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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봉준호 “안서현에게 이 영화가 특별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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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NEW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한 달 반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옥자’의 개봉일에 만난 봉준호 감독은 한결 가뿐해 보였다. 지난 5월 프랑스에서 열린 제 70회 칸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후부터 개봉일까지의 시간 동안 스트리밍과 극장 동시 개봉이라는 문제로 국내 3대 멀티플렉스가 상영을 거부하는 등 여러 곤혹을 겪은 ‘옥자’다. 말 그대로 우여곡절 끝에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 ‘옥자’는 ‘역시 봉준호’라는 극찬을 받으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는 걸 알고 시작했지만 한국에서만큼은 극장 동시 상영을 해보자는 협의를 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스트리밍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다. 저희 어머니도 서울에 올 때 보신다고 하더라. 불편함은 있지만 모든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와 동물 친구 옥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이야기만 본다면 마냥 동화같은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봉준호 감독은 그 안에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공장형 축산 문제 등을 지적하며 관객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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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큰 동물에서 시작했다. 거기서 옥자가 파생되어 나왔다. 왜 덩치가 클까, 커진 이유는 뭘까, 돌연변이일까 생각을 하다보니 채소도 농약을 쓴 식품은 크고 유기농은 작지 않나. 상품성과 연관이 있고 기업으로 생각이 퍼저나가지 가장 반대에 있는 깊은 산골 소녀도 나왔다. 대기업이 있으면 거기에 시위를 하는 이들이 있다. ALF(비밀 동물 보호 단체)도 실제로 있으니까. ‘옥자’는 SF가 아니다. 실제를 흡수한 현실적인 이야기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극중 영어 대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한국적 색채를 놓지 않았다. 죠니(제이크 질렌할)이 마시던 소주나 한복과 흡사한 옷을 입은 루시(틸다 스윈튼), 한국의 지하상가 등 로케이션 장소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실 두 동네로 나눠서 생각하지 못했다. 루시가 한복 비슷한 옷을 입은 것은 틸다 스윈튼이 원한 거다. 군중이 많은 곳에서 부한 옷을 입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적인 맥락 때문에 넣은 건 아니다. 경계선을 잘 생각 못했고 의식하지 않았다. 다국적 기업이 이런 이상한 슈퍼돼지 프로젝트가 아니면 산골에 사는 미자와 희봉을 만날 일이 평생 있겠나. 자연스럽게 섞여 나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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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서현에게 이 영화가 특별하지 않았으면…”

영화에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지만 미자 역의 안서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옥자를 지키는 산골 소녀 미자는 안서현을 만나 더 굳건하고 강단있는 캐릭터로 완성됐다. 봉준호 감독은 그런 안서현을 ‘바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제이크 질렌할이 현장에 오는데도 별 눈길도 안주더라. 평정심이 있어 바위 같은 느낌이다. 보통 아역배우를 찍을 때 접근 방식이 예쁘고 깜찍하고 매순간 사랑 받아야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데 미자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사랑스러운 건 옥자여야 했다. 그 부분을 안서현은 간파하고 있었다. 안서현에게 이 영화가 특별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다행히 그런 편이다.”

옥자와 미자의 교류는 어른들과는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특히 극 초반부터 나오는 옥자와 미자의 귓속말 장면은 어떤 상황에서도 동화같이 보여진다.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 관객들은 알 수 없다. 봉준호 감독도 안서현이 말해주기 전까진 알지 못했다.

“저와 안서현이 일하는 방식이 그랬다. 나중에 밥 먹을 때 귓속말로 뭐라고 했는지 물어봤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K팝(K-POP) 아이돌 노래를 불렀다고 하더라. 간결한 상태다. 그게 좋다. 옥자가 귀가 커서 시각적으로 끌렸다. 주변에 듣는 사람이 없는데 둘만의 귓속말이 있으면 애틋할 것 같았다. 사실 대사를 안 써도 되는게 좋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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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자’, 동물 시점에서 겪어보는 것”

동화같은 요소도 있고 곳곳에 봉준호 식 유머도 살아있다. 그럼에도 ‘옥자’의 후반부는 충격적이면서 씁쓸함을 남긴다. 예고편만 보고 따뜻한 가족영화일 것을 기대하고 영화를 관람했다면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도 있다. ‘옥자’로 봉준호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묵직하다.

“영화를 보고 비건(Vegan:완전 채식)이 될 필요는 없는데 동물이 제품화 되는 상황을 동물의 시점에서 겪어보는 것이다. 일부러 마지막에 철조망 안에서 아우슈비츠 이미지를 가지려고 했다. 동물 입장에서 관객으로서 대리 체험해주고 싶었다. 물론 미란다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더라. 축산업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 분들이 보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영화 속 인물들이 대부분 회색지대에 있다. 루시만 보더라도 소시지를 먹지 않나. 자기 제품이 안전하다고 믿는 것이다. 최소한의 변명이다. 무게 추는 미자, 옥자 쪽으로 갔지만 그쪽 입장에서 보면 변명의 기회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말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다. 봉준호 감독은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을 영화만의 매력으로 받아들였다. 본인 스스로도 반대로, 다르게 생각하려는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르게 생각하기’, 그 자세가 바로 ‘옥자’를 탄생시킨 게 아니까. 이미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이야기로 차기작을 확정됐다. 기생충을 통해 그려낼 그의 세계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사실 찍을 땐 중립적으로 찍는데 요즘은 다른 쪽으로 해석해보려고 한다. 칸 기자회견하고 시나리오를 공유할 때 ‘소녀의 슬픈 성장기’라고 했는데 미자가 자본주의적 첫 거래를 해 패배적으로 해석하지만 이 아이는 파괴되지 않았다. 낸시(틸다 스윈튼) 수준에 맞춰준 거다. 요즘은 그렇게 해석하고 싶어졌다. 마지막에 미자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거기서 풍겨지는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미자는 예전 같을 수 없는 건가, 그게 씁쓸할 수도 있지만 한층 성숙해졌을 뿐이다. 살아온 방향이 단단해졌다고 해야하나.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다. 애매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영화만의 매력이다. 여러 해석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어두운 결말로 생각하고 싶진 않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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