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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끌려서] ‘감빵생활’ 이규형, 웃음폭탄 해롱이를 떠나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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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사진=L&STARCAMP202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그래도 귀엽잖아~”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팽 부장(정웅인)이 한양(이규형)을 보며 하던 말이다. 시청자들 또한 범죄 미화나 옹호의 문제를 떠나 이규형이 연기하는 한양을 보며 귀엽게 여겼다.

극중 한양은 마약의 후유증으로 또렷한 정신을 가질 수가 없는 ‘해롱이’다. 보급 물품을 끌어안고 독특한 행동을 하며 김제혁(박해수)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던 해롱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김제혁 곁에 꼭 붙어 있는 껌딱지가 됐다.

이규형은 이런 한양과 한 몸인 양 독보적인 해롱이를 만들어냈다. 힘을 빼고 하이톤의 가성으로 내뱉는 목소리, 발음을 뭉개는 듯한 말투는 트레이드마크다. 중독성이 강해서 방송을 볼 때마다 해롱이의 대사가 기다려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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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사진=L&STARCAMP202 제공)



동시에 이런 특징은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와 유대위(정해인)의 성질을 돋우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해롱이 특유의 직설적이고 장난기 많은 성격까지 더해진 탓에 이들은 늘 말다툼을 일삼는다. 세 사람이 돌아가며 벌이는 유치한 싸움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꿀잼 포인트다. 묵직한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의 환기구였다. 또한 싸움의 끝은 어김없이 육탄전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조용히 밥상을 치우는 인물들을 담은 화면에 간간히 소리로만 들려오는 해롱이의 비명소리는 덤이다.

회를 거듭하면서 이규형은 점점 해롱이만의 특징을 더해 가기 시작했다. 마치 강아지처럼 ‘그르릉’거리며 화를 내는 모습이 그 중 하나다. 해롱이는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그가 표현하는 화난 감정은 입을 앙 다물고 입 꼬리를 올린 채 눈을 흘기는 ‘부들부들’ 정도에 그친다. 이런 모습은 해롱이의 해맑은 분위기와 만나 매력을 업그레이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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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사진=L&STARCAMP202 제공)




하지만 이런 귀여움 속에서도 반전은 있다. 해롱이는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생각이 없는 철부지는 아니다. 잘잘못을 떠나 가족과 애인이 자신을 신고했다는 배신감에 상처도 입고, 미처 알아채지 못한 부모의 사랑에 애정결핍도 있다. 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해롱이지만 생각해보면 그가 던지는 돌직구나 간혹 인물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틀린 게 하나 없는 말이다.

게다가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감기약도 먹지 않으며 마약중독을 벗어나려는 태도까지, 모두가 해롱이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만들어줬다. 마지막 회를 1회 앞둔 방송분에서 출소한 해롱이가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장면이 그려지자 많은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해롱이는 특징은 뚜렷하지만 드라마틱할 정도로 입체적인 인물은 아니다. 캐릭터의 성격이 말투나 목소리 등 드러나는 설정이 주는 임팩트에 가려질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이규형은 단순해 보이지만 어려운 해롱이를 이겨냈다. 그의 연기는 귀여운 포인트를 제대로 살리면서도, 그 틀을 벗어났을 때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트레이드마크만 남은 납작한 인물이 아닌, 살아있는 해롱이와 함께할 수 있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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