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종영한 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 김선아는 재벌집 둘째 며느리 우아진(김선아)을 동경해 상류사회에 진입한 박복자로 분했다. 촌스러운 가정부부터 재벌가 사모님까지 20회 안에서 김선아는 다양한 박복자를 보여줬다. 특히 박복자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모습으로 극을 시작하기 때문에 ‘품위있는 그녀’는 첫 회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그간 많은 작품을 했지만 김선아는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은 작품은 처음이라고 입을 열었다.
“드라마가 잘 될 것이라고 느꼈던 게 1회 방송 나갔는데 주변 반응이 ‘내이름은 김삼순’(이하 ‘김삼순) 때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의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원래 시청률은 신경을 안 쓴다. ’삼순이‘때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단순해서 주변에서 연락 오니 감동했다. 1회 나가고 진짜 오랜만에 연락하신 분들이 있었다. ’삼순이‘ 작가에게도 연락이 왔고 함께 작업했던 분들에게 연락이 와서 되게 감사했다.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다. 근데 4회 지나고 나니 거짓말처럼 연락이 없어졌다. 날 거부하는 느낌이 진짜 들었다.”
사실 ‘품위있는 그녀’는 100% 사전 제작 작품으로 TV 방영 전에 이미 촬영을 마쳤다. 촬영이 끝난지도 한참 전이지만 김선아는 여전히 박복자의 감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부터 박복자 이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품위있는 그녀’는 초반부터 박복자의 활약이 큰 작품이다. 극의 미스터리를 담당하는 살인사건이 중심이자 대성펄프 집안에 입성하는 과정이 발빠르게 진행됐다. 아무래도 초반 박복자에게 포커스가 집중되면서 우아진 역의 김희선은 박복자 역이 탐났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우아진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처음에 박복자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부터 고민이 많이 시작되다 보니까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역할을 다 떠나 ‘이걸 어떻게 하지’ 마음으로 고민을 조금 많이 했던 것 같다. 작품이 재밌고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 그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다 보니까 여유가 없었던 건 사실이었다.”
박복자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한 집안을 망치는 악녀로 보여질 수도 있었지만 공감을 얻었고 시청자들도 어느새 박복자를 연민하게 됐다. 김선아 역시 마지막까지 혼자였던 박복자에게 마음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마론인형 하나 때문에 파양을 당했던 박복자의 모습은 김선아를 흔들었다.
“대본에 ‘10살 소녀의 붉은 눈시울’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빨간 줄을 쳐놨던 것 같다. 그 마론인형이 저에게 크게 와 닿았다. 박복자는 인형 하나 때문에, 가지고 싶은걸 가지지 못했고 손 내밀어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던 사람이다. 성장은 했지만 10살에 마음이 멈췄다. 해본 게 없으니까 나중에 다 뺏고 가져도 어떻게 할 줄 모른다. 그런 것들이 되게 아팠다.”
‘품위있는 그녀’는 김선아에게도 김윤철 감독에게도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지만 넘어야 할 벽인 ‘삼순이’를 벗어나게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선아는 ‘삼순이’에 이어서 박복자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고 김윤철 감독은 재평가됐다.
“김윤철 감독과 3번째 작품이다. 1998년 베스트극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제가 참 뭘 모를 때였다. 그후에 ‘삼순이’ 대본을 받고 ‘김윤철’이라는 이름만 보고 바로 한다고 했다. 다들 많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을 거다. 그런 것처럼 내 인생에서 김윤철 감독님은 열심히 하려고 했던 저에게 토닥토닥해줬던 기억이 되게 컸다. 연기수업을 200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자꾸자꾸 느낀다. 그래서 감독이 손 내밀어줬을 때 감사했다.”
극중 박복자는 짧은 우아진의 쪽지 하나에 마음을 움직였다. 김선아에게 ‘품위있는 그녀’는 우아진의 쪽지처럼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잡게 하는 계기가 됐다. 마지막까지 김선아의 진심이 전해졌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진짜 너무나 감가했다. 또 이런 작품을 만나려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해야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생각밖에 없다. 이런 멋진 대사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설렜다.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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