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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뮤지컬 ‘팬레터’ 내 안의 또다른 자아와 마주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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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레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뮤지컬 ‘팬레터’는 문인들이 피워낸 한 편의 서정시다. 한 편의 소설이자 영화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사랑을 이처럼 드라마틱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뮤지컬 ‘팬레터’는 1930년대 팬레터를 계기로 문인들 세계에 들어가게 된 한 작가지망생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 작가지망생 세훈은 천재소설가 해진을 동경한다. 그러나 세훈의 또 다른 자아 히카루는 이를 방해하는 훼방꾼이다. 선망과 멸시, 세훈과 히카루로 분열된 자아는 서로 대립한다. 히카루는 거짓 편지를 통해 해진을 파멸시키려 하고 세훈은 이를 막으려 한다. 반면 해진은 자신의 뮤즈 히카루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쓰는 길을 택한다. 폐병에 걸린 채로 문인의 길을 재촉하던 해진은 죽음에 임박한다.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팬레터’는 당시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을 통해 따뜻한 치유와 위로를 전한다. 자유를 억압하던 일제강점기 한국 문단을 대표했던 구인회에서 모티브를 얻어 예술가들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모던 팩션은 아름답고 친절한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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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레터


심플한 무대구성도 돋보인다. 1930년대를 무대공간에 온전히 녹여낸다. 당시 문인들의 공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시공간적 배경에 충실한 작품이다. 원고지를 연상케 하는 조명도 결코 구태의연하지 않다. 맥락에 따라 적재적소에 활용되는 센스가 엿보인다. 더욱이 팬레터라는 소재 겸 소품이 작품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점 또한 탁월하다. 팬레터에 실린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성공적으로 발신된 듯 보인다.

‘팬레터’ 일등공신은 단연 음악이다. 아름다운 멜로디 넘버들과 가사는 공연 몰입도를 높여준다. 세훈과 히카루가 주어진 상황 안에서 대립하며 합일점을 찾아나가는 것처럼 스토리와 음악이 주는 자연스러운 일치는 더없는 시너지를 발휘한다.

극중 김해진 역을 맡은 이규형의 호연과 히카루 역을 맡은 김히어라의 넘버를 다루는 능수능란함도 돋보인다. 자아의 분열과 합일을 상징하는 오밀조밀하고 섬세한 연기가 작품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뮤지컬 ‘팬레터’는 오는 2월 4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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