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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 성폭행’ 이현주 감독 해명이 키운 논란, 더 거세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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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동성 성폭행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연애담’ 이현주 감독의 심경고백이 논란을 더 키운 꼴이 됐다. 피해자의 반박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진상조사가 이어지면서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이현주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 고백과 함께 동성 성폭행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술에 취해 잠이 든 줄 알았던 피해자는 어느새 울기 시작하더니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오열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고민을 내게 이야기했고 그런 피해자를 달래던 중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지게 됐다. 당시 나로서는 피해자가 저와의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성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내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면 애초에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나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말했을 때 아무 일도 없었다며 무마하려고 했을 것이다”라며 “의도나 당시 가졌던 생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처벌을 받고 살아가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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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감독(사진=청룡영화상 캡처)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였던 여감독 A로부터 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현주 감독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현주 감독의 입장을 본 성폭행 피해자 A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에 있는가?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응원한 영화 팬들에 대한 사죄의 말은 어디에 있는가?”라며 “내가 몹쓸 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느낀 섬뜩함을, 당신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고 대응했다.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황이지만 이현주 감독의 입장문에선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여전히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했다. 이현주 감독과 피해자 A씨의 입장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뒤늦게나마 영진위를 비롯해 진실을 밝히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선 영진위에서 나섰다. 영진위에서 설립한 영화 전문 교육기관이자 두 사람의 모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측은 진상조사팀을 꾸려 진실을 밝히고 후속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예정이다.

이현주 감독의 영화 ‘연애담’을 배급한 인디플러스는 공식 SNS에 “배급사 전 직원은 현재 사건에 대해 거듭 논의 중이며, 이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과 반성을 공유하였습니다. 이에 피해자와 관객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많이 부끄럽습니다. 사건의 인지 시점 여부를 떠나서, 해당 감독의 연출작을 배급하는 배급사로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배급사 역시 진실을 외면하고 방조자의 역할에 서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피해자의 지적에 깊이 공감하며, 저희 배급사는 이 사실을 뼈저리게 받아들이고자 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연애담’의 블루레이 제작을 준비하던 제작사도 유통 계약 해지하고 블루레이 출시 취소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이현주 감독을 조합에서 제명하기로 의결하고 여성영화인모임은 이현주 감독에게 지난해 12월 수여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법조계, 문화계 등 여러 분야에서 성추행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 역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계의 움직임으로 이번 동성 성폭행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이현주 감독은 단편영화 ‘바캉스’ ‘디스턴스’ 등을 연출했고 지난해 개봉한 ‘연애담’을 통해서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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