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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운명처럼 다가온 ‘더 패키지’, 이연희가 남긴 여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배우 이연희를 보자마자 ‘윤소소 가이드님~’이라고 부를 뻔했다. JTBC 금토드라마 ‘더 패키지’는 사전제작 드라마여서 촬영을 마친지 한참이나 지난 상태였지만, 작품의 여운은 길었다. 깊은 고찰이 묻어나는 대사는 하나하나 심금을 울렸다. 자극적이지 않고 현실적으로 흐르는 감정선은 모두의 공감을 자아냈다. 덕분에 출연진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패키지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이런 몰입은 이연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극중 프랑스 패키지 여행가이드 윤소소로서 완전히 빠져들었다. 바로 차기작에 들어가도 괜찮을 정도의 컨디션이라던 이연희는 그래도 여유대신 여운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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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사진=헤럴드경제DB)



■ 반복된 우연이 만들어낸 운명 ‘더 패키지’

이연희는 프랑스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아는 언니를 통해 본의 아니게 패키지여행을 하게 됐고 한 가이드를 알게 됐다. 그와는 와인을 공통분모로 친해졌다. 이후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면서 가이드 역할에 캐스팅됐음을 알렸다. 그러자 가이드는 혹시 ‘더 패키지’가 아니냐며 작품을 알아 맞혔다. 알고 보니 가이드가 우연히 만났던 인물이 ‘더 패키지’의 천상일 작가였다. 당시 천 작가는 자문을 구하기 위해 프랑스에 머물렀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풀고 보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가이드 역할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꿈으로 그려왔던 시나리오가 들어온 거니까 운명 같았고 애정도 많았어요. 작품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도 촬영지에 나온 장소를 다 가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프랑스 패키지여행을 했어요.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본방송 보면서도 그 때의 추억이 떠오르고 음악, 편집 등 다 좋았어요”

이연희가 캐릭터에 집중했던 만큼, 그가 연기하며 느꼈던 감정은 가이드로서의 것에 가까웠다. 여행객들이 자신의 말에 호응을 해주지 않는다는 설정에 가이드의 고충을 깨닫고, 내가 설명해준 풍경을 보고 감탄을 자아내는 이들의 모습에 기쁜 마음 등이 그랬다. 알고 지내는 가이드가 자신에게 “윤소소 가이드님”이라고 부르는 장난에도 괜히 기뻤다.

“현장에서도 가이드처럼 엄청 이끌었죠! (웃음) 현장이 정말 정신없었거든요. 사람도 통제해야 하고 챙겨야할 것도 많다보니 액션이 들어가도 모를 정도였어요. 그런데 ‘나는 가이드니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심정이어서 자연스럽게 배우들을 통솔하게 됐어요. 쉬는 날에도 배우들이 ‘여긴 어떤 곳이냐’고 물어봤을 때 모른다고 말할 수가 없더라고요. 원래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는데 현장에서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고 말이 많았어요. 드라마를 통해 리더십과 사람 대하는 법을 배웠어요. 많은 발전이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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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제공)



■ “윤소소의 아픔,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어요”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이연희의 또 다른 고충은 언어와 대사였을 터다. 이연희는 출연진 중 불어와 유적지에 대한 긴 설명 등 어려운 대사들을 소화해야 하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이연희가 이를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높은 이해도’였다.

“프랑스 여행도 다녔고 프랑스 영화도 좋아하니까 불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작품 들어가기 한 달 전 과외를 받으면서부터인데요. 직접 패키지여행을 다니고 프랑스 문화와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익히다보니 이해가 빨리 되더라고요. 가이드 오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화도 물어보고요”

산마루(정용화)가 호기심이든 엉뚱함이든 겉으로 감정을 발산하는 성격이라면, 윤소소는 자신의 아픔을 꽁꽁 숨기고 자신에 대한 내밀한 고찰을 하는 타입이다. 윤소소는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가이드 직업상 무슨 일이 있었다 해도 손님 앞에서는 방긋방긋 웃는다. 그러면서 편한 상대와 있을 때에는 내면을 조심스럽게 꺼내어놓는다.

“소소의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어요. 약간의 까칠함도 있죠. 내게 부드럽게 다가오는 남자도 어쨌든 손님이니까 ‘왜 이러지?’하는 거죠. 어느 순간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됐는데 ‘이대로 가도 될까’ 고민도 하고요. 그러면서도 가이드를 할 때는 조금 힘을 주고 산마루와 단둘이 있을 때는 좀 풀어졌던 것 같아요. 산마루의 돌직구 같은 매력이 있잖아요. 또 가이드도 손님도 남녀이다 보니 혼자 온 관광객들에 눈이 가는 것 같아요. 나이대도 비슷하고 사람도 잘생겼다면 당연히 관심이 가지 않아요? (웃음) 여기에 위기를 같이 해결하고 와인도 마시고 드라마적인 요소도 있으니 더 그렇고요”

실제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그려낸 결과, 그토록 진한 키스신도 탄생했다. 이연희는 “막상 촬영할 때는 상의를 안 했다. 어떻게 하냐, 부끄럽게”라면서 크게 웃었다. 이어 “키스신이나 채찍을 휘두르는 신이나 이해가 가는 장면이다 보니까 부끄럽기보다 당당했다”면서도 “그런데 정용화는 정조대 착용이 창피했나보다. 나는 가터벨트가 그랬다”고 말해 현장을 폭소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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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제공)



■ 운명이 알려준 깨달음

가터벨트도 그렇고 ‘어른키스’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윤소소는 이연희가 몰입한 그 자체면서도 이연희의 변화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배우와 캐릭터의 소통이 됐던 연기니 시청자들의 호평을 일궈낸 것은 당연하다.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 좋고 감사했어요. 개인적으로도 이 작품이 내 인생에 있어 손꼽을 만한데 시청자 분들까지 좋게 봐주신 거잖아요. 감독님과 제작진께도 감사해요. 어느 한 명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없으니 후반 작업하는데도 정말 고생하셨거든요. 다른 배우 분들과도 돈독해졌어요. 현장에서 얼굴 찌푸리는 사람도 없었고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용화도 쉴 새 없이 말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 정말 산마루로서 있었던 것 같아요. 윤박 오빠는 한 살 위인데 극중 동생이다 보니 오빠한테 진짜 미안하지만 나 빠른이니까 동갑하자 하고(웃음)”

이제 이연희에게 프랑스는 인연이 깊은 나라가 됐다. 익숙해졌던 장소도 ‘더 패키지’ 이후 다시 새롭게 다가왔다. 다소 진지한 편이었던 성격은 잠시 내려두고 한결 편해질 수 있는 여유를 배웠다. 대본도 캐릭터의 매력뿐만 아니라 이해와 공감을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

“‘더 패키지’ 합류 전, ‘앞으로 배우를 할 수 있을까, 해야 하는 건가’ ‘뜻대로 안 될 때도 많은데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많은 생각들을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지쳤거든요. 데뷔 때부터 너무 달려오기만 했잖아요. 저절로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들로 흐른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게 감사한 거더라고요. 배우가 쉽게 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도 힘든데 전 오랫동안 하고 있으니까요. 뿌리치려고 해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아요. 또 이 드라마를 통해 ‘인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운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전에는 사람을 깊게 아는 게 무서웠어요. 지금은 만나는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하다 보면 통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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