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그것만이 내 세상’는 진부하다. 그렇지만 매력적이다. 그 진부함을 깨부수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전혀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때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까지 거머쥔 복서였지만 지금은 스파링 파트너와 전단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조하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 인숙(윤여정)과 17년 만에 재회하고 오갈데 없어 인숙의 집에 머문다. 그리고 난생 처음 보는 진태를 만나면서 변화를 맞는다.

떨어져 지냈던 형제가 만나 진짜 가족이 되는 ‘그것만이 내 세상’의 굵직한 뼈대는 이미 여럿 영화에서 봐왔던 내용이다. 서번트증후군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도 상당수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주는 이 뻔한 공식을 착하게 따른다.

진부함을 줄 수밖에 없는 뻔한 공식이지만 ‘그것만이 내 세상’은 완급 조절을 이뤄냈다. 신파적 요소가 분명이 존재하지만 담백한 연출로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스토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다.

극중 서번트증후군인 진태는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지만 동영상만 보고도 연주를 하는 피아노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인물이다. 행복하게 연주하는 진태의 모습과 피아노 선율은 스크린을 뚫고 나와 전율과 감동을 선사한다. 가족극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음악영화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최근 스크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이병헌은 오랜만에 친근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이병헌은 눈빛만으로도 조하의 복잡한 감정을 전달하며 깊은 울림을 주고 박정민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까지 빛나게 만든다.

진태 역을 맡은 박정민도 만만치 않다.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말투, 표정, 손동작에도 고심한 흔적이 드러나고 대역없이 해낸 피아노 연주신은 벅찬 감동을 준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결핍을 안고 있지만 그 결핍을 서로 채워주며 성장한다. 진부하지만 그 안에 감동은 충분하다. 오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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