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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속 여혐] ②사회적 변화 VS 표현의 자유, 여전히 먼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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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의 ‘아침이슬’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부르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었던 시대를 이겨내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권리가 됐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페미니즘이 확산되면서 창작자들의 자유와 여성들의 인권이 부딪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여성 혐오적인 표현과 방식을 구분하는 시선이 콘텐츠에 주는 영향과 달라진 인식이 불러올 사회적 변화에 대해 짚어봤다.-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너무 예민한걸까, 둔감한걸까 .

페미니즘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여혐 콘텐츠를 구분하는 눈이 예리하고 높아졌다. 하지만 창작자들의 표현을 억압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 간극은 여전하고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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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여성 맞춤형의 콘텐츠 등장

콘텐츠에 대한 여혐 요소를 찾아내는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상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이런 정보들이 전달되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전달한다.

특히 유교 사회,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여혐 요소가 있는지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여혐 콘텐츠 논란이 화제가 되고 확산이 되는 경우 페미니즘에 대해 이해가 높아질 수 있다.

‘청년경찰’ ‘브이아이피’를 관람한 30대 남성 관객 A씨는 “영화를 봤을 땐 그저 수위가 높은 정도라고 생각을 했는데 여혐 논란을 접하고 나서 이런 관점이 여성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도 여혐으로 불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20대 여성 관객 B씨도 “‘청년경찰’을 봤을 때 크게 여혐 요소가 있다고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관람 후 여러 논란들을 보고 영화를 볼 때 불편했던 게 인식됐다. 하나씩 배워가는 단계인 것 같다”고 밝혔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맨스플레인’(Man+explain)이란 말을 유행시킨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은 한국 사회 속 여혐 문제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의 일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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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콘텐츠를 구분하는 눈이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방향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tvN ‘뜨거운 사이다’와 온스타일 ‘바디액츄얼리’다. 핫한 이슈를 선정해 여성 패널 6명이서 논하는 토크쇼인 ‘뜨거운 사이다’는 여성판 썰전으로 불리며 거침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계 여배우에 대한 성폭력을 비롯해 로리타 논란의 사진작가를 초대해 직접 입장을 묻기도 했다. ‘바디액츄얼리’는 여성의 성에 초점을 맞춰 실상에서 진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생리대 파동으로 중심에 선 생리컵 사용기부터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산부인과 방문기도 그러내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바디 액츄얼리’ 이지윤 PD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외면해 온 실제 여성들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대변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면에서 보면 페미니즘 인식변화에 발맞춘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주의적인 프로그램은 아니다. 오히려 상식을 얘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이슈는 자연스러운 건데도 늘 터부시되어 왔다. 심지어 여성들이 스스로 고정관념을 가진 듯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터부를 깬다기 보다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터부가 만들어져 왔다고 말하고 싶었다. 여성의 몸에 대해 가치판단을 한다기 보다는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젠더 대립을 부추긴다는 의견에 대해선 이 PD는 “바디 액츄얼리의 클립들은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질문들을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댓글에서는 젠더 대립적인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 이 또한 매우 건강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이 화두를 던지고, 토론이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터부시 여기던 여성의 몸에 대한 담론이 상식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뜨거운 사이다’ 문신애 PD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시 사회적 분위기나 정서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여성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2017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34 여성 시청자들의 니즈이자 전세계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뜨거운 사이다’는 여성들이 모여 여성 이슈를 포함한 각종 사회 이슈를 이야기하는 자리이지 젠더 대립을 위한 콘텐츠는 아니다. 그동안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몇몇 이들에겐 이러한 광경이 낯설게 느껴질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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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여혐 콘텐츠를 구분할 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표현의 자유 침해다. 콘텐츠를 전체적인 틀로 보는 게 아니라 작게 하나하나 쪼개서 여혐 여부로만 구분을 하다보면 다양성을 해친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브이아이피’를 제작한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최재원 대표는 SNS를 통해 영화의 다양성을 언급하며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혐 요소를 구분하는 기준이 보는 이들에 따라 갈리기 때문에 예민하다, 둔감하다로 반응이 엇갈리기도 한다. 올해 발표된 아이유의 곡 ‘팔레트’에 피처링을 한 지드래곤이 쓴 ‘지은아 오빠는 말이야’라는 가사가 맨스플레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갑론을박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피니트 성규는 여혐 콘텐츠 의혹을 받은 영화 ‘너의 이름은’ 관람 인증을 했다는 것만으로 뜬금없이 여혐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여혐 콘텐츠라고 낙인이 찍히면 그 프레임을 벗어나기 힘들다. 일각에선 예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청년경찰’과 ‘브이아이피’는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의 평점테러까지 받아야 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도 자체 검열을 하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아이돌의 경우 대중들의 잣대가 더욱 엄격하기 때문에 요즘 사회적으로 여혐에 대한 이슈역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콘텐츠를 제작을 하거나 팬사인회 등 팬들과 대면할 때 혹시라도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소속 아티스트에게도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이미 교육을 시켰다”고 밝혔다. 또 다른 홍보사 직원은 “여혐 콘텐츠 논란에 대해 고려하고 검열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남녀 혐오 문제에 관해 예민하게 떠오르고 있는 시점이라 논란이 일고 있는 광고 같은 것들을 체킹하며 문제될 것 같은 장면, 홍보물은 애초에 빼놓고 가는 쪽으로 마케팅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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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황소현 활동가는 “여성 혐오는 계속 있었다. 어제 오늘 갑자기 나타난 문제는 아니다”며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도 있기 때문에 보장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다른 사람에 피해를 주고 해가 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다. 창작자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에서 탄생된 건지, 여성 혐오적 시선이 반영되었는지, 여성을 단순하고 편협하게 그려낸건 아닌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비판이 모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건 아니지 않나. 단순한 여성 혐오적 시선을 그대로 창작물에 가져다 쓰는 것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성차별적인 캐릭터나 장면이 재생산이 되는 것에 대해 예민하다고 볼 수 있는데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선이 지속된다면 창작자들도 구시대적의 여성 혐오적인 방식이라는 걸 알고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엄청 빨리 올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런 흐름을 제어할 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판이 사라지지 않아도 낡은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이 되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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