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백화점(위), CGV 페이스북(아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출근길, 이니스프리 앞에서 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지난 7월 출근길 이 광경을 본 이는 적지 않다. 문을 열지도 않은 화장품 매장 앞에 새벽부터 장사진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서로들 묻는다. 이유는 하나였다. 워너원 브로마이드를 구하기 위해서. 이니스프리는 1만원 이상 구매시 워너원 멤버 11명 중 1명의 브로마이드를 나눠줬다. 11명 모두의 개인 브로마이드를 구하고 싶으면 11만원 이상을 구매해야 한다. 가게 문도 열지 않은 시간부터 줄을 섰지만 특정 멤버의 브로마인드는 전국 품절됐다.
얼마나 워너원 콤보를 판매했던 CGV나 워너원 CD 속 포토카드를 교환하기 위해 광화문 교보문고 지하에서 진을 치고 있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니스프리는 워너원 효과를 제대로 봤다. 공식 모델로 발탁하기 앞서 Mnet ‘프로듀스 101’에서 멤버들이 팩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화제를 모았고 모델로 발탁한 후 브로마이드 이벤트로 매출이 증가했다. 이니스프리 효과를 보기 위해 기업들도 발 빠르게 이들을 섭외해 모델로 발탁하고 굿즈를 제작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게 당연하다. 근데 그 수가 엄청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팬심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티켓몬스터, 이니스프리 광고
아이돌 굿즈의 터무니없는 가격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대형 기획사에서 판매되는100만원이 넘는 이어폰, 35만원인 12인치 피규어, 16만원짜리 자켓 등의 굿즈는 일반적인 상품 가격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고가다. 물론 성인이 자신의 돈으로 구매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순 없지만 문제는 경제력이 없어 부모님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10대 팬들이다.
‘이니굿즈’ 중 시계는 청와대 행사에 초청받은 사람이나 손님 등 일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고 사이트에 100원 이상이라도 사고 싶다고 요청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단가 4만원 정도의 시계를 77만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해 경찰이 사이버 범죄 여부를 점검한 바도 있다.
팬들도 기업들의 상술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굿즈를 구매한다. 이용을 당하면서도 소비할 수밖에 없는 팬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넘쳐난다. 워너원의 팬인 30대 직장인 A씨는 “상술인걸 알면서도 살 수 밖에 없는건 애들 얼굴이 박혀있고 너무 예쁘다. 내가 사면서 호구 인거 알지만 내가 하나를 사더라도 모델이 바뀌면서 판매량 늘었다고 하면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인 B씨는 “굿즈가 많이 나와서 불만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 눈에 보이는 상술과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그 굿즈의 품질이 떨어지니 불만이 생긴다. 모든 아이돌 팬들이 마찬가지일거다. 굿즈 품질이 좋으면 별 말 안 한다. 내 가수들이 광고를 했으니 더 팔려야 가수 이미지가 좋아지고 다른 광고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구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