릇의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런 것들이 한국영화 시장에 통하는 걸 보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 말미 혜원은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낸 후 긴 고민의 결론을 내린다. 한국영화감독 1세대이자 인생 선배인 임순례 감독은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인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하길 바랐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젊음이 누릴 수 있는 걸 포기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현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에 투자하면서 균형을 찾아가는 게 베스트죠. 그런 면에서 요즘 젊은 세대들이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어떤 걸 가져가기 보단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보다 보면 각자마다 느끼는 게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보는 동안만이라도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길 부탁하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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