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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끌려서] 정려원의 ‘쿨’한 마이듬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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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려원(사진=KBS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즐겨보는 드라마의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첫 회만 해도 낯선 캐릭터는 잘 짜인 스토리를 타고 넘나드는 성격, 감정, 대사 등을 통해 익숙해진다. 한 회 한 회 거듭할수록 남자, 여자를 떠나 인물 자체에 애정을 갖게 된다. 그 배경에는 가슴 설레서, 공감돼서, 연기가 너무 실감나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 중에는 ‘이유 없이 자꾸 눈길이 가서’도 있다. 왠지 모르게 계속 보고 싶고 그 사람이 나오는 장면이 기다려지는데, 그 이유 없음이 이유가 된다. 평소 팬이었던 배우도 아닌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캐릭터도 아니었는데 묘하게 끌릴 때가 있다.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의 정려원이 그랬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정려원의 발음은 좋지 않은 편이고 검사 역할이 잘 어울리겠다는 대중의 기대도 낮았다. 하지만 작품이 끝나가는 지금,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정려원은 잡아먹을 듯 드라마를 휘어잡으며 질주하고 있다. 시청자들 역시 정려원이 일으킨 매력의 소용돌이에 자신도 모르게 홀린 듯하다.

정려원에게 마음을 뺏긴 증거는 특별할 것 없다. 답답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정려원이 구세주처럼 등장하길 바랐고, 빠른 호흡으로 다다다 쏴대는 대사는 차지게 느껴졌다. 당당하게 내딛는 그의 발걸음은 덩달아 어깨마저 펴지게 만들었으며, 야비해 보이지만 똑똑하지 않으면 결코 생각해낼 수 없는 논리는 감탄을 자아냈다. 더 나아가 매번 다른 감정으로 소화하는 우는 연기에는 함께 눈물을 글썽였다.

생각해 보니 정려원이 연기하는 마이듬에 빠져든 이유는 그를 닮고 싶어서였다. 누군가를 닮고 싶은 심리의 바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존경하거나 혹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거나. 마이듬은 후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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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제공)



편법으로 재판에서 승리하고 속물근성을 내보이는 속성에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질 수도 있다. 아니면 정려원의 스타일링이나 화장품 등에 더 관심이 갈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특성은 겉으로 보이는 피상적인 요소를 뛰어넘는다.

정려원이 연기하는 마이듬은 이상향이다. 정려원은 캐릭터를 통해 우리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준다. 마이듬은 남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는다. 그가 살아가는 세상의 중심은 늘 자신이다.

이 단순한 논리가 우리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웠던가. 또 얼마나 그토록 바라왔던 구조인가. 별 것 아닌 듯한 그 사고방식이 우리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현실이다. 여기는 마이듬의 세상과 다르다. 고집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속으로 삼켜야 한다. 목표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돌진하기에는 현실에 순응하고 포기할 것들이 너무 많다.

결국 남의 시선을 끊임없이 신경 쓰며 일상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정려원의 마이듬은 대리만족의 존재다. 정려원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말투로 대사를 소화할 때마다 속이 후련하다. 어떤 말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감 넘칠 수 있으며, 센스 있는 말발로 응수할 때마다 에 그 통쾌함에 중독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듯, 마이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당황하거나 굴욕을 당하기도 한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아픈 가정사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마이듬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당당한 기조까지 변하는 건 아니다. 그의 솔직한 속물근성과 여린 면마저 정려원의 숨결과 만나 ‘쿨’한 생명력이 탄생했다. 아, 이 쿨함을 닮고 싶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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