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잠’은 통속적인 연애물을 쓰는 전업 소설가 료코(나카야마 미호)가 일본으로 유학온 청년 찬해(김재욱)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감독과 ‘러브레터’로 유명한 나카야마 미호가 함께 한 한일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았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정도로 유명한 소설가인 료코는 우연한 계기로 찬해를 알게 되고 그에게 반려동물의 산책을 시키고 새 소설 타이핑을 부탁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료코는 결국 헤어짐을 선택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나비잠’은 기존에 우리가 봐오던 멜로 드라마다. 그러나 정재은 감독은 극에 등장하는 소재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며 변형을 꾀했다. 대표적인 것은 료코가 쓴 소설이다. 액자식 구조로 영화 속 또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극은 더 풍성해졌다. 또 료코의 서가는 멜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한몫을 한다. 서가의 정렬과 의미심장한 책의 제목들까지 허투루 넣은 게 없다. 영화 전체를 감싸는 클래식 OST는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고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러브레터’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줬던 나카야마 미호는 변함없는 아름다움과 한층 짙어진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김재욱과의 커플 연기에서도 어색함이 없다. 김재욱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는 나카야마 미호와 만나 시너지로 발휘된다.
정재은 감독과 김재욱을 제외하곤 모두 일본인 스태프가 참여한 만큼 ‘나비잠’은 한국 감독의 작품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본 영화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가 살아있다. 그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최근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남자 중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멜로 영화는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비잠’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내년 5월 한일 동시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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